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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자리 없다는데… 기업들 '외환 위기'이후 자동화 투자 늘린 탓

최경수 2017/04/10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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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자리 없다는데… 기업들 '외환 위기'이후 자동화 투자 늘린 탓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인적자원정책연구부장(선임연구위원)

 

- 위기 이후 생산·사무직 대폭 감축 과거 생산 체제 유지하던 기업들, 위기 겪은 후 갑자기 체제 바꿔… 고용 시장에도 적잖은 충격

- 어떤 게 달라져야 할까 일반 교과 중심의 국내 교육 제도… 표준화 인력만 양성하는 특징 달라진 직업 구조에 맞는 경력으로 청년들 '맞춤형 취업' 준비해야

 

졸업 시즌이 지났지만 "일자리가 없다"는 말이 많이 들립니다. 청년을 위한 일자리는 왜 없을까요? 우리나라에서 청년 취업난이 사회문제가 된 지가 어느덧 20년인데, 왜 이 문제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을까요?

 

◇외환 위기 이후 기업들 '인력 관리 효율화'

청년 취업난에는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 우선 핵심 요인으로 외환 위기 직후 신규 채용을 포함한 기업들의 인력 관리 체제 개편을 꼽을 수 있습니다.

 

1997년 이전에는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 문제가 그리 심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 청년 실업 문제가 나타나고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기업들은 과거 해오던 대로 일정한 수의 신입 직원을 뽑아 각 부서에 배치했습니다.

 

그러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가 터졌습니다. 외환 위기는 기본적으로는 외환 관리 문제였지만 우리 기업들의 고비용 구조가 주요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기업들의 수익성이 낮아 부채가 쌓였고 이 부채는 금융기관 부채로 이어져 위기의 단초가 됐습니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기업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비용 구조를 청산하려 했고, 그 핵심이 바로 '인력 관리의 효율화'였습니다. 효율적인 인력 관리란 '꼭 필요한 인력만 사용한다'는 뜻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동화로 대체 가능한 인력을 크게 줄였고, 구체적으로는 생산직과 사무직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인력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신규 채용은 더욱 큰 폭으로 줄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생산직·사무직의 청년 채용이 매우 빠른 속도로 줄었습니다.

 

건설 노동자, 목공, 기계공, 전기공 등 '기능직', 공장에서 제품을 조립하거나 기계장치를 조작하는 생산직인 '장치 조작·운전직' 등이 크게 줄었습니다. 또 일반 서무·인사·경리·판매를 담당하는 사무직도 감소했습니다. 기업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런 일들을 자동화하거나 해외 생산으로 대체했습니다.

 

즉 1997년 외환 위기가 극복됐음에도 청년 취업난이 해소되지 않은 것은 '산업 기술 변모' 때문입니다. 산업 기술이란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닌데, 외환 위기 이후 갑자기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기업들의 행태가 크게 바뀐 데 있습니다. 다른 선진국에선 이런 변화가 서서히 진행된 반면 우리나라에선 과거 생산 체제를 유지해오던 기업들이 위기를 겪은 뒤 생존을 위해 갑자기 체제를 바꾸면서 충격이 크게 나타난 것입니다.

 

◇교육제도도 문제, 경제 역동성 떨어져

 

우리나라 교육은 일반 교과 교육 중심이며, 표준 교육을 받은 '중간층 인력'을 넓게 양성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상·하위 격차도 다른 선진국들보다 작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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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졸업생들은 직장 내 조직 생활에 적응하면서 업무를 배우고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평범한 청년들이 직장에서 처음으로 세상을 익히는 자리가 바로 사무직이나 생산직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무직과 생산직이 줄어들면서 청년들은 좁아진 취업문 앞에 부딪히게 됐습니다. 그 결과 한정된 기회를 놓고 경쟁이 치열해졌고 과거보다 높은 학력을 갖춰 경쟁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추려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청년들이 취업을 유보하고 있는 비율이 높은 반면 취업자 임금은 나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취업 기회가 늘어난 분야는 서비스직과 판매직입니다. 이 직업들은 고객을 상대하는 대인(對人) 서비스라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이런 일자리를 별로 선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 질도 그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육체노동도 마찬가지여서 요즘 건설 현장에선 청년 인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외국에서는 서서히 개선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새롭게 성장하는 산업이나 기업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경제는 1997년 위기 이후 대대적으로 부실기업을 정리하면서 성장 활력을 크게 회복했습니다. 2000년대 초 '닷컴 붐' 시기에는 새로운 기업들이 나타나면서 일자리 창출이 활발해졌습니다. 그러나 이후 뚜렷한 성장 산업이 보이지 않습니다. 청년 취업에는 신기술이 등장하고 신산업이 성장하는 활발한 경제 환경이 유리한데, 그 토양이 형성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서비스업 커지고 기업 혁신 활발해져야 일자리 늘어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 발전으로 직업 변화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반 사무직과 생산직이 줄어드는 대신 콘텐츠, 요리, 레저, 웰빙, 연예 등 다양한 서비스가 창출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경제 전반에서 서비스업 수요 증가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경제에서 '일자리'란 것은 어떤 특정 부문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그 수익이 소비 지출로 이어져 다른 부문에서 서비스업 수요를 일으키면서 창출됩니다.

 

21세기 지식 경제에서 수익은 대규모 산업 설비가 아닌 기업의 혁신이 창출합니다. 이 혁신이 지금 우리 경제에선 매우 부진한 실정입니다. 경제 내에 쌓여 있는 비효율을 덜어내고 혁신에 대한 보상을 높여야 혁신이 활발해질 것입니다. 또 기업의 수익이 신규 채용 확대, 근로자 임금 인상 등으로 이어져야 청년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교육제도도 바꿔나가야 하며, 청년들 스스로는 직업 구조와 경력 형성 과정이 바뀌었음을 이해하고 자기 능력과 적성에 맞는 '맞춤형 취업'을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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