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SUMMER VOL.53
권정현·이영욱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놓았을 뿐 아니라, 드러나지 않던 사회 내 다양한 문제와 정책적 한계점들이 나타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저소득층, 자영업자, 상병근로자 등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보호체계의 실효성 이슈가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KDI에서 발표한 ‘사회안전망 시리즈’ 연구보고서의 저자 권정현·이영욱 연구위원의 연구 역시 이러한 배경에서 출발했다. 지난 7월 4일, 따듯한 미소를 가진 두 연구위원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최근 발표한 두 분의 현안자료를 보면 공통적으로 현 사회안전망에 약한 고리가 존재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구의 주요 내용과 이러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이영욱 박사 부서 차원에서 코로나19 이후 드러난 사회안전망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이야기해보자는 데 의견이 모였어요. 그중 저는 ‘소득지원’ 부분을 맡았는데요.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나라 자영업자, 임시·일용직 근로자, 특수고용직 근로자 계층이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이 다시금 드러났어요. 그렇지만 이들에 대한 즉각적이고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죠. 그래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소득보장체계는 어떻게 재구조화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어요. 실제로 사례들을 살펴보니 평상시 경제활동을 하는 근로 빈곤층이 사회적 위기상황에서 받은 소득충격과 고용충격이 컸어요. 이는 근로 빈곤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의 지지가 취약함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거든요. 이 점을 개선하기 위해 실업부조의 강화 방안과 근로장려금 등 여러 위기 상황 속에서 제도적으로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권정현 박사 이영욱 박사님은 소득 안전망을 보셨고, 저는 우리나라에 없는 안전망에 초점을 맞췄어요. 다른 OECD국가들은 상병수당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상병수당 제도가 없어 그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거든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쉬어야 하고, 또 격리를 해야 했잖아요. 하지만 아픈 근로자가 쉴 수 있는, 그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가 미약한 상태였어요. 그래서 저는 근로자가 아팠을 때 소득이나 고용 등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 실증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이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근로자가 아프면 자연스럽게 고용이나 소득에 변화가 생겼지만, 그 변화는 근로자의 일자리에 따라 큰 격차를 보였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유급이나 연차 휴가가 없는 일자리도 많고, 특히 영세·비정규 일자리 근로자의 경우 병가 제도 자체가 정착되어 있지 않아 제대로 휴식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이들은 상대적으로 위험한 환경에 대한 노출이 잦아서인지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도 많았어요. 결국 위험이 발생해 고용이나 소득변화를 겪게 될 경우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것이죠. 사회안전망 설계측면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문제에 접근하고자 했습니다.
Q. 재정지원은 늘고 있는데, 우리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 문제가 여전히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시나요.
권정현 박사 우리 사회가 빠르게, 다변화하는 것이 사각지대 확대에 영향을 미치지 않나 싶어요. 현재의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는 과거와 다르고, 고용주와 근로자 관계 역시 예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요. 이처럼 다변화하는 고용환경에서 그들을 기존의 안전망에 포괄하지 못한 것이 문제이지 않을까 싶고요. 또 한편으로는 위험 요인 역시 더 예측하기 어려워졌고 다양해졌다고 보는데요. 이번 코로나19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해요. 보건 위기가 경제, 노동 위기로 연결되면서 결과적으로 그 파급력이 더욱 커진 것이죠. 급변하는 위험 속에서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안전망이 부재한 것이 사각지대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아닐까요.
이영욱 박사 저도 권 박사님 의견에 동의해요. 다른 측면에서 말씀드리면 사실 복지 사각지대로 인한 문제는 예전부터 계속 제기되어 왔는데요. 기존에도 지원정책이 있었지만, 그 실효성은 약했고, 사회 각계각층을 지원할 만한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았어요. 그런 부분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부각된 거죠. 소득 현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즉각적인 지원이 어려웠지만, 이런 위기 상황이 사회안전망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해요. 과거 외환위기 때도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굵직한 제도의 변화가 있었던 것처럼 큰 위기가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기회가 되는 셈이죠. 현재는 실시간 소득 파악체계와 같은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어요. 이전에는 추상적인 방향의 차원에서 논의되던 문제들을 이제는 구체적 정책 방안과 제안의 단계로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Q. 현실적으로 관련 재정 마련이 쉽지 않아 제언하실 때 부담도 느끼실 것 같은데요. 향후 이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영욱 박사 연구 분야가 재정사회정책이다 보니, 복지 쪽 연구를 하더라도 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요. 소위 말해 모두에게 다 나눠주면 해결될 수 있어 보이는 부분도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늘 제 입장 표현을 할 때 하게 되는 말이 있어요.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부분이 어딘지 정확히 포착하고 그것이 효율적으로 잘 기능할 수 있도록 기존 제도를 포괄하여 재구조화하는 것이 중요하다”에요. 막연한 이야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정책을 실현해나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권정현 박사 전적으로 동의해요. 이러한 논의도 코로나19 이후 더욱 가열하게 진행되어왔는데요. 재난지원금 지급에 있어서도 선별 지원과 보편 지원을 두고 사회적 이견이 있었고요.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지원을 하는 것은, 오히려 정말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한 지원이 닿지 못하게 하는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어요. 재원은 한정적이니까요. 이러한 사회안전망을 확대하거나 만들 때 그 도움이 더 필요한 대상은 누구인지 잘 구별하여 충분히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재정을 적절하게 쓰는 방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사회적 연결고리가
부족하고 소외된 사람들,
특히 ‘노인’에 대한
사회보호망이 확충되었으면 해요.”
Q. 연구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 혹은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권정현 박사 연구를 수행하면서 5인 이하 영세사업장 등 취약사업체 노동자들의 노동량, 강도, 건강상태와 같은 실질적인 정보들이 필요했는데 이를 파악하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또 다른 점은 정책당국에서도 문제점이나 한계를 인지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정책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또 다른 제약들이 생길 수 있다는 걸 몸소 경험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행정적인 운영에도 뒷받침할 수 있는 더욱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요.
이영욱 박사 저는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연구결과를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단편적으로 문제점만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다양한 관점에서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 과정을 거치면 메시지를 보다 힘있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고민 끝에 이번 분석결과를 발표했을 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 내용을 이해해주시고 합리적이라고 평가해주셔서 뿌듯함을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Q. 말씀을 듣고 보니 오히려 코로나19가 이번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한 것 같은데요. 평소에는 연구주제를 어떻게 발굴하는 편이신가요?
권정현 박사 대학 때부터 늘 지도교수님들께서 ‘많이 놀아라’라고 하셨거든요(웃음). 연구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 된 후 돌이켜 보니, 결국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경험해보면서 연구자로서 저만의 생각과 기준을 정립해나가라는 의미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러 사람과 대화해보고, 언론 매체를 통해 이슈를 접하면서 스스로 어떤 것을 해결해보고 싶은지를 생각해보곤 해요. 또 제가 실생활에서 느끼는 제도적 측면의 어려움이 있다면, 그게 계기가 되기도 하고요.
이영욱 박사 아무래도 사회현황을 바라보며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에 관심을 두게 되더라고요. 저의 경우에는 이전에 수행한 연구들에서 소득지원이나 보육 등 의견이 대립되는 문제들을 연구했거든요. 말씀하신대로 실생활에서 피부로 와닿거나 기억에 남는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 주제들을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Q.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감싸 안고 싶은 대상이 있으신가요?
이영욱 박사 저는 워킹맘인데요. 아무래도 저와 비슷한 입장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경험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참 쉽지 않잖아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여성고용이 크게 타격을 받는 일도 있었고요.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더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권정현 박사 저는 사회적 연결고리가 부족하고 소외된 사람들, 특히 ‘노인’에 대한 사회보호망이 확충되었으면 해요. 노인복지가 확대되었다고는 하나, 사실 허점이 많고 특히나 정신적 연결고리는 한계가 있잖아요. 치매를 앓고 있거나 자녀가 없는 노인들을 ‘어떻게’,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지, 세부적인 지원들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코로나19로 인해 여성고용이
크게 타격을 받는 일도 있었고요.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더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Q. 끝으로 박사님들의 다음 연구주제가 궁금합니다. 간단히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권정현 박사 저는 작년 과제와 연결 선상에서, 급변하는 기후변화가 근로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기온이 급변하면 근로자의 사망률도 높아지는데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근로자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책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건강보험 재정에 관한 연구인데요. 사회적으로 고령화가 심화되어가면서 필요한 재정 지출 역시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확충하는 방안은 제한적이거든요. 어떤 질병이 증가하고 어떤 의료서비스의 이용이 증가하는지, 원인과 그 증가속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영욱 박사 ‘격차’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 중이에요. 코로나19를 겪으며 저소득층이 받는 타격이 훨씬 컸고, 그 회복 역시 어려운 상황인데요. 그것과 관련해서 다양한 측면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요. 이를 취합해 각 분야에서 얼마만큼의 격차가 발생하는지를 파악하고, 회복의 시기를 거치면서 어떠한 추이를 나타내는지를 확인해보려고 해요. 그리고 앞으로의 관련 정책과제가 무엇인지까지 연구하려 합니다.
관련 자료
[KDI FOCUS] 아픈 근로자를 위한 새로운 안전망 설계(권정현 KDI 연구위원) 자세히 보기
[KDI FOCUS] 코로나19 이후의 소득보장체계 구축방향(이영욱 KDI 연구위원) 자세히 보기
무단등록 및 수집 방지를 위해 아래 보안문자를 입력해 주세요.
담당자 정보를 확인해 주세요. 044-550-5454
소중한 의견 감사드립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