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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ːangle - KDI만의 새로운 시선 조직 내 개인주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한 우리의 자세

2023 SUMMER VOL.57

글. 김지연 경제전망실 부연구위원 


“이걸요? 제가요? 왜요?” 얼핏 들으면 상당히 이기적으로 들릴 수 있는 ‘3요’ 질문은 미디어 등에서 소위 MZ세대의 무책임한 개인주의 성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표적 예시로 자주 제시된다. MZ세대가 정말 개인주의적 성향이 지나치게 강해서 저런 질문들을 던지는 것일까? MZ세대를 무책임한 개인주의자로 일반화하기 전에 ‘3요’ 질문이 던져지게 된 배경과 맥락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 ‘3요’ 질문이 나올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상사가 직원에게 업무 지시를 한다. 아마도 해당 업무는 직원이 기존에 담당하던 업무가 아니었을 것이다. 사전에 상호 간 합의를 통해 배정받은 업무를 수행하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라면 직원이 “이 걸 제가 왜요?”라고 반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가요?”라는 질문으로 미루어보면, 직원은 왜 본인이 이 업무의 적임자인지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스킬셋 이 해당 업무와 관련이 없을 수도 있고, 이미 업무량이 많은 상황에서 또 다른 업무가 추가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왜요?”라는 질문은 직원이 해당 업무의 필요성과 중요성 에 대해 충분히 설득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3요’ 질문의 근본적인 원인은 직원의 개인주의적인 태도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과 합의의 부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직 내에서 구성원들 각자가 담당하는 역할과 업무의 범위, 업무의 당위성 그리고 업무 수행에 따른 보상 등이 상호 간 합의를 통해 명확하게 제시된다면, ‘3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3요’ 질문은 무책임한 개인주의의 표상이 아니라 오히려 모호한 업무 지시를 보다 명료하게 하는 긍정적 기능을 가질 수 있다. 



 

물론 MZ세대가 윗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할 수 있다. ‘3요’ 질문에 당황하는 윗세대 직원들이 많다는 것 자체가 그들이 정당한 반문도 허락되지 않는, 마치 군대 수준의 집단주의 문화에 익숙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으로 MZ세대 직원들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조직 내 개인주의 문화도 점차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데, 조직 내 모든 구성원들이 개인주의적으로 행동한다면 조직이 과연 잘 돌아갈 수 있을까? 

조직 내 개인주의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으로 ‘조직에 꼭 필요하지만 아무도 하기 싫어하는 일’이 불가피하게 존재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모든 구성원들이 개인주의적이고 심지어는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면, 투입하는 시간과 에너지에 비해 보상이 적은, 소위 ‘가성비’가 떨어지는 업무는 아무도 안 하려고 하지 않을까?

실험경제학의 대가인 리스 베스터룬트(Lise Vesterlund) 교수는 모두가 기피하지만, 조직 전체에는 도움이 되는 업무가 어떻게 배분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흥미로운 실험을 고안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임의로 배정된 그룹에 속하여 주어진 시간 내에 기피 업무(Low-Promotability Tasks; 조직 전체에 도움이 되지만, 승진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승진에 도움이 되는 업무를 수행할 시간을 빼앗는 업무)를 누가 맡을 것인지 결정한다. 자발적으로 기피 업무를 맡는 참가자가 있을 경우, 자원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보상을 받지만 다른 참가자들은 자원자가 없을 때보다 더 높은 보상을 받게 된다. 따라서 모든 참가자에게 본인이 자원하는 것보다 다른 참가자가 자원하는 것이 더 유리한 상황이다. 실험 결과, 여성 참가자가 기피 업무에 자원할 확률이 남성 참가자보다 11%p나 더 높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여성이 남성에 비해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적고 더 이타적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베스터룬트 교수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이번에는 같은 성별로 그룹을 구성해 이전과 동일하게 실험을 진행했다. 만약 여성이 더 이타적이라는 가설이 참이라면, 여성 그룹에서 자원율이 더 높을 것이다. 결과는 매우 흥미롭게 나타났다. 서로 다른 성별의 참가자들이 섞여 있었을 경우와 비교했을 때 여성 참가자들의 자원율은 더 낮아진 반면, 남성 참가자들의 자원율은 더 높아진 것이다.

 


앞으로의 조직생활은 다양한 욕망을 가진 구성원들이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조직을 위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대신,
조직의 목표와 개별 구성원의 목표가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베스터룬트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누가 더 부탁을 잘 들어줄 것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관련이 있다. 이어진 세 번째 실험에서 연구진은 그룹에 속해 있지 않은 외부 참가자를 투입하여 그룹 구성원들의 사진을 보여주고 누구에게 기피 업무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할 것인지 선택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여성 참가자가 선택될 확률이 남성 참가자보다 12%p 높았다. 이는 외부 참가자들이 남성보다 여성이 요청을 거절할 확률이 낮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 실험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조직 전체에 도움이 되지만 개인에게는 오히려 손해인 업무들의 배분 문제는 조직 구성원들의 개인주의적인 성향과는 큰 상관이 없을 수 있다. 그러한 업무들은 결국 가장 거절을 못(안)할 것처럼 보이는 구성원이 맡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거절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거절당할 확률이 가장 낮은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조직이 개인보다 우선시되는 풍조의 가장 큰 맹점을 드러낸다. 조직을 위해 누군가 희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모두가 공평하게 희생에 대한 압박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베스터룬트 교수는 성별의 차이에 집중해서 실험을 진행했지만, 연령, 직급, 고용안정성 등 다른 특성에 따라서도 각 구성원이 받는 압박의 정도는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기피 업무를 배분하는 문제와 같이 조직과 개인의 이익이 서로 충돌할 때, 이를 조율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전통적으로 집단주의 성향이 강했던 우리 사회는 그동안 조직을 위한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함으로써 양자의 충돌을 억지로 막아왔고, 조직과 개인 간 바람직한 관계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그 결과로 새로운 세대는 선배 세대의 지시에 ‘3요’ 질문으로 대응하고, 선배 세대는 그들을 이기주의자로 바라보는 사태가 초래되었다.

과거의 조직생활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나아가는 모습이었다면, 앞으로의 조직생활은 다양한 욕망을 가진 구성원들이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조직을 위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대신, 조직의 목표와 개별 구성원의 목표가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 조직 전체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개인에게는 손해인 업무들이 있다면, 그런 업무들이 개인에게 최대한 손해가 덜 되도록 인센티브 구조를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당 업무의 가성비가 낮아서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더 후한 보상을 통해 가성비를 높여주어야 한다. 가성비를 충분히 높여주었는데도 자원자가 아무도 없다면 인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므로 인력을 충원하거나, 해당 업무의 필요성에 대해 재고해야 할 것이다. 개인의 희생이 당연시되지 않는 환경에서, 이타적 행동의 가치 또한 더욱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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