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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ːangle - KDI만의 새로운 시선 인간에 대한 따듯한 시선으로 모두의 행복을 증진하는 길을 찾다

2023 AUTUMN VOL.58

부동산 가격 상승, 고금리 장기화, 청년 부채 급증, 2030 채무상환능력 저하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다양한 문제를 냉철하게 바라보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다방면의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KDI ‘국채연구팀’은 변동성이 가속화된 국채금리와 국내 국채시장을 선진화하는 역점 과제를 안고 신설된 팀이다.
‘국채연구팀’을 이끌어가고 있는 김미루 팀장을 만나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청년층의 부담 증가 등 국채를 중심으로 한 사회·경제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진행 : 김태균 콘텐츠개발팀장
김미루 국채연구팀장
 
 
Q. 신설된 국채연구팀의 업무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출산율 저하 및 인구 고령화에 따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위기대응 과정에서 국채 발행이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요. 이에 따라 국채 발행이 우리나라 거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면밀히 연구하고 정책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국채연구팀이 신설되었습니다. 저희 팀에는 오랜 기간 국제경제 및 거시금융에 대해 연구해오신 강동수 박사님, 금융안정성에 대해 연구를 해오신 홍종수 박사님, 거시·재정 및 연금제도에 대한 연구를 하시는 신승룡 박사님과 국가의 채무 불이행에 대한 연구를 하시는 양주영 박사님이 계십니다. 그리고 국채연구팀 연구와 재정 전반을 관리하며 국제 금융시장을 맡고 있는 구희일 전문위원, 국내 금융시장 전반을 맡고 있는 양숙영 연구원, 외국인 채권거래 및 외환시장을 맡고 있는 안소연 연구원, 회사채 시장을 맡고 있는 노희원 연구원, 국채시장을 맡고 있는 임경원 연구원이 있습니다. 모두 전공도 다양하고 경험도 다르지만 재미있고 활기차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팀의 구성 자체가 이번 호의 주제인 ‘다양성’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웃음).

Q. ‘국채’라는 개념이 일반적으로 쉽게 와닿지 않는데요. ‘국채’란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나요?
가계가 소득에 비해 더 많은 소비를 필요로 하는 경우 빚을 지게 되듯이 정부도 세입에 비해 세출의 규모가 더 큰 경우 빚을 지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 정부는 단기차입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기도 하는데요. 이때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을 ‘국채’라고 합니다.
정부는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경제 주체 중 금융시장에서 가장 높은 신뢰를 받는 주체입니다. 즉, 돈을 갚지 않을 확률이 매우 희박한 주체로 인식됩니다. 따라서 정부가 돈을 너무 많이 빌리게 되면 상대적으로 다른 경제 주체(기업 및 가계)가 돈을 빌리기 어려워집니다. 이는 시장에서 금리가 오르는 현상으로 나타나죠. 따라서 국채 발행량이 증가하면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금리가 상승하고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대출 금리도 오르면서 부채상환 부담이 증가하는 여파로 이어집니다.
 

Q. 최근,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급등해 연 5.0%를 넘어서는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현상의 원인과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요?
최근 미국 국채금리 급등의 배경에는 고물가가 장기간 지속됨에 따른 고금리 장기화 우려와 미국 국채의 대내외 수요 기반 축소 등이 있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과거에 비해 훨씬 독립적으로 결정되고 있지만, 국내·외 금융시장의 연계성 증대에 따라 우리나라 시장금리는 여전히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국채금리 급등으로 우리나라 시장금리 또한 상승할 수 있고요. 이는 가계와 기업의 부채상환 부담을 증가시켜 총수요, 쉽게 말해 소비와 투자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현재 회복 추세에 있는 한국 경제를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Q.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서민, 특히 청년층의 부채상환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최근 박사님께서 연구한 ‘금리인상에 따른 청년층의 부채상환 부담 증가와 시사점’에서도 그 내용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간략한 설명 부탁드려요.
금리 인상은 청년층뿐 아니라 빚을 지고 있는 모든 연령층의 부채상환 부담을 증가시킵니다. 하지만 청년층의 경우 다른 연령층에 비해 경제활동 기간이 짧죠. 그래서 현재 소득이 적고 미래 소득의 불확실성은 높습니다. 이는 대출 심사에 영향을 크게 받는 부분이고요. 저축이 부족하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따라서 일시적인 충격에도 대응이 어려워 곧바로 소비가 감소하거나 연체에 빠지게 되는 경향이 있어요. 이는 청년층의 금융시장 접근성이 낮기 때문에 일시적인 충격에도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최근과 같이 고금리가 장기화되는 시기에는 청년층의 부담이 가중되어 개인 신용이 훼손되고 이것이 향후 경제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Q. 청년층의 부채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주거 관련 대출인데요. 최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상품에 대한 말들이 많습니다. 장기상환을 통해 부채상환 부담을 줄이는 목적도 있지만 반대로 가계부채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박사님께서는 이를 어떻게 보시나요?
우리나라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DSR 규제가 도입된 상황에서 만기가 긴 대출 상품의 도입은 그 정도의 차이를 따져보아야 하겠지만,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수는 있습니다. 미래 소득은 높을 수 있지만 현재 소득은 적은 청년층의 경우, 생애주기상 대출과 같은 차입 수요가 많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DSR 규제가 시행되면 차입에 상당한 제약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50년 만기 주담대가 도입되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논의 이전에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금리 상황이 계속됨에도 가계가 왜 지속적으로 차입을 하는지 그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가계부채는 주담대 위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즉,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이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이 배경에는 향후 부동산 가격이 점차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 참여자의 기대가 있습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을 하향 안정화하여 사람들이 과도한 부채를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경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박사님의 연구에서는 청년, 저소득 가구 등 취약 계층에 대한 남다른 시선이 엿보이는데요. 박사님만의 연구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만의 연구 철학이라고 하니 거창해 보이는데요(하하). 좋은 경제 정책은 시장의 마찰적 요인들로 인한 비효율성을 제거하여 우리 경제가 더욱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효율적인 사회에서도 항상 존재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취약 계층을 보호하고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저도 아직 인생의 경험이 길지는 않습니다만, 살아가며 얻는 크고 작은 결실들이 노력으로 인한 부분들보다는 개개인이 처한 조건이나 환경 등 운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생의 많은 부분이 운과 같은 불확실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면 우리는 위험 공유(Risk Sharing)를 통해서 효용을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취약 계층을 위한 정책은 결국 개개인의 본질적 위험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우리 모두의 행복을 증진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Q. 박사님은 학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습니다. 물리학도에서 경제학자가 된 계기나 이유가 있었나요?
이야기가 좀 긴데요(웃음). 학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 진학했을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였어요. 함께 공부하던 친구 중에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파이낸스를 복수전공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키코(KIKO)사태*’ 와 관련한 언쟁이 붙었었죠. 그 친구는 시스템이나 파생상품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잘못된 이해가 이 사태의 원인이라고 하는데, 관련 지식이 없으니 반박할 수도 없고 감정적인 불만밖에 남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공부해보자 결심하고 처음엔 경영대 파이낸스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파이낸스를 공부하려면 경제학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해서 독학을 시작했죠. 그런데 경제학이 훨씬 재밌었어요. 그 이유가 공부를 해보니 파이낸스 전공서에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없더라고요. 물리학을 공부할 때 ‘자연에 대한 이해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라고 생각했고, 여전히 그렇게 느끼는데요. 파이낸스 역시인간과 연관된 학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제 생각과는 달라 회의감이 들었던 거죠. 그래서 심지어는 새벽 3~4시면 눈이 떠지고 ‘내가 지금 무슨 공부를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한 달여 동안 반복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경제학에는 ‘인간’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고, 이는 저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죠. 적지 않은 나이에 전공을 또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또 한 번 큰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결국엔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공부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물론 경영학을 비하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단지 제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키코(Knock-In Knock-Out)는 2007년부터 국내 은행들이 수출 위주의 중소기업들에 집중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환 헤지(Hedge) 통화 옵션 상품이다. 키코는 상품 구조가 복잡한 데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은 파생상품이었지만 당시 은행들은 이 상품을 중소기업들에 ‘환 헤지 상품’으로 소개했다. 당시 국내 많은 수출 기업들이 환율 변동에 의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말에 키코 상품에 대거 가입했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치솟아 당시 723개의 기업이피 해를 봤고 그 금액만 3조 3,000억 원에 달했다.

Q. 경제학 관련 연구를 하는 데 있어 물리학적 지식과 경험이 도움이 된 순간은 언제였나요?
경제학에는 물리학에서 차용된 부분이 많습니다. 최근 현대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소위 최적화 문제들이 물리학에서 차용된 부분들이고 방법론적으로도 도움을 받는 부분이 있습니다. 경제학의 ‘거시’, ‘미시’라는 큰 두 줄기 역시 물리학과 비슷하게 볼 수 있습니다. 거시물리학은 주로 고전물리학이라는 뉴턴물리학을 말하고, 미시물리학은 최근 각광받는 양자역학이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면 양자역학이라는 것은 입자에 대한 학문이고 이 입자들이 모여 거시세계를 이루지 않습니까. 미시세계와 거시세계 교류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는 것처럼 경제학의 거시·미시 프레임도 비슷합니다. 경제학에서 미시라고 함은 개별경제 주체들이 본인들의 최적화 문제를 통해서 어떤 행태를 띠는지를 분석하는 것이고, 거시경제학은 이들이 뭉쳐진 집단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경제학에서도 요즘 미시와 거시의 교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역시 미시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요즘에는 거시경제학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 두 가지를 함께 공부하는 것이 많은도움이 됩니다.
 

Q. 앞으로 수행할 국채연구팀의 연구주제도 궁금한데요.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국채연구팀에서는 향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국채 발행에도 금융시장이 건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구체적인 연구 주제는 국채 자체에만 얽매이지는 않는데요. 일례로 국채시장은 가장 중요한 통화정책 파급 경로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향후에는 통화정책의 파급 효과가 채권시장 및 대출시장 등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 통화정책에 대한 이해의 폭을 증진시키고 싶습니다. 또한 국채수요는 금융안정성 규제와도 큰 연관이 있는 관계로 관련한 연구도 지속할 계획입니다. 이건 모두 저의 단기적인 계획이고요.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국채연구팀에 계시는 박사님들께서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관심 있어 하시는 주제들을 연구하게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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