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연구원소식

한국개발연구원의 전체 공지사항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언론기고

[時評] 교육정책 혼란의 최대 피해자

이주호 2017/08/31 문화일보
페이스북

[時評]교육정책 혼란의 최대 피해자

 

이주호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前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가정 배경이 열악한 학생의 학력이 최근 급격히 떨어졌다. 필자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0년부터 3년마다 회원국의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 과학 및 읽기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한 PISA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PISA에서는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역량을 갖추지 못한 최하등급 학생 비중의 추이를 알 수 있는데, 한국은 2012년 7.8%에서 2015년 14.5%로 급증했다. 또,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대한 가정 배경 효과를 나타내는 경제사회문화 지위지수의 계수추정값도 2015년 급증하면서 홍콩에 비해 3배까지 뛰었다. 그만큼 열악한 가정 배경의 학생이 학업성취도가 낮은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최하위 20% 가정 배경의 학생 평균점수가 2012년 502점에서 2015년 486점으로 급락했다.

 

OECD에서 PISA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몇 나라의 교육장관이 책임지고 물러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PISA는 공신력 있는 학업성취도 평가다. 그런데 외국 전문가들이 2012년과 2015년 사이 한국 교육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어볼 정도로 PISA의 결과는 한국의 교육 형평성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 필자는 이것이 일관성 없는 정책 때문이라는 실증적 근거를 제시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와 학력향상 창의경영학교 지원처럼 학교 책무성 정책이 활발하게 추진된 시기(2009∼2012년)에는 최하위 20% 가정 배경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성적 수준과 PISA 최하등급 확률에서 모두 호전됐으나, 학교 책무성이 점진적으로 폐지되던 시기(2012∼2015년)에는 이들의 학업성취도가 이 두 지표에서 모두 악화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이렇게 2015년 교육 형평성이 급격히 나빠진 것은 저학력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려주는 학교 책무성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에서 학력(학업성취도)에 대한 강조와 창의성 및 인성에 대한 강조가 완전히 배치되는 것으로 여기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문제다. 학부모에게 물어보면 분명한 답이 있다. 학생의 학력도 중요하고 창의성 및 인성도 똑같이 중요하다. 창의성을 키운다고 학력을 외면하는 것이나, 학력만을 강조하고 인성을 외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는 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교육 정책에서 이러한 균형이 정치적 또는 이념적 이유로 무너지고 있다. 주입식·암기식 교육에서 탈피하는 동시에 열악한 가정 배경의 학생 학력을 동시에 끌어올려 주는 ‘이중초점(Dual Focus)’ 전략이 요구된다. 홍콩이 교육과정과 수업 방식의 일관된 변화를 통해 창의성 및 인성과 동시에 학력도 강조하면서 경제사회문화 지위지수의 계수추정값을 OECD 최하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교육 당국은 일관성 없는 교육 정책의 혼선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는 열악한 가정 배경의 학생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2013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폐지되면서 학교 현장에서 저학력 학생의 학력을 끌어올리는 교사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 6월에는 그나마 남아 있던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한 평가마저 거의 폐지됐다. 세계 대다수의 나라에서 도입하는 학교 책무성 제도를 급작스럽게 폐지하기보다는, 어떠한 문제가 있고 또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문항이나 채점 방식을 선다형 방식이 아니라, 최근 확산되기 시작한 프로젝트 학습과 같은 수업 혁신과 잘 맞는 수행평가나 과정평가와 같은 질적 평가를 통해 학생의 창의력과 소통 능력 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

 

과연, 자사고와 외고를 특권 학교로 규정하고 폐지하는 것이 열악한 가정 배경의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것인지도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도 어려운 가정 배경의 학생 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당장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노력을 어떻게 강화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교육공학을 활용해 열악한 가정 배경의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최적의 교육 방식으로 최선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개별화 교육의 강화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가입하신 이동통신사의 요금제에 따라
데이터 요금이 과다하게 부가될 수 있습니다.

파일을 다운로드하시겠습니까?
KDI 연구 카테고리
상세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