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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정년보장 폐지하고, 성과급제 도입해야

김재훈 2017/12/0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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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 공무원 정년보장 폐지하고, 성과급제 도입해야

김재훈 KDI 연구위원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경제 능력에 비해 낮게 평가된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세계경제포럼(WEF)이나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과 같은 기관들은 정부의 비효율성을 지목한다. 세부적으로는 ▶정부 지출 낭비 ▶정책 결정 불투명성 ▶뇌물과 부패 등의 문제를 들고 있다.

 

한국 정부의 비효율성은 한국의 공직제도에서 그 원인의 일단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의 공직 제도는 개방형 임용을 부분적으로 도입하지만, 근간은 여전히 폐쇄형 계급제 공무원 제도다. 폐쇄형 계급제 공무원 제도는 정해진 경로 이외에는 외부로부터 신규 인력이 유입될 수 없다. 이 때문에 외부와 절연되고 외부와의 경쟁으로부터 벗어난다. 외부와의 끊임없는 경쟁과 성과 평가를 통해 효율성을 유지하는 기업 조직과 대비된다.

 

물론 폐쇄형 공무원 제도도 적절한 조건이 갖춰지면 업무를 수행하는 데 효율적일 수 있다. 이러한 효율성은 제한된 고위직 승진을 위한 경쟁이 존재할 때만 가능하다. 만약 고위직 승진이 보장되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승진할 수 없다면 하위직이 노력할 유인이 사라지게 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유인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그 직위의 수가 줄어야 한다. 조직의 형태가 삼각형이어야 할 뿐 아니라 승진하지 못한 사람은 조직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만성 인사 적체와 함께 조직 하부의 비대화와 잠재적 경쟁자의 증가로 인해 승진 가능성이 줄어드는 조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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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법 제33조는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공직에서 배제할 수 없게 돼 있다. 또 공직에서 배제하면 공무원 연금 수급권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공직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사실상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공무원 징계와 관련해 징계위원회 구성에도 중대한 이해 상충의 문제가 있다. 민간위원 비율을 2분의 1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공무원으로서 중앙 징계위원회의 위원으로 임명될 수 있는 직위에 근무하고 퇴직한 사람’(공무원징계령 제4조)을 민간위원으로 임명할 수 있다. 사실상 공무원 또는 공무원 출신 위원이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공무원 조직은 앞서 언급한 삼각형 형태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공무원 조직 외부에 유휴인력이 대기하고 있을 조직, 예컨대 공공기관 또는 공기업·해외공관·국제기구 등이 필요해진다. 둘째, 하위직의 승진 가능성이 매우 낮아져 사실상 노력할 유인이 거의 없게 된다. 고위직에서의 재임 기간을 줄여야만 승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돌아가면서 승진하는 것이 모든 공무원의 입장에서 최상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하위직이 노력할 유인이 사라질 수 있다. 결국 시간만 보내면 어차피 승진은 하게 되므로 특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어지고, 재취업 등의 고리를 통해 공기업이나 민간기업 등의 로비만 증가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살펴본 공직제도의 개방성과 공무원의 인적역량, 정부 효율 등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한국 공무원의 역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편이며, 국내 민간부문에 비해서도 모든 연령대와 성별에서 높다. 공무원 채용에서 공개경쟁 지필 시험의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공무원의 역량 수준도 높은데, 이는 정부조직의 폐쇄성이 강해지면 공무원의 역량이 높아진다는 것을 함의한다.

 

공무원의 직업 안정성이 높은 국가일수록 공무원의 직무수행에서 재량 행사 정도가 낮다. 직업 안정성이 높다는 것은 정년이 보장된다는 것이고 이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승진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승진이나 그로 인한 임금상승은 인적자본을 축적하거나 직무에 노력할 유인이 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무원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을 만들 필요도, 유인도 없다.

 

한국 공무원 제도의 중요 특징은 정년보장으로 인해 직무에 필요한 인원보다 많은 인원이 상대적으로 상위 직급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는 교육·훈련·파견·휴직 등의 비율이 상위 직급으로 갈수록 높아진다는 점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공무원들은 빠른 승진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너무 빨리 승진하면 정무직으로 갈 수밖에 없고 이 경우 동기보다 빨리 퇴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승진이 인적자본을 축적하거나 열심히 노력할 유인이 아닐 뿐 아니라 승진보다는 정년을 채우는 것이 공무원 자신에게 더 유리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무원에게 제대로 된 직무수행을 바라기는 어렵다.

 

한 조직, 한 국가의 성패는 그 유인 보상 체계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한국의 폐쇄형 공직제도와 같이 인재를 공직에 선발해놓고 정작 저급한 행정서비스 제공 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부패의 유혹에 노출시키는 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고, 정당화하기도 어렵다.

 

국가의 존속과 번영을 위해서는 인재가 민간영역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그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게 국가의 책무다. 현재의 유인보상 체계와 공직제도는 오히려 그 반대다. 수많은 젊은 인재가 공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직에서 정년보장을 폐지하고 성과급제를 도입하며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어야 한다. 공무원 연금을 국민연금에 통합해야 하고, 부처별로 필요한 직무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임용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공직 개방성이 확대돼 정부 성과가 높아지고 공직부패가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공직 개혁의 원리는 최근 문제가 되는 검찰 및 사법부의 개혁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공직 개혁은 규제개혁, 금융개혁을 비롯한 경제개혁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및 공기업 개혁과 민간의 노동경직성과 노동시장의 이중성을 해소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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