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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라 무시한 연체이자 못 낼 때마다 급증했다 (B11면)

김영일 2017/12/18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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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라 무시한 연체이자 못 낼 때마다 급증했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경제연구부 연구위원

 

가계는 소비, 주택 구입, 창업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립니다. 그런데 처음 대출을 받을 땐 그냥 넘어가기 쉽지만, 대출 계약서엔 연체이자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보통 대출을 받을 땐 대출 계약서에서 대출금리, 기간, 상환 방식 등만 눈여겨보지만 연체이자와 관련된 내용도 아주 중요합니다.

 

연체이자는 대출 계약서에 명시된 원금 또는 이자를 제때 갚지 못했을 때 부과하는 일종의 '지연배상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돈을 제때 갚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채무자의 배상 의무를 계약서에 써 놓은 것입니다. 대출 계약서에는 이처럼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 '채권자'가 되고 돈을 빌리는 가계는 '채무자'가 돼 서로 간의 권한과 책임 관계를 명시하게 됩니다. 대출자들은 대개 대출받을 때엔 대출을 꼭 갚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체이자가 높더라도 자신과 상관없는 항목이라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막상 대출금을 갖지 못하게 되면 연체이자는 대출자에게 큰 부담이 됩니다.

 

무시했던 연체이자…연체 시작되면 빠르게 불어 감당 어려워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가계 대출 관련 불만 유형을 살펴보면 이자와 관련된 것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과도한 연체이자'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대출 시점에는 간과했지만, 막상 연체가 시작되면 큰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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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이자는 대다수 은행에서 대출 계약서에 명시된 '대출금리'에 '연체가산금리'를 더해서 결정합니다. 연체가산금리는 대부분 은행이 대체로 대출 잔액의 6~8%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7% 금리로 대출을 받은 채무자가 연체할 경우 여기에 8% 정도의 연체가산금리가 붙어, 연체이자는 대출 잔액의 15% 정도가 됩니다.

 

보통 연체 1~2개월까지는 원금 일부 또는 이자 등 미납한 상환액에 대해서만 연체이자가 부과됩니다. 그런데 연체 기간이 이보다 길어지면 대출 잔액 전체에 대해 연체이자가 부과됩니다. 가령 대출 잔액이 1억원이고 연체이자율이 15%라면 빚을 전액 상환할 때까지 매년 1500만원 내외의 연체이자를 내야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연체이자율이 높으면, 연체기간이 길어질수록 갚아야 할 빚은 크게 불어납니다. 이는 연체자의 경제적 재기를 가로막는 요인이 됩니다. 우리나라 연체자 수는 100만명을 웃돌고 있습니다. 또 연체자는 매년 추가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앞으로 경제 여건이 나빠진다면 연체자 수는 훨씬 커져 우리나라 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수도 있습니다.

 

선진국보다도 높은 연체가산금리…산정 기준은 모호

 

앞서 말한 대로 대부분 은행은 획일적으로 2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에 6~8%의 연체가산금리를 얹어 연체이자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은행이 연체가산금리를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이며, 왜 이렇게 높은 것일까요? 아직 납득할 만한 은행의 설명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참고로 대출금리는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을 반영하는 기준금리에 각종 손실 비용, 업무원가 등 가산금리 항목을 더해 결정한다는 비교적 명확한 산정 기준이 있습니다. 그러나 연체가산금리는 그런 기준이 없습니다. 만약 연체이자율이 시장의 수요·공급 원칙에 의해 결정된다면 시장 상황에 따라 변해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은행들은 대출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은행이 입게 되는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합니다. 특히 연체가산금리에는 빚을 잘 갚도록 유도하기 위한 징벌(penalty)적인 측면도 고려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연체이자가 아니어도 채무자가 성실하게 돈을 갚도록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을 예로 들면, 대출자가 돈을 갚지 못하면, 신용등급이 최하위 등급으로 떨어지고 관련된 금융거래가 중단됩니다. 반대로 돈을 잘 갚아나가면 신용 평점이 좋아집니다. 채권은행이 담보권을 실행(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을 경우에 채권자가 채무 이행을 실행하는 일)할 경우 채무자는 주거권(住居權·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은 채권은행의 손실 비용 보전을 넘어서는 벌칙적 수준의 연체이자를 금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은행 경쟁 활성화되고, 소비자 구제·권리 보호 이뤄져야

 

연체이자는 채권은행에 훌륭한 고정 수입원입니다. 매년 일정 규모 이상의 연체자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연체이자율이 내려간다면 채권은행의 연체이자 수입은 감소하게 됩니다.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은행의 건전성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은행 대출의 다수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을 보면 LTV(주택담보인정비율·집값 대비 대출금의 비율)가 대체로 70% 미만을 유지하고 있어 담보주택을 처분하면 대출을 대부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과도한 연체이자가 발생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또 피해를 구제할 방법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소수의 금융회사가 독과점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우리나라 대출 시장구조 아래에선 정보력·협상력이 약한 소비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계약으로 대출을 받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돈 빌릴 곳을 찾기 어려운 대출자 대부분은 일부 대출 계약 요건이 불리하더라도 거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가계 대출 시장에서 금융회사 간 경쟁이 활발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또 피해를 본 소비자 구제와 권리 보호도 반드시 이뤄져 야 합니다. 은행들이 더 나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로 활발히 경쟁한다면, 소비자의 선택권은 넓어지게 됩니다. 또 불합리한 대출 관행 등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면 소비자의 피해도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제도 개혁을 위해 산업, 소비자, 규제 당국 등 주요 이해관계자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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