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경쟁 환경, ‘평평한 운동장’ 조성부터 - KDI 한국개발연구원 - 소통 - 매거진 KDl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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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ːangle - KDI만의 새로운 시선 공정한 경쟁 환경, ‘평평한 운동장’ 조성부터

2022 FALL VOL.54

양용현 규제연구센터장
 
Q. 공정한 정책설계와 관련해 규제연구센터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나요?
사실 규제그 자체는 공정이라는 주제와 그리 밀접한 관계가 있지는 않습니다. 경쟁이 잘 이뤄지도록 하는 규제도 있지만, 보통은 사람들의 안전, 환경 등과 관련이 있거든요. 다만, 규제연구센터에서 수행하는 규제 업무 중 하나가 규제영향분석서를 검증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두 가지 정도 공정성과 관련된 절차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해관계자 협의입니다. 규제영향분석서가 잘 작성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 간 협의가 충실히 이뤄졌는지를 보는 것인데요. 관련 부처가 규제를 만들 때는 절차상, 해당 이해관계자들이 이 규제가 과연 적절한지, 혹은 영향력이 어느 정도 될 것인지에 관해 의견을 제출합니다. 이후 그 의견을 반영해 규제를 만들도록 돼 있습니다. 저는 이 절차가 공정함을 확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중소기업 영향평가입니다. 이는 대기업과 비교해 중소기업에 불리한 규제일 경우 규제 차등화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인데요. 대기업에 적용되는 규제보다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규제의 수준을 조금 낮추거나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할 또한 공정한 규제를 만들기 위한 절차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센터장님께서 생각하는 공정경쟁이란 무엇인가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데요.(웃음) 저는 개인적으로 기회를 충분히 보장받는 것이 기초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참여할 기회를 얻었지만 경쟁하는 과정에서 실력이 아닌 다른 요소가 개입되고, 이로 인해 어떠한 결정이 이뤄진다면 이는 공정하지 않다고 볼 수 있겠죠. 실력을 포함해 굉장히 중요한 여러 기준이 있을 텐데 그것과 무관한 요소, 예컨대 권력과의 상관관계나 기업의 규모 같은 것들이 과정 중에 섞여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공정한 경쟁이라 할 수 없겠죠. , 공정경쟁이란 이러한 요소들이 영향을 주지 않는 평평한 운동장(Level Playing Field)’이 마련되어야 가능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서는 안 되겠죠.
 
Q. 센터장님께서는 지난해 KDI FOCUS ‘미국의 플랫폼 반독점법안 도입과 시사점연구를 발표하셨는데요. 플랫폼 시장 규제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플랫폼을 조금 더 전통적인 느낌으로 설명해보자면 쇼핑몰을 예로 들 수 있어요. 쇼핑몰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또 다양한 상점들도 입점해 있잖아요. 손님들이 많은 곳에 더 많은 상점이 입점을 하고, 상점이 많은 곳에 손님들이 더 많이 오고 가는 것들을 하나의 플랫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이러한 것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갔고, 그것을 온라인 디지털 플랫폼이라고 이해할 수 있어요.
기존의 플랫폼과 차별화된 특성이라고 한다면 한계비용이 굉장히 작다는 것이에요. 예전에는 공간·시간의 제약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제약이 많이 줄어 더 많은 상점들이 입점할 수 있고 더 많은 고객들이 찾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점점 더 대형화되며 더 많은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도 가능해졌고요. 이런 점 때문에 더욱 쉽게 독점화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독점화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경쟁상대가 없기 때문에 가격을 높이거나 품질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죠.
또 다른 우려는 플랫폼이 기존 업체(상점)의 역할을 대체하려 하는 것, 이를 자사우대라고 하는데요. 플랫폼으로서의 영향력을 이용해 시장지배력을 키우려고 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플랫폼 시장의 규제는 자사우대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가 핵심일 것 같습니다.
 
Q. 기존에 없던 신기술이나 신산업이 등장했을 때, 관련 규제를 설정하는 것이 여러모로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례가 없는 신기술 혹은 신산업 규제에 관한 연구는 어떻게 진행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이건 일단 해보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어요.(웃음) 다만, 규제가 있어서 시작을 못하는 경우 규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규제를 한꺼번에 푸는 것은 어렵지만, 또 한꺼번에 풀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도 있기는 합니다. 그런 경우,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도록 조금씩 열어가는 것이 필요한데요. 어떤 것이 먼저 완화해야 하는 규제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각각의 규제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요. 이를테면 규제를 풀면 어떤 지점에서 의도치 않았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신기술이나 신산업 등장 시 어디까지 규제를 풀어줄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정의 측면에서 보자면 규제를 모든 시장으로 확대하여 풀 것인지, 일부에만 적용할 것인지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숙박 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를 예로 들어볼게요. 이 업체는 기존 숙박업의 규제를 우회해서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일정 기간 활용하지 않는 빈집을 여행객들에게 빌려주는 점이 그러하죠. 하지만 이제는 전문적으로 집을 대여하는 기존 숙박업과 다를 바 없는 사례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이 플랫폼에는 규제를 풀어주고 기존 숙박업소에는 규제를 계속 적용한다면 불공정한 기준이 되는 것이죠. 이러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에 대해 꾸준히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사실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Q.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의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에 대해 여쭤보지 않을 수 없는데요. 규제 샌드박스는 어떻게 운영되는 것인가요?
우선 규제 샌드박스는 3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신속확인입니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샌드박스 이전 단계인데요. 규제의 적용 여부를 관련 부처가 빠르게 판단해주는 것이에요. 이를 통해 규제 샌드박스의 신청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죠. 두 번째는 임시허가입니다. 규제가 있지만, 이를 적용하지 않는 형식으로 허가를 먼저 해주고 임시기간에 관련 규제를 정리하는 방식이에요. 세 번째는 실증특례입니다. 규제가 있어서 사업 자체가 불법인 경우, 규제가 특별히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하고 규제 효과를 실증해주면 그에 따라서 법령을 개정하는 것입니다.
 

Q. ‘네거티브 규제라는 용어도 최근 이슈인 것 같아요. 네거티브 규제란 무엇인가요?
규제에는 무엇을 해야 한다라고 하는 포지티브 규제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하는 네거티브 규제가 있습니다. 포지티브 규제는 할 수 있는 것을 정해놓는 것을 말해요. 정해놓은 것 외에는 할 수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죠.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규정을 해놓은 것일 뿐, 나머지 부분은 해석이 안 되어있는 것입니다. 네거티브 규제는 이러한 점을 더 명확하게 하는 측면에서 마련됐고, ‘여기에 정해진 것 외에는 모두 할 수 있다라는 개념이에요. 세상에 할 수 있는 것이 100가지이고 그중 20가지는 할 수 있는 것, 80가지는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할 수 있는 20가지를 열거하는 방식과 할 수 없는 80가지를 열거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잖아요. 따라서 이 둘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어요. 다만 지금까지 생각할 수 있었던 100가지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더 생겼을 때, 규제의 적용 유무가 문제가 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네거티브 규제가 신산업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더 바람직한 체계라고 하는 것이죠. 하지만 최근 타다의 사례를 보면, 법에서 불법이라고 하지 않아 합법이라고 생각하고 운영을 시작했지만 여러 이유로 논란이 되면서 그것을 금지하는 법률이 입법되기도 했어요. 이런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네거티브 규제라고 해서 포지티브 규제보다 항상 신사업에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공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규제 원칙’을 정하고 일관된 해석을
꾸준히 적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사례가 다른
행위에도 비춰볼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혹시 촘촘한 규제가 필요한 분야가 따로 있을까요? ‘공정 경쟁을 위해 규제에서 중요한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촘촘한 규제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적용되어야 하는 분야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안전이나 환경 영역에는 필요한 것 같습니다. 또한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필요할 수 있겠지만, 공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촘촘한 규제보다는 규제 원칙을 정하고 일관된 해석을 꾸준히 적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실제 공정거래위원회가 하고 있는 방식인데요. 얼핏 보면 규칙이나 심사 기준이라는 것이 매우 길어 보일 수 있지만 모든 사례에 대해 지침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서 반대로 굉장히 짧은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 세상에는 다양한 일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그 규칙을 해석해서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공정위는 우리나라에서 법원의 1심 역할까지 하고 있고, 그 해석을 판례와 같은 심결례라고 합니다. 즉 기존의 사례가 다른 행위에도 비춰볼 수 있는 기준이 되는 것이죠. 결국 촘촘한 규제보다는 하나의 일관된 원칙을 꾸준히 제시하는 것이 더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Q.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선진국의 노력이나 사례도 궁금합니다.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하면 좋은 사례가 있을까요?
우리나라도 경쟁법 집행 관련해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어요. 최근 10년 사이에 선진국 수준에서도 앞서는 심결례를 제시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남았다고 보면, 미국이 경쟁법을 가장 먼저 도입하고 오랫동안 집행해온 국가라 미국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플랫폼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과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미국의 경우 굉장히 큰 규모의 몇 개 기업에 전체 경제력이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다른 업체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의 경쟁법 집행이 필요합니다. EU는 미국기업들이 들어와서 자국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것에 대응하는 경쟁법이 필요하고요. 우리나라에는 미국의 플랫폼이 많이 들어와 있긴 하지만, 자체 플랫폼도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요. 따라서 미국에서 추진하는 정책과는 결을 달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2년 전에 EU에서 규정화한 플랫폼의 공정성·투명성과 같은 내용을 우리나라에서 벤치마킹할 필요성은 있다고 봅니다.
 
Q. 개인적인 일상에서 공정하거나 혹은 그렇지 못하다고 느낀 순간이 있으셨는지요?
생각보다 일상에서 비교적 많은 것들이 공정하게 진행되는 것 같아요. 사소한 것이 하나 떠오르긴 하는데요.(웃음) 놀러가거나 어느 장소를 방문해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섰을 때, 한 명이 대표로 줄을 서고 나머지 일행은 차례가 되기 직전에 합류하는 광경을 종종 봤거든요. 그 행동을 명백하게 새치기라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그 순간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조금 해봤습니다.(웃음)
 
Q. 연구를 수행하면서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시나요?
역시 연구 결과가 정책에 반영될 때가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사실 경쟁법 쪽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 원칙이 있기 때문에 큰 변화를 주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긴 합니다.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연구내용이 규제법안으로 발의되기도 했지만, 통과되지는 않았거든요. 결실을 보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이런 경험들 역시 연구자의 보람이라고 생각해요.
 
Q. 앞으로 계획하고 계신 연구과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어느 부분에 더 집중해 연구를 이어나가고 싶으신가요?

아무래도 가장 중점으로 삼아온 연구는 공정한 경쟁, 경쟁 정책과 관련된 내용이에요. 플랫폼의 경쟁 정책을 어떻게 적용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지 꾸준히 연구할 생각입니다. 최근 연구를 시작한 그린뉴딜이나 저탄소경제전환에 대한 연구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이어나갈 생각이고요. 규제 역시 놓칠 수 없는 분야라 어떤 규제를 폐지하고 도입해야 하는지, 규제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설계할 수 있을지 등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연구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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