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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오바마의 '외할머니 醫保 제외' 이유는 연구해봤나

윤희숙 2017/08/28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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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오바마의 '외할머니 醫保 제외' 이유는 연구해봤나

 

윤희숙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공적 의료보장 확대한 오바마도 사망 전 고관절 수술 외조모엔

"보장 대상서 제외해야" 토로… 유럽서도 우선순위委 설치하는데

"비급여 모두 보장" 文 정부는 무슨 묘안 있기에 거꾸로 가는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외할머니 사랑은 유명하다. 그가 근검과 강인함을 배운 롤모델로 자주 언급한 외할머니는 2008년 대통령 선거 직전 암으로 사망했다.

 

미국의 공적(公的) 의료보장을 획기적으로 확대한 오바마 케어가 의회를 통과하기 전인 2009년 봄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논란의 중심이던 공적 의료의 보장 범위에 대해 자신이 사랑하고 존경해마지 않는 외할머니의 경우를 빌려 공적 의료에 제한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말기 암 투병 중이던 그의 외할머니는 고관절 대체 수술(hip replacement)을 받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여기에서 이슈는 머지않아 사망할 사람이 고관절 대체 수술을 원할 경우 공적 보험이 이를 보장해야 하는지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할머니의 마지막 나날이 조금이라도 편안할 수 있다면 그 수술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자신은 기꺼이 비용을 부담했겠지만 공적 의료보장의 원리는 달라야 한다는 고뇌를 진솔하게 밝혔다. 내가 부담할 용의가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그 부담을 지워도 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 격렬한 논쟁을 촉발한 이 인터뷰의 정치적 득실은 복잡했겠지만 대통령으로서 응당 전달했어야 할 원칙적 내용이었다고 평가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공적 의료보장의 역사가 오래된 서유럽 국가에서는 이것이 더 이상 이슈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바마 케어 논쟁이 격렬했을 때 서유럽의 반응은 '우리의 다양한 시행착오로부터 배우면 될 텐데'에 가까웠다. 이들은 2차 대전 이후 '국가가 책임지는 의료'를 표방하고 광범위한 의료보장을 국가적 자부심의 기둥으로 삼았지만, 공적 보장에 대한 인식은 이후 근본적인 변화를 겪어왔다.

 

깨달음의 핵심은 모든 의료 행위를 국가가 책임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고령화로 인한 비용 압박도 심각한 데다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신의료 기술을 국민이 원한다고 모두 보장할 길이 없었다. 따라서 비용 대비 효과, 형평성 등 다양한 기준이 만족될 때까지 보장을 미루는 '신중한 기다림(watchful waiting)'이 필수이며, 과거 보장됐던 기존 항목도 동일 기준으로 재검토가 필요해졌다. 단, 무엇을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의 원칙에 대해서는 국가가 국민과 투명하게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1990년대 이후 선진국 의료 정책의 핵심 영역은 급여 범위에 관한 원칙 정립과 구체적 우선순위이다. 이는 세대 간, 그룹 간 이해가 부딪치는 껄끄러운 이슈이다. 예를 들어 초고령 노인들이 주로 직면하는 증상과 아동 치료에 동일한 우선순위를 부여할 것인지, 수명 연장을 신체 기능 복원보다 얼마나 더 중요시할 것인지, 생존을 돕지만 극소수만 혜택을 보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경우를 보장 대상에 포함할 것인지, 개인이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 것도 포함해야 하는지 등이다.

 

껄끄러운 만큼 용기가 필요한데, 이들 나라는 국민이 이 문제를 직시하도록 솔직하게 펼쳐놓고 공개적인 위원회나 기구에서 원칙을 정하고 있다. 1987년 노르웨이에서 시작된 우선순위위원회는 이제 많은 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다. 국가가 보장하지 않는 영역이 불가피하게 존재하는 이상 지혜와 이해를 모아 경계선을 긋는 원칙을 정하는 것이다.

 

지난 9일 우리 정부는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건강보험에 편입시키겠다는 일명, 문재인 케어를 발표했다. 성모병원에서 있었던 발표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희망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는 방향에 공감하면서도 미용과 성형 목적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를 건강보험에 편입시킨다는 계획은 놀랍기만 하다.

 

외국의 정책 경험은 매우 중요한 지적 자산이다. 물론 우리나라 토양에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존재하지만, 대다수 나라가 경험을 통해 같은 방향을 향하게 됐는데 우리만 돌아서 있다면 우리에게 그래도 되는 어떤 묘수가 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발표된 내용처럼 임기 내 예상 비용이 얼마이며,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는 설명은 부적절하다. 제도 변화가 사람들의 의료 이용 행태를 바꾸는데다 의료 기술 발달을 예측할 수 없으니 현재 상태를 전제한 추정이 정확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비용 증가와 재정 압박은 단지 5년 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체계의 근간을 바꿈으로써 영원히 지속될 문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각국이 솔직하게 한계를 인정하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사안에 대해 우리는 정반대로 국민의 기대를 한없이 높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렇게 배포 큰 약속을 해놓았으니 다른 선진국에서 지대한 공을 들여가며 조금이라도 더 시급한 것을 찾아내 급여화하는 지난(至難)한 노력이 무의미해지는 것도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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