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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적 기업가정신이 발휘되도록 해야

서중해 2018/05/10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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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적 기업가정신이 발휘되도록 해야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튜링테스트는 컴퓨터가 인간지능을 갖췄는지 판별하는 실험으로 유명하다.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이 제안한 것으로, 컴퓨터와 대화를 나눠 얼마나 인간처럼 반응하는지 검증하는 방식이다. 이 튜링테스트를 경제 정책의 효과를 검증하는 데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정부가 기술 변화에 따른 도전 과제에 얼마나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판별하는 도구로 활용해보는 것이다.

 

기술 변화로 정부가 직면한 도전 과제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공급 혁신에 맞춰 수요 확대를 이끌어내는가. 둘째, 기술 변화로 인한 노동과 자본의 잉여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가. 셋째, 균열 조짐이 있는 노동과 자본의 상생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가.

 

이 세 가지는 우리나라 경제 정책에 상당히 큰 도전 과제다. 디지털 혁명은 노동과 자본 사이의 상생 관계에 균열을 초래하고 있다. 공급 역량은 높아졌지만, 일자리 창출의 부진으로 소득불평등이 확대되고, 이는 수요 제약으로 나타나 공급과 수요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노동의 잉여 문제도 심각하다. 기존의 실물자본재와 인력에 대한 수요와 보상은 줄어드는 반면 무형자산과 우수한 인재에 대한 수요와 보상은 늘어난다. 기업이 내부 자금은 쌓여도 투자할 곳을 못 찾으면서 자본의 잉여 문제도 발생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이 세 가지 도전 과제에 대해 혁신 성장, 일자리 중심 소득주도 성장, 그리고 공정경제의 세 축으로 대응하고 있다. 혁신 성장은 공급 측 혁신 역량의 강화를 추구하며, 소득주도 성장은 분배 개선을 통해 지출이 성장을 유인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추진되고 있다. 공정경제는 과도한 경제력 집중의 폐해를 교정해 시장질서를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우리 경제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 전략으로 보면 제대로 맥을 짚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부의 경제 정책을 전체로 묶어서 ‘공급 혁신→수요 확대의 선순환 기제로 작동하고 이를 통해 노동과 자본의 잉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비어 있는 부분이 드러난다.

 

혁신 성장 전략은 공급 측 혁신 역량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이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시장이 확대돼야 한다. 정부가 혁신 성장 전략으로 제시하는 ‘과학기술발전 주도 4차 산업혁명’이나 ‘중소벤처기업 중심 창업’ 등에 시장을 열어주는 정책들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 새로운 실험이 이뤄지도록 기술 발전에 맞춰 규제를 재설계해야 수요가 늘고 시장이 확대된다.

 

노동의 잉여 문제에 대한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일자리 경제’는 현재의 취약계층과 가계부채 등 위험 요인에 대응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는 산업수요 변화에 맞춘 인력 양성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 사안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디지털 혁명을 선도할 인재 양성과 이를 위한 교육·훈련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없다.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과 ‘소유·지배구조 개선’도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선결 요건이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자본 잉여에 따른 투자 부진을 해결할 수 없다. 시대적 흐름을 읽고 야성적 모험으로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기업가정신이 발휘될 수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됐다. 현재의 경제 정책은 우리 경제가 처한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데는 유효하지만,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과제에 주력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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