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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권이 더 사교육 매달려… '좋은 대학=좋은 직장' 地代 누리려는 경제행위

박윤수 2017/05/08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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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권이 더 사교육 매달려… '좋은 대학=좋은 직장' 地代 누리려는 경제행위

박윤수 KDI 인적자원정책연구부 연구위원

 

[한국 학생 68% 사교육 받아… 한 달 평균 26만원씩 지출] - 사교육 시간, OECD 평균 6배 달해 하위권 학생이 더 공부하는 다른 회원국들과 반대 양상 - 입시제도만 바꿔선 근본 해결 안 돼 최상위 10개 대학 입학 정원, 2000년 이후로 거의 증가 안 해 수도권 과밀 억제 등 정원 동결 이유 다시 따져봐야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를 꼽는다면 과도한 사(私)교육비 문제일 것입니다. 19대 대통령 후보들도 저마다 사교육비 절감 대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은 어느 정도로 이뤄지고 있고, 유독 우리나라의 사교육 비중이 높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적 향상 효과는 미미한데… 사교육 시간, OECD 평균의 6배

 

통계청에서는 매년 전국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사교육 실태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의 약 68%가 사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약 6시간 사교육을 받으면서 한 달에 26만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부모들이 부담하는 사교육비 총액이 연간 18조원에 달합니다. 이는 작년 전체 교육예산(유아, 대학 교육 포함 53조원)의 3분의 1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입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3년마다 만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실시합니다. 2012년 PISA 조사에서는 학업성취도와 더불어 사교육 시간을 함께 조사했습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OECD 회원국 학생들에 비해 무려 6배나 많은 시간을 사교육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성적이 낮을수록 사교육을 많이 받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반대로 성적이 높을수록 사교육을 더 많이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2012년 PISA 조사에서 측정된 수학 성취도를 기준으로 학생을 상·중·하위권 세 그룹으로 나누고, 각 그룹의 주당 사교육 시간을 비교한 결과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OECD 회원국의 경우, 하위권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주당 0.8시간)을 사교육에 투자하고, 중·상위권 학생들은 0.5 시간을 투자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위권 학생들이 주당 5.1 시간으로 사교육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중위권 학생들이 3.4 시간, 하위권 학생들이 2.3시간을 각각 투자합니다. 다른 나라에선 주로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보충하기 위해 사교육을 받지만, 우리나라에선 학교 수업을 충실히 잘 따라가는 상위권 학생들이 사교육을 더 많이 받는 것입니다.

 

혹자는 "우리나라에선 사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성적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볼 때, 그런 주장보다는 '성적이 높은 학생일수록 사교육을 많이 받고 있다'고 보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됩니다.

 

중앙대 류덕현·강창희 교수의 연구 등 '사교육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사교육비 지출이 10% 증가할 때 성적은 0.5%가량 향상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100점 만점에 평균 점수가 50점인 시험을 가정하면, 평균적인 학생이 사교육을 종전보다 2배(사교육비 지출 100% 증가)로 받을 경우에 점수가 50점에서 52.5점으로 상승하는 셈입니다. 효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아주 크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늘지 않는 상위권 대학 정원… 졸업 이후 임금수준 등엔 큰 차이

 

이에 두 가지 질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첫째, 사교육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데도 왜 사람들은 많은 돈과 시간을 사교육에 투자하는 것일까요?

 

둘째, 다른 나라에선 주로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는데, 왜 우리나라는 거꾸로 공부를 잘할수록 사교육을 받는 걸까요?

 

먼저, 우리나라 공교육이 특히 상위권 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가 원하는 교육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 가지 원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입시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부 책임도 큽니다.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이주호 박사 등의 2014년 논문 '한국은 인적자본 일등국가인가'를 참고하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을 입학생 수능 성적에 따라 여섯 그룹으로 구분하고, 각 그룹에 해당하는 대학 정원이 2000년 이후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2000년 이후 정원이 증가한 대학들은 주로 하위권 대학이고, 최상위 10개 대학의 정원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선호하는 상품일수록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기 마련인데, 우리나라 대학 부문에선 정반대 현상이 진행돼온 겁니다.

 

이는 바로 대학 정원 규제 때문입니다. 현재 많은 학생이 선호하는 수도권 대학, 국·공립대, 의약학 계열 등은 수도권 과밀 억제, 의료 서비스 질 관리 등을 이유로 엄격한 정원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은 많은데 정원이 제한되다 보니 인기 대학 입학을 둘러싼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경쟁을 뚫고 졸업장을 거머쥔 학생이 누리는 임금수준 등 '이득'은 그만큼 커집니다.

 

경제학에는 '지대(地代·rent)'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토지 임대료를 뜻하지만, 경제학에선 땅을 가진 지주가 각종 불로소득을 얻는 것처럼 공급이 제한된 재화나 서비스를 소유한 사람이 누리는 독점적인 이윤을 말합니다.

 

사교육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더라도 작은 성적 차이가 명문대 입학과 그에 따른 지대 향유로 이어질 수 있다면 학부모들은 자녀 미래를 위해 기꺼이 투자할 용의가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상위권 학생을 중심으로 번성한 사교육 시장은 자기 이익을 위해 비생산적 활동에 경쟁적으로 자원을 소비하는 '지대 추구 행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입시 제도만 바꿔 사교육 수요를 억제하려는 정책은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입시 제도를 어떻게 바꾸든 경쟁의 방식만을 바꿀 뿐 경쟁의 원인과 그 정도는 그대로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도권 과밀 억제나 의료 서비스의 질 관리 등은 모두 중요한 정책 과제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학생의 교육 기회를 차단하고 비생산적인 경쟁을 야기하는 방식으로 달성돼야 하는지는 심각히 고민해 볼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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