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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전문직 채용 줄어 … 대졸 실업률 13% 고졸의 두 배 (8면)

최경수 2018/01/0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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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전문직 채용 줄어 … 대졸 실업률 13% 고졸의 두 배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 인적자원정책연구부장

 

한국의 실업률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다. 2002년 이후 3%대에서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 실업률은 상황이 다르다. 15~29세의 청년층 실업률은 2000년부터 2012년까지는 8% 전후 수준에 머물러 있었으나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2016년 청년실업률은 9.8%에 달했고, 2017년에도 조금 더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용 조정이 급격히 진행됐다. 사무직은 명예퇴직의 대상이 됐고, 제조업에서는 생산직이 감축됐다. 이에 따라 채용은 더욱 매우 감소해 청년 취업난이 발생했다. 경제위기는 몇 년 후 극복됐지만, 일자리 조정은 계속 진행됐고, 청년취업난도 계속됐다. 청년 실업은 경제위기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기술혁신이라는 더 큰 변화가 배후에 있었다.

 

반면 정보화 혁명에 따라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전문직의 수요는 많이 증가했다. 금융·증권·전산 기술직·벤처기업에서는 공급이 부족해졌고 이에 따라 고급인력의 임금은 상승해 ‘양극화’가 크게 일어났다. 기술혁신에서 앞서 나가는 부문이 대기업이었기 때문에 양극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 확대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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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직과 사무직의 감소는 고졸 청년들에게 큰 타격을 줬고, 이에 따라 상당수의 고졸 청년들은 상급학교 진학을 선택했다. 2000년 68%였던 고교 졸업자의 상급학교(전문대학 포함) 진학률은 2008년 84%로 상승했다. 진학률이 상승하는 동안에는 재학생이 증가하기 때문에 배출되는 졸업자 수는 많이 늘어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청년 실업률도 별로 상승하지 않았다.

 

문제는 대학 졸업 이후였다. 대졸자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가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 졸업자 중 많은 청년은 사무직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취업 경쟁에서 고졸보다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취업 사정이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원하는 일자리에 갈 수 없으므로 청년들은 취업난이 심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청년실업률은 상승하지 않았다. 이런 상태가 대략 2010년 정도까지 지속했다.

 

2010년 이후에는 고졸 청년의 취업 사정이 개선됐다. 정보화 혁명으로 서비스직과 판매직의 일자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정보화 혁명은 서비스 소비를 촉발해 음식·레저·운송·소매에서 서비스업 일자리가 증가했다. 미국 소매업에서는 월마트와 통신판매가 슈퍼마켓을 대체했다. 바코드와 재고관리라는 혁신의 산물인 월마트는 종업원 규모가 200만명인 초대형 할인점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대졸 청년들이다. 청년의 일자리 선택은 평생직업이라는 커리어 결정의 의미를 가진다. 청년들은 미래를 고려해 일자리를 선택하며 필요하다면 장시간 대기하기도 한다. 실제 최근에는 대학 졸업 후 수년이 지난 실업자도 많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므로 청년 취업에서는 일자리의 특성이 구직자와 맞느냐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청년들이 자영업이나 소규모 제조업 사업장은 기피하지만, 대기업 비정규직 자리는 수용하는 것도 미래의 가능성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한국 청년은 매우 동질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한국 청년의 역량을 외국과 비교하면 평균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중위권이다. 하지만 그 분포가 가운데에 매우 밀집돼 있어서 하위권에서는 어느 국가보다도 우수하지만, 상위권에서는 선진국들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결과는 한국 교육의 강점과 약점을 보여준다. 중간에 밀집된 한국 청년들은 취업에서도 사무직과 생산직 등 중간 수준의 일자리를 찾지만, 기술혁신으로 이런 일자리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청년실업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일자리 미스매치’란 보다 정확하게는 동질적으로 양성된 청년들이 저 숙련 일자리를 기피하는 현상이다. 건설, 단순노무 등 일자리 기피는 분명 청년실업의 한 원인이지만 한국 청년의 특성에서 비롯된 점도 있다. 이는 공공부문 취업 경쟁이 매우 치열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청년실업률 상승도 대졸 청년에 집중돼 있다. 졸업자는 증가했지만, 대졸자의 일자리로 인식되는 경영·금융·기술 부문의 전문직과 준 전문직은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신규채용 규모가 줄어드는 반면, 중소기업에서는 아직 청년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청년들이 성장 둔화에 따라 승진 가능성이 제한된 대기업을 기피하고 성장성이 높은 중소기업을 선호한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이런 경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보화 혁명에서 가장 앞선 미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 정보화가 완성 단계에 접어들면서 고급 기술인력 수요가 급속히 감소했다. 한국 역시 정보화 혁명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전문직과 준 전문직 일자리 창출 부진 현상이 나타난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하지만 만약 그 이유 때문이라면 미국과의 격차를 고려할 때 시기적으로 너무 이르다. 대졸자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한국의 혁신이 보다 높은 수준에 도달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이유다. 여기에는 혁신을 이끄는 인재의 양성도 포함된다.

 

제조업 시대에는 자본이 이윤을 창출하지만, 지식경제의 시대에는 혁신 기업이 이윤을 얻는다. 산업이 이윤 추구 활동에서 성장하듯이 일자리 창출도 동일한 원리로 이뤄진다. 선진국처럼 혁신을 통해 그 성과를 높은 임금으로 배분하고, 높은 임금이 소비를 유발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 국제 수준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 최상위 인력의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경제 혁신을 위한 동태적인 기업성장 환경, 교육에서의 수월성 확보는 한국이 지속해서 추구해야 할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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