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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컴퓨팅 혁명… '서비스' 입는 제조업

이성호 2017/08/28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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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컴퓨팅 혁명… '서비스' 입는 제조업

 

이성호 KDI(한국개발연구원)·산업서비스경제연구부 연구위원

 

[제품 개념 허무는 '클라우딩'] '구름'에 정보 저장하는 시대… 당장 필요한 앱 다운받아 사용 GE·BMW 등 전통 제조업체, 속속 SW·서비스 기업 변신 선언 클라우드 탓에 PC는 역성장… 최신형 수요 줄어 2011년후 쇠퇴

 

스마트폰은 단순히 예전의 전화기가 아닙니다. 실행하는 앱에 따라 전자책, 미디어 재생기, 내비게이션, 카메라로 변신합니다. 전화 기능도 하나의 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확장이 가능해진 것은 프로그램을 통해 기능을 바꿀 수 있는 '디지털 기술' 덕분입니다.

 

컴퓨터가 처음 개발되던 시기에 수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존 폰 노이만은 프로그램을 메모리에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중앙제어장치로 불러 사용하는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그로 인해 소프트웨어가 독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고, 컴퓨터는 프로그램에 따라 사무, 인터넷, 게임 등 각종 기능을 자유자재로 실행할 수 있는 이른바 '만능기계'로 재탄생했습니다. 반 세기가 지나 폰 노이만의 아이디어가 컴퓨터를 넘어 처음 적용된 제품이 스마트폰이며, 이를 통해 각종 모바일 앱과 콘텐츠 같은 다양한 서비스가 창출됐습니다.

 

◇운동화 파는 나이키와 게임기 만드는 닌텐도가 경쟁하는 세상

 

'사람과 대화하는 스피커'처럼 과거엔 특정 용도로 쓰이던 일상의 물건이 요즘엔 소프트웨어를 통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며 진화하고 있습니다. 당연시하던 제품의 개념이 근본적으로 허물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디지털 기술은 사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인식을 고정된 '명사적 시각'에서 유연한 '동사적 시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자신이 구입한 물리적인 제품(명사)을, 행동(동사)을 통해 경험으로 변환시키는데요. 이때 제품은 공급자에게는 궁극적인 가치지만, 사용자에게는 가치 창출의 도구일 뿐입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 덕분에 제품 그 자체보다 제품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행동, 즉 경험이 가치 창출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명사 중심으로 세상을 보면 나이키는 신발을, 닌텐도는 게임기를 파는 회사로 경계가 분명합니다. 하지만 동사 중심으로 세상을 보면 나이키와 닌텐도는 모두 인간에게 여가 시간의 '놀이'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는 경쟁 기업입니다. 나이키는 모바일 앱과 웨어러블(wearable·착용할 수 있는) 기기를 보급시키며 디지털 게임에 빠져있던 청소년들이 다시 야외에서 운동을 즐기도록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디지털 게임에 밀려 매출이 추락하던 레고 역시 '완구'라는 명사적 사고를 극복하고 '놀이'라는 동사적 사고로 전환하며 부활했는데요. 동영상 콘텐츠, 모바일 게임, 과학교육 등 각종 디지털 서비스를 창출하고, 그 캐릭터들을 완구 제품으로 연계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PC의 엇갈린 처지

 

명사에서 동사로의 개념 변화가 가장 먼저 전면적으로 이뤄진 산업은 역시 디지털 기술의 진원지인 IT 산업입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데이터 등 각종 IT 자원을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결합해 맞춤형 서비스로 제공하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서비스가 그 주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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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컴퓨팅이란 간단히 말해 정보 처리를 자신의 컴퓨터가 아닌 인터넷으로 연결된 다른 컴퓨터로 처리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이에 따라 IT 업종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라는 명사(제품)를 판매하는 대신 컴퓨팅이라는 동사(서비스)를 필요한 때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 모델이 전환되고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예로 들면 과거엔 전용 하드웨어와 수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전국 지도 데이터를 통째로 구매해야 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에서 수십 메가바이트 크기의 앱만 내려받으면 클라우드 컴퓨팅에 접속해 필요한 교통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음성 인식, 번역 등 고성능 컴퓨터를 요구하는 작업이 가능한 이유도 클라우드 컴퓨팅에 접속해 처리하기 때문이며, 데이터가 개별 단말기를 넘어 클라우드 서버에 축적되므로 기술 발전도 빨라집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으로 PC를 최신형으로 교체할 필요성이 줄어들며 PC 시장은 역성장하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 위기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던 세계 PC 출하량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모바일 기기의 보급이 본격화된 2011년 정점을 찍고 이후 감소 중입니다. 하드웨어 제조업에서 민첩하게 변모하지 못한 HP,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델 등은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반면 아마존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선두 주자로 수익 대부분이 여기서 발생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등 다른 유수의 IT 기업들도 현재 클라우드 컴퓨팅을 중심으로 모든 개별 제품을 통합하는 추세입니다. 이는 곧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나타내는 단적인 장면입니다.

 

◇전(全) 산업에 확대될 '제조업의 서비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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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추세는 기계·설비 등 자본재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GE, 롤스로이스 같은 기업은 제트엔진, 발전터빈, 의료기기에 연료, 온도, 진동 등을 측정하는 센서를 장착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해 고객의 생산성을 높이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예컨대 항공기 엔진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엔진 장애를 예방하고 연비를 높여 운항 효율을 개선합니다. 이에 따라 수익 모델 또한 '일회성 판매 수입 중심'에서 실제 고객의 사용량에 비례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서비스 수입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소비재 산업에서도 제품의 서비스화가 확대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자율주행 기술이 한창 개발 중인 자동차 산업이 '무인 택시'라는 서비스 모델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큽니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무인차를 상용화하면 모든 사람이 굳이 자기 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다. 차는 당신이 필요로 할 때 와서 데려다 줄 뿐"이라고 했습니다. BMW도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아 "제조 기업에서 소프트웨어·서비스 중심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습니다. R&D(연구개발) 인력 중 소프트웨어 인력 비중을 현재 20% 수준에서 2021년 50%까지 확대하겠다고도 했습니다.

 

현재 많은 이가 4차 산업혁명을 기술 발전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의 형태와 수익 모델이 '공급자의 제품 생산·판매 중심'에서 '사용자의 체험·가치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가장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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