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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靑年 일자리 대책, 기성세대의 부끄러운 미봉책이다 (26면)

윤희숙 2018/03/26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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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靑年 일자리 대책, 기성세대의 부끄러운 미봉책이다

윤희숙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지난 15일 발표된 청년 실업 대책의 핵심은 4조원 규모의 추경으로 중소기업과 중소기업 취업 청년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이 될 것이라며 그간 기대 수준을 올려온 것에 비해 대체적인 반응은 '거대한 미봉책'이라는 실망이다.

 

이번 대책의 기본 시각은 인구 구조 변화상 청년 실업이 향후 수년간 가장 심각할 것이니 일단 이들을 어디든 취업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인적 자본 형성이나 평생 경력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저생산성 중소기업이라도 이들을 5년 정도 실업률 통계에서 비켜나게 할 수만 있다면 기업에 대한 인건비 보조와 청년에 대한 세금 면제, 목돈 마련 지원까지 아끼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한 가장 간단한 비판은 고용보조금에 의존하는 방식에 대해서다. 고용보조금은 노동시장 정책 수단 중에서도 부작용이 크고 비효율적인 수단으로 꼽힌다. OECD 국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은 보조금 규모가 클수록 부작용도 심했으며, 보조금 없이도 생겼을 일자리가 많게는 10개 중 9개에 달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출 금액에서 새어나가는 비율이 90%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보조금에 의존하는 것이 하수(下手)라고 비판받는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불황 때문에 일자리가 부족하다면 비효율성에도 불구하고 보조금이 어느 정도 효과를 가질 수 있지만, 구조적 장애가 실업의 주원인일 때는 이를 제거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구조 개혁이 절실할 때 거대 규모의 보조금으로 대응하는 것은 재원 낭비도 낭비지만, 구조 개혁 필요를 가림으로써 심대한 부정적 효과를 갖는다.

 

그 의미는 역사적 맥락에 비춰볼 때 더 뚜렷해진다. 수십년의 호황 후 성장이 둔화되고 일자리가 부족해진 것은 우리뿐 아니라 대다수의 선진국에서 공통된 문제이며, 기득권 근로자의 고용 보호가 강한 국가일수록 청년 실업 역시 만연한 현상이다. 1980년대 이후 각국은 노사 타협을 통해 핵심 근로자를 보호한 채 비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노동 비용을 줄이고 유연성을 담보하려 했지만, 근래 들어 그 유용성은 급감했다.

 

안정적 일자리를 확보한 근로자와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거나 비정규직에 갇힌 청년 간의 격차, 즉 노동시장 2중(重) 구조가 초래하는 사회적 갈등이 위험 수준에 달했기 때문이다. 근래 여러 선진국에서 기득권 근로자의 고용 보호 축소를 핵심 개혁 어젠다에 포함하기 시작한 것은 비정규직이라는 우회로에만 의존하며 회피해왔던 세대 간 형평 문제를 직시(直視)하려는 시도이다.

 

우리나라 역시 고도성장에 이어 두 번의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이들과 유사한 궤적을 밟아온 결과 문제가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다. 우선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핵심 근로자의 고용 보호가 매우 강하다.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공공 부문과 대기업에서는 개인의 무능력이나 태만을 사유로 한 해고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각종 법과 제도가 이를 공고히 하고 있다. 물론 이는 근로자 보호 측면에서 바람직할 수 있지만, 노동시장에 진입조차 못하고 줄 서 기다리는 청년 실업자들을 생각하면 좀 더 균형 잡힌 개혁이 필요하다.

 

또한 한 직장에서 20년 이상 일하면 신입 직원에 비해 세 배에 가까운 급여를 받는 임금 구조 역시 기득권을 강화하고 이직으로 인한 손실을 늘려 일자리 독점을 심화시킨다. 고성장 시대 인력 확보 수단으로 유용했던 우리나라의 연공급(근속연수에 연동해 임금이 증가하는 체계)은 상황 변화에 맞춰 진화하지 않아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심하다. OECD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연공급을 일컬어 청년을 위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여력(餘力)을 차단하고, 고령 근로자를 노동시장에서 기피하게 만드는 주요 장벽으로 지적하고 있다.

 

한 그룹은 죽어라 보호하면서 급여도 몰아주고, 나머지 그룹은 추운 벌판에 기약 없이 세워놓는 구조인 셈이다. 정작 결정적인 장애물은 방치한 채 좋은 자리는 이미 다 찼으니 열악한 직장이라도 몇년만 가 있으라며 등을 미는 것이 특단의 대책이다. 기성세대로서 청년에게 부끄럽고 미안할 뿐이다.

 

국제 경쟁 속에 생존하기 위해 구조 개혁이 절실하다는 외침들은 그동안 기득권층의 저항에 밀려 공허한 메아리로만 맴돌았다. 그런데 이제는 세대 간 격차까지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 청년 세대의 고통은 돈만 써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기성세대가 고통과 기회를 나누는 것 말고는 다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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