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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일자리 추경, 운동해야 할 몸에 영양 주사 놓는가

윤희숙 2017/05/31 조선일보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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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일자리 추경, 운동해야 할 몸에 영양 주사 놓는가

윤희숙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공무원 늘려도 급여는 내년부터라 올해 추경과는 관계없어

추경 규모 크게 부풀려 정한 뒤에 돈 쓸 곳 찾으면 부실 편성 못 피해

구조 개혁으로 풀어야 할 실업 대책에 재정 투입으로 대응하니 낭비 우려

 

새 정부 1호 공약인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현재는 추경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공 부문 일자리를 만드는 데 추경이 쓰여서는 안 된다는 게 주요 야당들의 입장이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고 있는 점은 용처가 그럴듯한 지출이라고 해서 추경 편성이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굳이 정규 예산이 아닌 추경으로 재원을 조달할 필요성이 있느냐다. 설사 공약대로 공무원 수를 늘린다고 해도 그로 인한 급여 지출은 어차피 내년 이후에 발생하기 때문에 몇 달 후면 편성될 내년 예산에 포함하면 된다.

 

추경에 대해 국가재정법은 '전쟁이나 자연재해,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가 아니라면 정규 예산 과정을 통해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는 정신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급하게 필요한 지출 항목들을 파악한 후 그에 필요한 재원 규모를 합산하는 것이 정상적인 순서이다. 이번처럼 지출 계획보다 추경 규모를 먼저 발표하는 방식은 경제 위기 상황이 아니고는 합리화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렇게 지출 규모부터 정해놓고 이를 소진하기 위한 편성을 할 경우 부실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불과 6개월 전에 확정된 2017년 예산 역시 일자리 관련 지출을 최우선하면서 지출 항목을 적극 발굴한 결과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유의미한 용처를 단기간에 대량 발굴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물론 뿌리려면 얼마든지 뿌릴 수 있는 게 돈이지만, 실효성 없이 휘발성 높은 지출에 혈세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 대표적으로 공공 근로 일자리나 기업 대상 고용 보조금이 재원을 가장 쉽게 소진할 수 있는 지출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과잉 수준에 달해 효율화가 시급한 만큼 증액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더구나 지금의 일자리 부족은 구조적 문제로 판단되기 때문에 단기간의 경기 부양보다는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한 치밀한 기획이 중요하다. 현재 2차대전 이후 최악이었다는 불황의 여파가 전 세계적으로 다해가고, 우리의 경제지표 역시 살아나고 있다. 그런데도 청년 실업이 역대 최고치라는 것은 단지 경기적 문제가 아니라 그간 누적된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영양제를 급하게 투여하기보다는 지출 효과를 정조준해 체질 개선을 노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에서 지출액부터 내세운 추경이 추진되는 것일까. 가장 근저의 문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가재정의 원칙을 허무는 것을 개의치 않는 관행이다. 추경이 마치 강한 정책 의지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며, 당연히 써야 하는 카드인 것처럼 인식되는 것이다. 구조적 문제에는 고난도의 구조적 대응이 필요함에도 당장의 재정 투입을 관성적으로 택하다 보니 편성 시에는 막대한 재원을 빠르게 소진할 항목을 찾게 되고 결국 휘발성 지출로 귀결되는 악순환이다.

 

세계 초고속 고령화로 빠르게 약화되는 우리의 불안한 재정 기반 위에서 '소진을 위한 부실 편성'은 지나친 사치다. 물론 정치에서 정책 의지를 상징하는 제스처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그 용도로 국가재정을 활용하기에는 우리가 직면한 재정 위험이 너무 크다. 어쨌든 지금 애써 희망을 갖자면 부총리 후보가 밝혔듯이 '공공 근로같이 단순한 일자리 사업보다는 경제 활력을 불어넣고 성장 잠재력도 키울 수 있는 내실 있는' 지출이되 내년 예산 반영을 기다리기 어려운 지출로 추경이 편성되는 것이다.

 

이런 편성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는 다음을 들 수 있다. 첫째, 이미 과잉 수준인 공공 근로와 고용 보조금을 통한 재원 소진 시도를 배제한다. 그리고 이 원칙은 추경 재원 중 지자체로 보내는 40%에도 동일하게 준수돼야 한다. 둘째, 내년 정규 예산에 반영해도 지장이 없는 지출은 추경에 포함하지 않는다. 셋째, 개별 지출 항목의 예상 효과에 대한 뚜렷한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눈높이를 견지할 경우 10조원 규모를 채우기 어려울 것이 예측된다. 하지만 목표액을 채우기 위해 부실 기획으로 재정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공공 재원은 잘못 써도 당장엔 티가 많이 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부나 원칙을 허물거나 편법에 의존할 유혹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선진국은 재정 규율을 강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재정 제도를 꾸준히 유지 보수해왔지만 유독 추경은 별다른 견제 없이 정치 상황에 좌우돼왔다. 이제는 정치적 카드로 꺼내든 추경 때문에 돈 쓰는 것을 목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문의: KDI 홍보팀 김은총 044-550-4034, capkec@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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