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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데이터화, 4차 산업혁명 밑거름이다

서중해 2017/05/0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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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리포트] 개인정보 데이터화, 4차 산업혁명 밑거름이다

 

증기선 121년 걸린 기술 확산속도 인터넷은 7년 … 갈수록 짧아져 AI와 로봇, 모든 영역서 접목 가능 신기술 활용 막는 장애 없애야 판에 박힌 작업 로봇에게 맡기고 인간은 창조적 미래 일자리 개척을

‘제4차 산업혁명’이 시대의 화두다. 2016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공식 의제로 채택되면서 4차 산업혁명은 시대적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다수의 관련 서적이 국내외에서 출판됐고 신문·방송 등 언론도 이 주제를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물론 학계도 연구 주제로, 정부는 정책 과제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먼저 본질적인 질문을 제기해 보자. 4차 산업혁명은 과연 이전의 산업혁명에 버금갈 정도인가. 스팀엔진이 가져온 1차 산업혁명, 전기가 가져온 2차 산업혁명, 컴퓨터가 가져온 3차 산업혁명은 모두 경제·산업 전반의 생산성 혁명으로 귀결되었다. 이전의 산업혁명은 생산·소비·조직·고용 등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했다. 이는 경제 전체의 생산성 증가로 나타나 경제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과연 4차 산업혁명도 이전에 버금갈 정도의 생산성 혁명을 가져올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은...”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거론되는 다수의 기술이 이미 산업 현장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지만, 패러다임 전환까지는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이 빠른 속도로 보급되더라도 로봇이나 인공지능(AI) 등이 폭넓게 활용돼 경제·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기술이 근본적으로 경제전반의 생산성 혁명으로 나타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이전의 세 차례 산업혁명이 초래한 생산성 혁명이라는 측면에서 현재 거론되는 4차 산업혁명은 아직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보스 포럼의 슬로건에 현혹된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충격이라는 측면에서는 과장되긴 했지만, 4차 산업혁명 담론에서 제기되는 주요 사안은 우리 경제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담론이 아니어도 우리가 근본적으로 대처해야할 과제들이 4차 산업혁명 논의로 더 부각되었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 논의에서 주목할 점은 먼저, 변화의 속도다. 신기술의 확산이 임계점을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착할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기술 확산 속도)이 짧아지고 있다. 기술 확산 속도를 보면 증기선이 121년, 전기가 82년, 민간항공이 43년이었다. 그런데 간 이식은 18년, 인터넷은 7년에 불과했다. 현재 논의되는 많은 기술의 확산속도는 더욱 짧아질 것인데, 이는 후발국이 준비할 여유시간도 짧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잠재적 파괴력이 발휘되는 방식이다. 지난 반 세기 동안 세계경제는 글로벌화로 더 통합되고, 정보통신기술로 더 연결되고, 생산의 우회과정은 더 길어졌다(이를 경제 활동·구조의 복잡성 증가라 한다). 복잡하게 연결된 경제에서 충격은 증폭돼 파급되고, 충격의 범위와 대상이 급격하게 커진다. 경제력의 집중, 승자독식 등의 경향이 더 강화된 배경에는 파괴력이 발휘되는 방식의 변화가 있다. 아이폰과 같은 파괴적 혁신, 스타 기업·인재에 대한 보상의 급격한 증가, 그로 인한 소득불평등 확대 등 현상이 이를 보여준다. 4차 산업혁명에서 거론되는 신기술이 실현될 경우 경제 활동·구조가 더욱 복잡해지면서 서로 연결되기 때문에 그 파괴력은 대단히 클 것이 분명하다.

 

세 번째는 노동의 미래다. 이전의 산업혁명은 부분적으로 신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면서 피해를 보는 집단이 나타났다. 그런 가운데서도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이 늘어났고 경제전체로는 후생을 증가시키는 선순환을 이뤘다. 과연 4차 산업혁명에서도 이런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을까. 관건은 일자리와 소득의 ‘순환’에 있다.

 

이전의 산업혁명에서는 자본과 노동이 상생해 왔다. 자본 축적은 일자리와 함께 노동생산성 제고를 가능하게 했고 이는 자본과 노동 모두의 소득 증가를 가능하게 했다. 자본과 노동에 이어 인공지능과 로봇이 생산요소로 등장하는 4차 산업혁명에서는 생산에 참여하는 노동의 생산성이 현저하게 증가하겠지만, 경제전체로 일자리가 늘어날지는 분명하지 않다. 한편에선 이전의 산업혁명처럼 없어지는 일자리보다 새로운 일자리가 많아 자본과 노동의 상생이 가능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전과 달리 로봇이 노동을 대체하는 만큼, 일자리와 노동의 소득 몫이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만일 비관론이 맞아 노동의 몫이 줄어든다면 유효수요의 부족으로 자본주의는 위기를 맞게 된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득이 ‘순환’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하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무엇보다 기술의 활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논의되는 기술을 우리가 밑바닥부터 만들어갈 수는 없다. 외부의 기술을 재빨리 활용해 산업현장에 적용하고 혁신을 이뤄내는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논의되는 기술의 활용·응용 영역은 무한하다. 재래식 농업의 한계를 돌파하는 스마트 팜, 자본집약적 제조업의 한계를 돌파하는 스마트 공장, 도시 전체를 재생시킬 수 있는 스마트 시티, 국토 전체를 고도화할 수 있는 스마트 공간, 질병치료의 새로운 장을 여는 스마트 헬스 등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신기술의 접목이 가능하다.

 

이러한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신기술의 활용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 헬스가 실현되려면 개인정보의 사회적(산업적) 이용이 가능해져야 한다. 사생활이 보호되면서 개인정보의 데이터화를 통한 공유가 허용되도록 법제를 정비해야 한다. 신기술을 실험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허용된 것만 할 수 있는 현재의 규제방식에서는 신기술의 실험과 혁신이 불가능하다. 금지된 것을 제외하고는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규제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노동의 미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생산성 혁명을 통한 선순환, 자본과 노동의 상생이 가능한 자본주의를 설계하는 것이다. 상생의 자본주의 실현은 궁극적으로 일자리와 소득 창출에 달려있다. 노동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면 경제·산업의 구조전환이 촉진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여지가 늘어난다. 아울러 소득이 창출되는 경로를 다양화해야 한다. 제조업·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의 한계를 서비스 융합과 혁신 창업으로 극복하는 것이다.

 

노동의 미래에 부응해 교육·훈련체제도 바꾸어야 한다. 새로운 사고와 다양성이 장려되는 교육, 변화하는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판에 박힌 작업은 로봇이 더 잘 할 수 있다. 반면 인간의 자유로운 사고와 가치의 세계는 로봇에게 점령당하지 않을 것이다. 로봇에 맡기고 남은 시간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인간이 바로 노동의 미래다.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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