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한 전력도매시장 구조 개선 방향 - KDI 한국개발연구원 - 연구 - KDI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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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한 전력도매시장 구조 개선 방향

202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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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여창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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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태양광 시설은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풍력 발전소도 여행 다니다보면 자주 보이죠.
앞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쭉쭉 늘릴거라는데,
사실 아무런 대책 없이 재생에너지만 늘리다보면
오히려 전력공급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런걸까요? 그리고 어떻게 해야할까요?
|   스크립트   |
요즘 태양광 시설이나 풍력발전소를 전보다 쉽게 볼 수 있죠.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5년 후 약 19%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전기는 만드는 순간 바로 사용되어야 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중요한데요,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아무런 대비 없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전력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대규모 정전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력도매시장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을까요?

국내 전력도매시장은 전력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발전사에게 전력량, 용량, 보조서비스로 구분해 가격을 지급하고 있는데요,

우선 가격이 유연하게 결정되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게 전력도매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분석해봤습니다.

전력량 가격인 전력도매가격은 연료비를 기준으로 정하고
시간대마다 가장 싼 순서부터 쓰이는데
태양광과 풍력은 연료비가 따로 없으니 가장 먼저 쓰입니다.

재생에너지를 더 쓸수록 전력도매가격 평균이 낮아지면서
다른 발전원의 수익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게다가 날씨에 좌우되는 재생에너지를 늘릴수록
전력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아져서
다른 발전원들의 전력 공급과 수익까지 불안정해지고
설비용량을 확보할 유인이 줄어듭니다.

전처럼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예비용량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되고요.

또한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으로 전력 수급의 실시간 균형이 깨지고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초·분 단위로 주파수나 전압을 조정해 주는 보조서비스에 대한 수요까지 증가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가격이 유연하게 정해지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면 
용량 가격과 보조서비스 가격이 오르면서
용량을 확보하고 유연성을 제공하는 행위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게 되는 겁니다.

문제는 우리 전력도매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이 경직적이라는 겁니다. 

전력도매가격은 연료비 위주의 변동비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가 포함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중이 높은 영국에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면서 용량 가격이 올랐는데, 우리나라에서 용량 가격은 고정 투자비를 기준으로 정하면서 기술 발전과 시장환경 변화 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용량을 확보하기 위한 충분한 유인을 제공하지 못할 수 있는 거죠.

보조서비스 가격도 배정액이 미리 정해지는 방식이라
수요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정산단가가 하락하는 모순이 생기는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에너지저장장치처럼 필요한 설비 투자가 지연되고, 
결국 전력시스템의 안정성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저자인터뷰)
재생에너지 발전이 확대되면서, 전력도매시장의 구조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현행처 럼 경직된 가격구조가 유지되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시장의 대응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에너지저장장치처럼, 변동성을 완화하고 유연성을 제공할 설비에 투자할 수 있게 끔 가격 체계를 개선해야 할 텐데요, 변동비 평가방식보다는 발전사들의 입찰 가격을 기반으로 전력도매가격을 설정하고, 용량과 보조서비스 가격도 시장 환경과 수요에 연동되어야 합니다.

재생에너지 시대, 신규 설비 투자와 기술 혁신을 유도하고 전력시스템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끔 전력 시장 구조와 제도가 변화해야 합니다.
 


기상조건에 따라 공급량이 변동하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안정적 전력 공급과 정전 방지를 위한 시설 투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력도매시장의 경직적인 가격 결정 구조는 적절한 투자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고 필요한 시설 확충을 지연시키고 있다. 따라서 전력 수요와 공급을 유연하게 반영하도록 전력도매시장의 가격 체계를 재설계하여, 시설 투자와 시장 운영을 위한 가격 메커니즘이 원활히 작동하는 전력시장 구조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Ⅰ. 서론

지난 20여 년간 전력시장 환경은 크게 변화하였다. 시장참여자는 2001년 10개사에서 2023년 6,333개사로 크게 늘어났고,1) 전력 수요 역시 257.7TWh에서 546.0TWh로 2배 넘게 증가하였다.2) 특히 태양광과 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비중이 0.04%에서 8.5%로 크게 확대되면서 전력시스템 전반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3)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30년 18.8%, 2038년 29.2%로 더욱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4)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을 때 작동 가능했던 현재의 전력도매시장 구조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기상 여건에 따라 재생에너지의 공급량이 크게 변동한다는 특성에 더해 전력도매시장의 구조적 한계까지 겹치면서, 예비 전력 부족이나 출력 불안정에 따른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고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가져오고 있는 전력도매시장의 환경 변화를 살펴보고, 현재의 전력도매시장 구조가 지닌 한계를 진단한 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 과제를 제시한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전력도매시장이 안정적으로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지 점검이 필요하다.

Ⅱ.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시장 환경의 변화

태양광과 풍력 등 자연조건에 좌우되는 재생에너지 출력은 기상 여건에 따라 일 · 시간대별로 크게 달라지며, 전력도매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키운다. 동시에 전력 수요자인 기업과 가정이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높을 때는 재생에너지 조달 기업과 가정이 도매시장으로부터 전력을 구매하지 않고, 반대로 발전량이 적을 때에는 구매가 증가하여 도매시장의 수요 변동성이 커진다. 이와 같은 구조는 전력도매시장의 일간 거래량 변동성을 크게 확대시키고 있다(그림 1).  

기상조건에 따라 출력이 변동하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면서, 전력시스템 전반의 변동성이 증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변동성 증가는 전력도매시장의 최소 전력거래량과 최대 전력거래량 간 격차를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나타난다(그림 2).전력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월 최대 전력거래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반면, 기상 여건에 따라 태양광 · 풍력 발전량이 늘어나는 시기에는 재생에너지 조달 기업과 가정의 시장 수요가 줄어들어 월 최소 전력거래량이 구조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기존 발전설비들의 출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존 발전설비들의 이용률 저하, 송전망 부족, 재생에너지 출력 제어 등은 전력도매시장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성을 고려하여 전력시장은 최대 전력거래량에 상응하는 수요를 감당할 규모의 설비들을 확보하지만, 최소 전력거래량의 감소로 기존 발전설비 중 가동되지 않는 설비 규모가 증가하여 전력시장의 효율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성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자체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력 수요를 초과하여 재생에너지 공급이 과잉될 때, 송전망 부족 문제가 겹치며 전력시스템이 잉여전력을 수용하지 못하고 재생에너지 출력을 제어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연료비 없이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하지 못하고 버리게 되는 빈도가 증가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수익성은 하락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재생에너지 출력 변동성의 영향을 완화하고 대규모 정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전력 예비용량을 갖춰야 한다. 동시에 에너지저장장치(ESS)처럼 재생에너지의 공급 여력이 충분할 때 전력을 저장하고 부족할 때 방전해 수급을 보완하는 유연성 설비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이러한 설비들이 필요한 수준으로 신규 투자되고 지속적으로 운영되려면, 전력도매시장에서 투자비와 운영비를 회수할 만큼의 보상 메커니즘이 갖춰져야 한다.

에너지저장장치와 같은 유연성 설비 확충의 투자를 위해 적절한 가격 메커니즘이 작동해야 한다.

Ⅲ. 전력도매시장의 기본 구조

전력시스템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실시간으로 맞춰야 한다. 수급 균형이 조금만 어긋나도 주파수가 적정 범위를 벗어나서 광역 정전으로 이어지거나 운영비용이 불필요하게 증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공사와 발전사업자 간에 전력을 거래하는 전력도매시장은 정전 위험을 막을 만큼 충분한 설비를 확보하되, 과잉 투자는 피하고 총 시스템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예상 전력 수요를 충당하도록 설계된다(그림 3).

 

전력도매시장은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예상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 전력도매시장은 실제 전력을 공급하는 행위, 사전에 설비용량을 확보하는 행위, 그리고 주파수와 전압을 조정해 주는 행위를 구분하여 보상한다.

이를 위해 전력도매시장에서는 전력을 실제로 공급하는 행위(전력량, energy)뿐만 아니라, 전기를 생산하지 않더라도 전력시장이 필요로 할 때 즉시 출력을 낼 수 있도록 대기하는 행위(용량, capacity)에 대한 가격, 그리고 실시간 수급 균형을 유지하고 전력망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주파수와 전압을 조정하는 행위(보조서비스, ancillary service)에 대한 가격을 구분해 지급한다. 

용량 가격은 전기를 생산하지 않는 순간에도 전력시장에 참여하여 즉시 출력을 낼 수 있도록 대기하는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이러한 보상 체계는 전력시스템 운영기관이 장기 설비와 예비용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도록 돕는다. 보조서비스 기능을 제공하는 설비들은 재생에너지 출력이 급감하거나 급증하여 주파수가 적정 범위를 벗어날 경우 출력을 유연하게 조절하여 주파수를 적정 범위 내로 회복시킴으로써 전력시스템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정전을 방지하도록 돕는다.

전력량과 보조서비스 가격은 현물계약 형식으로 하루 전 혹은 실시간으로 결정되며, 용량 가격은 발전설비 용량 확보 차원에서 선도계약 형식으로 사전에 결정된다(표 1). 한편, 국내 전력도매시장에서 재생에너지는 용량과 보조서비스 제공이 어렵기 때문에, 이 기능들에 대해서는 보상받지 않는다. 대신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enewable Portfolio Standard: RPS) 제도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발급받고 이를 판매한 수익을 전력량 정산금에 더해서 지급받는다.

Ⅳ. 가격이 유연한 전력도매시장에서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 

이처럼 하나의 전력도매시장 안에서 여러 기능별로 구분된 시장들이 운영되며 서로 유기적으로 연동되고, 각각의 가격신호는 발전설비의 신규 진입 및 퇴출 결정과 전력시스템의 실시간 운영에 영향을 미친다.

재생에너지 비중의 확대는 전력도매시장 구조와 기능별 시장의 비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윤여창(2024)은 재생에너지와 기저발전, 가스발전, 에너지저장장치 등다양한 발전원이 참여하는 전력도매시장에 대한 이론 모형을 통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전력도매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지면 수익성 악화와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기존 발전원들이 설비용량을 확보할 유인이 감소한다. 
따라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설비용량을 확보하는 행위에 더 많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1. 재생에너지 비중의 확대는 용량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

분석에 따르면, 전력량과 용량 가격이 유연하게 결정되는 구조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의 확대는 용량 가격을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4). 그 경로는 다음과 같다. 

우선, ① 변동비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하면, 현물시장의 전력량 가격인 전력도매가격(System Marginal Price: SMP)이 평균적으로 하락하게 되므로 다른 발전원들의 수익성이 악화된다. 따라서 해당 발전원들이 선도시장에서 설비를 투자할 유인이 감소하게 되므로, 동일한 예비용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용량 가격의 상승이 필요하다. 또한 ②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전력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높여서, 다른 발전원의 전력 공급과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대시킨다. 이러한 위험은 설비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보상 기제로 용량 가격은 상승한다. 그리고 ③ 기상조건에 따라 재생에너지 출력이 급감하고 전력 수요가 급등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필요한 예비용량의 규모가 증가하게 된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선도시장에서 더 많은 설비투자 유인이 필요하게 되어, 용량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한편, 천연가스 가격 상승 등으로 전력도매가격이 상승하면 용량 가격은 하락한다.

2.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용량 가격을 하락시키는 요인

재생에너지 비중이 일정한 상황에서는, 천연가스 가격에 따라 용량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11) 시간대별로 발전기들은 1kwh당 한계비용이 낮은 순서대로 정렬된 뒤, 그 시간대의 전력 수요를 충족하는 마지막 발전기의 한계비용이 해당 시간대의 전력도매가격이 된다. 가스발전이 상대적으로 다른 발전원들보다 연료비가 높기 때문에, ④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은 전력도매가격 상승을 유발한다. 따라서 낮은 용량 가격에서도 설비를 투자할 유인이 발생하여 용량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3.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보조서비스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

한편, 보조서비스 수요도 재생에너지 비중의 확대에 따라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급변하기 때문에, 주파수와 전압이 적정 범위를 쉽게 벗어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 · 분 단위의 주파수나 전압을 조정해 주는 보조서비스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작은 출력 변동으로 인해서도 전력 수급의 실시간 균형이 깨지고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V. 가격이 경직적인 우리나라 전력도매시장에서의 문제점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력도매시장의 변동성이 증가하면서, 대규모 정전을 방지하기 위해 출력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설비와 적절한 규모의 예비용량을 갖춰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설비들이 신규 투자되고 운영될 수 있는 충분한 보상 메커니즘을 국내 전력도매시장이 갖추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여기에서는 국내 전력도매시장의 각 기능에 대한 가격 결정 방식을 검토하고 그에 따른 한계를 점검하고자 한다.

1. 전력도매가격: 재생에너지에 적용되기 어려운 변동비 기반

국내 전력도매시장에서는 전력도매가격이 발전사가 제출한 입찰 가격이 아니라, 전력도매시장 운영기관이 연료비를 기반으로 개별 발전설비들의 변동비를 사전에 평가하여 정해진다.13) 하지만 이러한 평가 방식은 변동비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재생에너지에 적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재생에너지는 전력도매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우선 구매되는 구조이며, 이로 인해 재생에너지가 순간적으로 과잉 공급되어 출력제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어느 발전기의 출력을 우선 제한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

고정 투자비 평가에 기반한 용량 가격은 기술 발전과 시장환경 변화 등을 반영하지 못한다.
경직적인 용량 가격 결정 구조는 재생에너지 확대 시 충분한 예비 전력을 확보하는 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2. 용량 가격: 경직적인 고정 투자비 평가

시장 운영을 통해 기술 변화와 전력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해외와 달리, 국내 용량 가격은 건설비 등 고정 투자비를 평가하는 방식에 따라 경직적으로 결정된다. 실무적으로는 1998년 준공되어 30년의 설계수명이 곧 완료되는 신인천복합발전소의 건설비를 기반으로, 여기에 매년 물가상승률과 목표 예비력을 반영하여 단순 조정하는 수준에서 용량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술 발전과 환경 규제 강화, 금융비용 변동 등 실질 투자비 변화가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

전력도매가격과 용량 가격 모두 비용 평가 방식의 경직적 산정 구조로 되어 있다 보니,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나 도매가격 변동과 같은 시장의 여건 변화가 용량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시장들 간의 연계성도 미흡한 상황이다. 해외 주요 전력시장에서는, 앞 절의 논의에서와 같이,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전력도매가격이 상승할 때 용량 가격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그림 5). 또한 태양광 · 풍력 발전 비중이 높은 영국 전력시장에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하면서 용량 가격이 함께 상승했는데, 이는 이론적 예측에 부합한다. 반면, 국내 전력도매시장에서 용량 가격은 경직적으로 결정되고 있어 전력도매가격의 변화를 반영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와 같은 경직적인 용량 가격 설정 구조는 재생에너지 확대 시 국내 전력도매시장에서 필요한 충분한 예비 전력을 확보하는 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컨대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불구하고 용량 가격이 충분히 높아지지 않는 경우, 화력 · 원자력 등 기존 발전원은 재생에너지로 인해 낮아진 가동률 등으로 수익성이 확보되지 못하면서 투자 유인이 저해될 수 있다. 이처럼 경직적으로 설정되는 용량 가격은 미래 전력 수요에 대한 대응력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발생시킨다.

일정한 보상액을 직전 연도 실적으로 나누어 결정되는 보조서비스 가격은, 수요가 증가하면 오히려 가격이 하락하는 모순적 상황을 발생시킨다.

3. 보조서비스 가격: 수요와 반대로 움직이는 가격 결정

국내 전력도매시장에서는 전력 수급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주파수가 적정 범위를 벗어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보조서비스 수요가 증대되고 있다(그림 6). 특히 보조서비스 중에서 주파수를 즉각적으로 제어해 주는 1차 예비력의 공급량은 매년 빠르게 증가하며, 2021년과 2024년 사이 33.3% 증가하였다. 하지만 국내 보조서비스 가격은 이러한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우리 전력도매시장에서는 보조서비스 제공에 대한 보상 총액을 사전에 배정하고, 이를 직전 연도의 보조서비스 공급 실적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보조서비스 가격이 결정된다.18)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총배정액 규모는 485억원으로 변하지 않고 유지되고 있어, 수요 증대에 따라 보조서비스 공급이 증가했던 해일수록 오히려 다음 해의 보조서비스 가격이 하락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한다(그림 7). 그 결과, 보조서비스 수요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가격에 반영되지 못하고, 전력시장에 필요한 보조서비스 유연성 자원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 유인이 저해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직적인 가격 체계는 전력시스템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설비들의 투자를 지체시킬 우려가 있다.

이처럼 경직적인 가격 체계에서는 전력시스템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설비들의 투자가 지체되고,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한 전력시스템의 대응력이 부족해질 우려가 높다. 이러한 문제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는, 배터리나 양수 발전소와 같은 에너지저장장치(ESS)이다. 에너지저장장치는 전력도매시장에서 가격이 낮은 시간대에 충전하고 가격이 높은 시간대에 방전하여 가격 차익을 확보하고, 용량과 보조서비스 제공을 통해서도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국내 전력도매시장은 변동비 평가 방식으로 운영되어, 전력량에 대한 시간대별 가격 차익이 충분히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보조서비스에 대한 보상 역시 높지 않다. 따라서 에너지저장장치는 전력도매시장을 통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고 관련 설비에 대한 투자는 지체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VI. 정책 과제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변동성을 완화하고 유연성을 제공할 설비가 부족하면 전력도매시장 운영은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본고는 전력도매시장에서 각 기능의 가격 결정에 대한 시장원리를 강화하고, 시장 왜곡 가능성을 완화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정책 과제를 제언하고자 한다.
 

1. 전력도매시장의 가격 기능 강화

재생에너지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전력도매시장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효율적 가격 형성을 균형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저장장치와 같이 전력시장에서 필요한 자원들이 전력도매시장에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량과 용량, 보조서비스에 대한 가격 결정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전력도매시장을 변동비 평가 방식에서, 발전사들이 전력량 가격을 직접 입찰해 경쟁하는 가격입찰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20)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를 포함하는 가격입찰제 방식의 전력도매시장으로 개선함으로써, 전력도매가격이 시장의 전체 수급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출력제어를 비롯한 시장 운영의 기준으로 온전히 기능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전력량, 용량 및 보조서비스 가격이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결정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용량 가격을 시장 기반으로 결정하여, 필요한 설비용량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설비 투자자에게 안정적 수익 흐름을 제시하면서도 경쟁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억제하고, 필요한 설비용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보조서비스 역시 수요에 대해 적절한 가격신호를 줄 수 있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보조서비스에 대한 배정액을 재생에너지 변동성과 보조서비스 수요에 따라 매년 조정하고, 장기적으로는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가격이 수요와 연동되도록 개선해야 한다. 이를 통해 출력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설비의 신규 투자와 기술 혁신을 유도하고 전력시스템의 안정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2. 규제기관의 독립성 · 전문성 강화와 소매요금 체계의 합리화

본문에서 지적한 국내 전력도매시장 구조를 개선하고 시장원리를 강화하려면,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시장 왜곡 요인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을 병행해야 한다. 우선 전력시장에 대한 규제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독립 규제기관을 통해 소매 전기요금뿐만 아니라, 도매시장의 용량 및 보조서비스 보상 체계를 비롯한 가격 산정 규칙과 시장지배력 감시 등 전력시장 전반에 대한 일관적 규제가 가능해진다. 전력도매시장이 세분화되고 시장원리가 강화될수록, 규제기관에는 정교한 시장 분석 능력과 심사 역량, 그리고 법률 전문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예를 들면 아일랜드와 이탈리아는 한국과 유사하게 경직된 방식의 용량요금제도를 유지하다가, 2017년과 2019년에 시장 기반 제도로 전환한 이후 시장지배력 남용에 따른 문제를 경험한 바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감독은 도매시장의 가격신호가 투자와 효율로 이어지기 위한 필수 요소이다.

독립 규제기관을 통한 시장규율 강화와 더불어, 전력도매시장과 소매요금 체계의 연계 작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소매 전기요금의 구조적 병목을 해소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비중 변화로 인해 전력도매시장의 기능별 가격이 변동하면, 한국전력공사와 발전사업자 간 총정산금의 규모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라 전력량 정산금이 줄어들더라도, 용량과 보조서비스 정산금이 더욱 크게 늘어 총정산금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소매 전기요금에 전달되지 않을 경우, 판매사업자와 발전사업자들은 한정된 정산 재원 안에서 수익을 조정하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력도매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 변동이 소매요금으로 원활히 전달되도록 개선하여, 수요 반응에 따른 투자 유인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KDI FOCUS 목차
  • I. 서론

    II.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시장 환경의 변화

    III. 전력도매시장의 기본 구조

    IV. 가격이 유연한 전력도매시장에서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 

    V. 가격이 경직적인 우리나라 전력도매시장에서의 문제점

    VI. 정책 과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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