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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량 예상치는 왜 항상 뻥튀기 될까요?

김강수 2017/12/04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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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량 예상치는 왜 항상 뻥튀기될까요?

김강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국토인프라정책연구부장

 

고속도로처럼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교통 투자 사업에 국민의 혈세가 줄줄이 새어 나간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건설 전 교통량에 대한 예측치가 건설 후 실제 교통량에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교통시설은 건설에 필요한 비용과 건설 후 발생하는 편익(便益·사업 효과)을 비교해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합니다. 그런데 교통량을 실제보다 많을 것으로 예측하면, 우선순위가 낮거나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 심지어 해서는 안 될 사업까지 추진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 경우 세금과 사회적 자원을 낭비할 수 있습니다. 인천공항고속도로, 천안-논산간고속도로처럼 민간 자본으로 건설된 시설의 수익이 예상에 못 미치면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조건'이 있는 민간 투자 사업의 경우, 실제 교통량이 예측치에 크게 미달해 2015년까지 정부가 총 9700억원을 민간 투자 사업자에게 지급했습니다. 2012년 개통된 의정부 경전철은 교통량 부족으로 지난 6월 말 파산 선고를 받았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교통량 과다 예측 문제 발생

 

과다 교통량 예측으로 인한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2004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68개 유료 도로의 예측 교통량이 실제 교통량보다 20~30% 많게 예측됐다고 합니다. 옥스퍼드대학의 플뤼베아르 교수도 전 세계에서 수행된 대규모 210개 교통시설 투자의 교통량 예측치와 실적치를 비교한 결과, 철도 사업의 85%, 도로 사업의 50%가 예측치와 실적치가 20% 이상 벌어졌다고 합니다.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영불(英佛)터널(Channel Tunnel)은 개통 5년 후 이용 승객 수가 예측치의 45%, 화물 교통량이 40%에 그쳤고, 영국 동부 해안에 있는 험버(Humber) 대교는 개통 후 16년이 지나도 실제 교통량이 예측치의 50%에 머물렀습니다.

 

왜 이처럼 교통량은 과다 예측되는 경우가 많은 걸까요? 이를 위해서는 우선 예측 교통량과 실제 교통량 간에 차이가 왜 발생하는 건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통량 예측 오차의 원인으로 교통 전문가들은 예측 모형의 한계와 자료 미비 등을 언급합니다. 현재 교통 상황을 잘못 파악해서 장래 교통량을 예측한다든지, 경쟁 관계에 있는 교통수단 간의 상호 경쟁·보완을 무시하거나 고려가 미흡해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교통량 예측 모형, 기초 자료·예측을 위한 가정 등이 30~40년 후 교통량을 내다보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최근 빅데이터를 이용하더라도 미래 교통량을 예측해보려 하지만 40년 후 특정 도로에 자동차가 몇 대가 지나갈 것인가를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고 불확실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심리적·정치적·제도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하지만 단순히 예측 자체가 어려운 것이 원인이라면 교통량이 과다 예측되는 경우와 과소 예측되는 경우가 비슷해야 하는 게 정상입니다. 그러나 대다수 국가에서 교통량을 과다 추정하는 경우는 사업의 시기나 성격과는 상관없이 무작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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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교통량을 과다 예측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카너먼 교수는 사람들은 부정적 사건보다 긍정적 사건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고, 비관주의보다 낙관주의를 더 높이 평가하는 등 낙관주의적 편향(optimism bias)을 갖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성향이 교통량을 과다 예측하게 하고 대규모 교통사업을 추진하게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교통량 예측 과정에서 정치집단의 영향력은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에 대규모 교통시설을 건설하는 경우 그 비용은 전 국민이 지불하지만 해당 사업의 편익은 그 지역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정치인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교통량을 과다 추정하도록 해서 사업을 추진하도록 압력을 넣습니다.

 

정부 부처들도 예산, 권한, 조직의 확대를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사업을 추진하고자 교통량을 과다 예측하도록 평가자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측 전문가들은 사업이 진행돼야 기본 계획, 실시 계획·설계 등의 추가 용역 기회가 발생하기 때문에 교통량을 과다 예측합니다.

 

◇부실 예측 책임자 처벌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도 시행

 

세계 주요 나라는 비효율적인 교통사업을 막기 위해 교통량 예측 자료·방법, 비용·편익 추정 방법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또 예측의 독립성, 투명성, 책무성 등을 강화하는 제도적 개혁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8년부터 연평균 62억원을 들여 장래 교통량 예측을 위한 자료 구축과 방법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2007년에는 과도하게 교통량을 예측한 부실 책임자는 사후에라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건설기술관리법에 담았습니다.

 

인간 본연의 낙관적 성향을 지적했던 카너먼 교수의 주장을 반영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있습니다. 교통사업 추진과 무관한 제3자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외부 견해'를 통해 낙관적 교통량 예측을 줄이는 방안입니다.

 

예를 들어 신규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해당 사업과 유사한 고속도로 사업의 실제 교통량을 참고로 경험 많고 전문성이 풍부한 제3자가 교통량 예측치를 조정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보통 교통량을 예측하는 평가자는 자신의 교통량 예측 방법에 함몰돼 자신의 실수를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객관적 외부 전문가가 유사사례 사업을 바탕으로 낙관주의나 고의적 오류를 방지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참고할 만합니다. 영국은 이를 제도화해 기존 교통사업의 과다 교통량 예측 오차 분포를 참고해 낙관적인 예측치를 조정하거나 과소 예측된 건설 비용을 조정하는 지침을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교통량을 과다 예측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나라는 1999년 대규모 교통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를 도입했습니다. 이해 당사자가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하던 기존의 타당성 평가에서 신뢰할 수 있는 독립된 기관이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그 결과, 과거 예타를 수행하지 않은 도로 사업의 경우 교통량이 약 42% 과다 예측된 것으로 분석되지만, 예타를 수행해 추진한 사업의 도로 교통량은 약 15% 과다 예측에 머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도시철도 사업도 예타를 수행하지 않고 추진한 사업은 약 72% 교통량이 과다 예측된 것으로 분석됐으나, 예타를 수행한 도시철도 사업은 약 17% 과다 예측에 그쳐 오차가 감소했습니다.

 

예타를 통해 교통량을 과다하게 예측하는 편향성이 감소한 사실은 제도 개선을 통해 효율적인 교통 투자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음을 방증합니다. 교통량 과다 예측을 벗어나려면 조사 방법과 기초 자료의 신뢰 향상도 중요하지만, 교통량 예측을 객관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환경 개선이 더욱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비타당성조사 효과는] 17년간 653건… 130조 새는 돈 막아

 

예비타당성 조사는 새로 시작하게 될 대형 공공 투자 사업의 사업성을 사전에 꼼꼼하게 살펴보는 조사입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라 사업을 추진할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도로, 철도, 항만 같은 토목 사업이나 사회복지·보건·교육·노동·R&D 같은 기타 사업, 정보화 사업, 박물관이나 수목원 조성 사업처럼 정부 재정이 대규모 투입되는 사업이 그 대상입니다. 사회간접자본이라고 말하는 유무형의 인프라 사업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인프라 투자에는 대규모 재정이 들기 때문에 사업이 타당한지를 검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예타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는 해당 사업에 예산을 배정하고 사업을 추진할지 여부를 결정합니다. 예산 낭비를 막고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예타는 중요한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예타는 기초 자료 분석, 수요 예측 등 여러 과정을 거칩니다. 국민 경제에 미칠 효과와 투자 적합성을 비용과 편익을 따져 살펴보는 '경제성 분석', 해당 사업을 꾸준히 추진할 수 있는 '정책적 분석', 그리고 지역별 불균형을 고려한 '지역균형발전 분석' 등 세 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1999년 예타가 도입된 이후 2016년 말까지 653건의 조사가 시행됐으며, 이를 통한 예산 절감액은 1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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