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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자유학기제와 사교육

박윤수 2018/04/02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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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자유학기제와 사교육

박윤수 KDI 연구위원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다. 올해부터 전국의 1500개 중학교에서 자유학년제가 시범 실시된다. 2016년부터 전국의 모든 중학교에서 실시된 자유학기제를 자유학년제로 확대한 것이다. 자유학기제란 중학교 한 학기 동안 시험을 보지 않고 교과수업 대신 체험활동의 비중을 높이는 제도다. 대체로 오전 중에는 교과수업을 압축적으로 실시하고 오후에는 진로탐색, 동아리, 예체능 등의 비교과활동을 실시한다. 한 학기 동안 성적 부담에서 벗어나 진로를 탐색하고, 창의성, 사회성 등을 함양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자유학기제가 자칫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입시 경쟁 등 제반교육 여건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학기 중에 일시적으로 교과수업이 감소하면 학부모의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사교육업체들은 이러한 불안 심리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원들이 자유학기가 선행학습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홍보하는 경우가 그간 다수의 언론매체를 통해 꾸준히 보도돼 왔다.

 

자유학기제는 실제로 사교육을 증가시켰을까? 필자가 통계청의 2009~2016년 사교육비조사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전체적으로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으나 고소득층에서는 사교육이 유의하게 증가한 경향이 발견됐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 소득이 높을수록 교과수업의 감소를 사교육으로 대체하기 쉽다. 둘째, 자유학기 중에는 내신 관리 부담이 없으므로 선행학습 목적의 사교육이 늘어날 수 있는데 이 영향은 주로 고소득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소득이 높을수록 선행학습 목적의 사교육을 많이 수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는 자유학기제가 사교육을 통해 소득별 교육격차를 확대시키는 의도치 않은 부작용도 동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교육정책은 다른 분야의 정책과 달리 학생의 인생에 항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공교육 서비스가 줄어들면 그 피해는 저소득층에 집중된다. 고소득층은 사교육으로 보충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그러한 보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2002년에 학생들에게 여유를 주자는 취지에서 학교 수업을 단축시켰다가 소득별 성적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을 경험한 바 있다. 자유학기제는 공교육 서비스의 감소가 아니라 다양화를 추구하는 제도지만 교과학습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서비스 감소로 비춰질 소지도 있다.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자는 자유학기제의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단, 정책을 확대하기에 앞서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검증과 준비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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