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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거절규제의 법리와 경제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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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이재형(李在亨)
  • 발행일 2005/12/31
  • 시리즈 번호 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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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부당한 거래거절(refusal to deal)은 불공정거래행위의 하나로서 규제되고 있는데, 거래상대방의 선택의 자유라는 경제주체의 기본권리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질서 혹은 거래질서의 확보라는 두 가지 원리가 서로 충돌하는 부분으로서, 경쟁법상 합법과 위법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분야이다. 이러한 미묘한 특징을 가진 거래거절행위에 대해 그 경제적 효과와 경쟁법에서의 위법성의 판단기준을 찾는 것은 여타의 불공정거래행위규제의 평가에 있어서 유용한 분석적 틀로서의 의미도 동시에 갖고 있을 것이다. 거래거절은 또한 산업의 고도화·정보화의 진전에 따라 전기, 정보·통신, 가스 등 네트워크 산업에 있어서의 필수설비에 대한 접근성,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컴퓨터 운영체계(OS), 인텔의 프로세스·칩 등 첨단산업에 있어서의 필수요소에 대한 접근권 등을 둘러싸고, 최근 경쟁법상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공정거래법은 그동안 경쟁의 활성화를 통한 시장기능의 제고에 기여하여 왔다. 공정거래법은 경쟁법의 기본정신인 경쟁과정 및 경쟁시스템을 보호하는 역할과 함께, 우리나라의 특수한 여건을 감안하여 거래관계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업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동시에 수행해왔다. 공정거래법 집행에 있어서의 효율성과 형평성이라는 두 가지 기준은 특히 선진시장경제에 비해 사업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기초한 계약자유의 원칙이 성숙되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는 일정 부분 합리성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우리경제가 한 단계 높은 새로운 도약의 길에 들어선 지금에 와서는 공정거래법의 운영도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거래거절규제에 있어서 공동의 거래거절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원칙금지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지만, 단독의 거래거절에 대해서는 미국·EU·일본, 그리고 우리나라는 각각 조금씩 다른 규제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셔먼법을 통해 독점화(monopolization)규제의 한 형태로서 거래거절을 규제하고 있으며, 독점화까지는 이르지 않더라도 경쟁저해행위의 사전배제 목적을 위해 FTC법에서도 역시 거래거절을 규제하고 있다. 그렇지만 원칙적으로는 경제활동의 자유와 개별 사업자의 선택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이념에서 공적 개입을 가능한 한 배제하는 입장에 있다. 이에 비해 EU는 거래거절규제기준과 대상을 필수설비와 지배적 기업으로 엄격히 한정하고 있지만, 위법성의 기준을 포괄적으로 설정하여 공적 개입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사적독점의 금지와 불공정거래행위 두 수단을 통해 규제하고 있지만, 실제 거래거절사건은 대부분 불공정거래행위로서 규제되었다. 그렇지만 위법성 판단에서는 역시 경쟁제한성을 중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거래거절에 대해서 각 나라는 그 규제기준은 조금씩 달리하지만, 대체로 위법성의 판단기준을 경쟁제한성에서 찾고 있다.

거래거절과 관련된 과거 우리나라의 심결례를 검토해보면 주로 행위의 외형에 중점을 두어 거래거절 그 자체로서 위법성을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였다. 따라서 이들 행위가 갖는 경쟁저해적 효과에 대한 분석은 상대적으로 취약하였다.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의 정신에도 나타나 있듯이, 특히 거래거절과 관련하여서는, 기업의 계약의 자유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경쟁에 위협을 주지 않는 한, 당사자 간의 자유의사에 의한 계약의 체결·해지는 존중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이 추구하는 주요 법익의 하나로서 형평성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기능에 불과하며, 제도의 요체는 경쟁과정의 보호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에서 제시된 거래거절규제의 방향성은 전체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되지만 다음과 같은 점에서 부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첫째, 거래거절에 있어서 부당한 배타적 행위와 기업의 선택의 자유 사이에 분명한 경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지침에서는 단독의 거래거절에 대해 경쟁저해성을 주된 위법성 기준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이 외에도 다른 요소를 포괄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고려요인은 보완적 기준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한데, 만약 이 기준이 독립적인 기준의 하나로 운영된다면, 자칫하면 지침에서 주된 기준으로 중시하고 있는 여타의 경쟁저해성 기준을 무력화(overriding)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불공정거래행위의 위법성 판단에서는 ‘정당한 이유 없이’와 ‘부당한’의 개념설정이 매우 중요한데, 이에 대한 분명한 구분이 필요하다. 이 두 개념이 만들어진 일본의 독점금지법에서는 전자는 원칙위법, 후자는 원칙합법으로 비교적 개념구분이 분명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지침에 의해 이 두 개념이 상당히 접근되어 사실상 거의 동일한 개념인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로 인하여 ‘정당한 이유 없는’ 공동의 거래거절과 ‘부당한’ 단독의 거래거절의 위법성 요건이 거의 근접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셋째, 특히 공동의 거래거절에 대해서는 원칙금지주의를 좀더 엄격히 견지할 필요가 있다. 즉, 지침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를 너무 넓게 인정해주고 있는데, 특히 공동의 거래거절에 대해서까지 안전지대의 설정까지 필요한지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넷째,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에 대한 공정거래법의 명확한 위치부여가 매우 중요하다. 산업의 발전에 따라 경쟁법의 집행에 있어서도 새로운 과제들이 부각되고 있는데, 특히 첨단산업분야에 있어서 ‘사실상의 표준’에 대한 입장은 최근의 마이크로 소프트 사건에서 보듯이 구체적 사건에 대한 위법성의 판단은 물론 공정거래법의 전반적인 운영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경쟁법은 한 국가의 경제적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해 그 기반이 되는 경제활동의 기본질서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법이다. 따라서 원론적으로는 경쟁의 촉진과 자유로운 경쟁이 이루어지기 위한 조건의 정비 초점이 맞추어지고, 위법성의 판단기준도 이러한 목적에 맞게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각 국가가 처해 있는 경제적 상황이나 경제활동에 대한 기본이념과 인식에 따라 경제활동에 있어서의 ‘공정성(fairness)’에 대한 판단은 다소 달라질 수 있으며, 이러한 이유에서 모든 나라의 경쟁법은 지향하는 방향성은 모두 같지만, 그 구체적 기준이나 운영방법에 있어서는 각각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특수한 여건과 가치관에 지나치게 구속된다면 자칫하면 경쟁법이 추구하는 본래의 목적을 오히려 훼손할 우려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하며, 이는 거래거절규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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