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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밀리언달러 베이비

손욱 2019/06/10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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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달러 베이비

손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인구가 국가·부족·가문의 힘과 영속성의 척도였던 시대에 출산은 의무였다. 농경사회가 산업화·정보화 사회를 거치면서 출산은 선택의 문제가 돼왔다. 즉 저출산은 인류의 오랜 전통이 조정되는 과정이다..

 

출산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러나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대부분은 앤 베링턴이라는 인구학자가 명명했듯이 만성적으로 출산을 미루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원하는 수준의 교육을 받고,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기본적인 주거조건이 확보되고, 직업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조건이 완성될 때까지 출산을 미룬다. 출산하지 않는 선택이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데 따른 비자발적인 것이라면 이는 국가의 정책 대상이 된다.

 

따라서 출산을 위한 조건이 충족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국가의 정책 영역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작년 12월 새로운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발표했다. 출산율 자체가 아니라 교육, 고용, 주거, 일·생활 균형을 통해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게 핵심이다. 삶의 질을 높여 인구 감소 추세의 방향을 바꾸는 선순환을 하자는 뜻이다.

 

정책의 포괄범위도 종합적이고 방향도 맞다. 그런데 대책 수준의 치열함이 보이지 않는다. 출산율 목표도 설정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성과를 관리할 목표도 없다. 그리고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에 잘 적응하자는 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2006년 정부는 민관합동으로 ‘함께하는 희망한국 비전 2030’을 발표하였다. 이 자료는 우리가 앞으로 극복해야 할 대내환경의 첫 번째로 저출산·고령화 가속을 지목하고 있다. 지금 비슷한 목적의 자료를 만들어도 여전히 저출산·고령화는 도전과제의 첫줄을 장식할 것이다. 이를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10여년간 추진한 저출산 대책이 효과가 없었거나, 정책의 효과가 워낙 장기에 걸쳐 나타나므로 여전히 도전과제이거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을 보면 일의 우선순위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급하지만 덜 중요한 일과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의 우선순위에서 우리는 대부분 전자에만 집중한다. 저출산 정책은 후자의 부류다. 미래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정책이지만 시급성과 관심도 면에서 늘 다른 정책에 밀린다. 긴 정책시계를 갖고 꾸준히 시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 우리나라 정책 풍토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인구대책 전담 부처를 만들자. 출산율과 출생아수가 어느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이 부처를 없애지 못하도록 대못도 박아두자. 저출산 정책의 포괄범위가 넓다 보니 위원회 조직을 만들었을 테지만, 위원회 조직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수립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부처 간 상이한 정책목표의 충돌, 추진사업의 사전 조정 미흡, 예산 지출의 비효율성이 지적된다.

 

예산 사용을 획기적으로 바꿔보자. 미국의 경우 중간소득 가정이 자녀 한 명을 17년간 키우는 데 평균 3억원 정도 든다고 한다. 1년 평균 1700만원, 한 달에 150만원이다. 여기에는 주거비용, 생계비, 교육비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자녀 양육에 이 정도 비용이 소요된다고 가정하고 1년간 출생아 수 30만명에게 이 비용을 지급하면 연간 5조원의 예산이 든다. 세 차례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상의 예산을 합쳐보면 15년간 189조원이다. 1년 평균 12조6000억원인 셈이다.

 

가래로 막지 말고 호미로 막자는 취지로 저출산 대책을 추진해온 지 14년째다. 올해는 출생자가 사망자보다 적은 인구 자연감소가 나타나는 첫해다. 이제는 호미로 막기 어려워졌다. 1960년대부터 30년 가까이 진행된 출산억제 시기에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캠페인이 있었다. 지금은 캠페인이 아니라 현실이다. 출생아가 성인이 될 때까지 3억원이 소요된다면 이를 국가가 책임지자. 이렇게 책임진 아이들의 미래가치는 10억원, 100억원 그 이상일 것이다.

 


문의: KDI 홍보팀 김은총 044-550-4034, capkec@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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