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4 WINTER VOL.59
플랫폼은 몇 개의 핵심 서비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보조 서비스를 제공하여
한쪽의 이용자들과 다른 쪽의 이용자들을 중개하며 사업을 영위한다.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하는 플랫폼은 편리함이 극대화된 반면 규제와 공정성 문제 등이 동시에 산재해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업과 소비자, 업종 대 업종 등 다양한 이용자를 ‘잇는다’는 점에서 플랫폼은 여전히 무한한 가능성을 갖는다.
디지털 대전환의 흐름 속에서 점차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플랫폼 경제에 대한 현상과 문제점,
개선방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진행: 김경아 콘텐츠개발팀 연구원
김민정 플랫폼경제연구팀장
Q. 플랫폼경제연구팀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산업조직론을 전공했고 주로 플랫폼 분야에 대해서 경쟁이나 소비자 보호 이슈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플랫폼경제연구팀은 만들어진 지 2년 정도 됐는데, 말 그대로 ‘플랫폼 경제’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구성원이 누구인지가 팀의 성격을 결정짓게 될 텐데요. 현재는 저와 이공 박사님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공 박사님은 주로 플랫폼 경제와 관련된 경쟁정책, 산업정책 이슈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대전환의 흐름 속에서 경제적으로 비중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플랫폼 생태계가 기업 간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보호되고, 기업의 혁신과 성장이 촉진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책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Q.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규모가 큰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하고, 부당행위를 금지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는데요. 이로 인해 플랫폼 경제의 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박사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작년에 여러 박사님과 함께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경쟁정책’이라는 공동과제를 수행한 바 있는데요. 지금 주신 질문과 그 맥이 닿아있어 질문을 받고 조금 놀랐습니다(웃음).
디지털 플랫폼의 절대적 규모나 시장지배력이 크게 성장하면서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규제 강화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미 법이 시행되고 있는 유럽연합, 작년에 법이 발의된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명칭은 다르지만, 대부분 규제 대상이 되는 플랫폼을 ‘사전지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집행에 소요되는 기간을 줄이고 여러 문제점을 예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분명 큰 장점이에요. 하지만 저는 현행 경쟁법과 같이 ‘사후적 규율’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입니다.
독과점이나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기술이나 시장의 진화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도는 최대한 유연한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현재 경쟁법은 이런 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자칫 지나친 규제로 인해서 혁신 유인이 저해되고 장기적으로 오히려 경쟁을 해치는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즉, 지금은 사업성이 증대되는 효과를 좀 더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사전지정이 불가피하다면, 금지행위의 사업상 정당성이나 효율성 증대 효과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사전지정이 곧 ‘사전 규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고요.
Q. 검색 시 나타나는 정렬, 순위 매김, 특별 평판 등의 ‘시그널링’ 기제가 소비자를 오도할 가능성에 대해 분석하셨는데, 대표적으로 어떤 사례가 있나요?
우선, ‘시그널링(Signaling)’ 이란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나 우수성을 나타내기 위한 기제를 말합니다. 소비자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공급자·판매자 만큼 알 수가 없죠. 이러한 정보 비대칭은 온라인에서는 더욱 심화되는데요. 이를 완화하기 위해 검색 순위, 중개자의 자체평가, 판매실적, 평점, 후기, 동일 제품을 구매한 타 구매자의 구입 품목, 과거 구매경험 등 다양한 정보나 추천 시스템들이 모두 시그널링 기제라 보시면 됩니다.
이러한 시그널링의 대표적 오도 사례로는 네이버쇼핑 건을 들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비교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오픈마켓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비교검색을 통해서 네이버 오픈마켓에 등록된 상품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오픈마켓 사업자의 상품을 검색 결과로 제공하는데,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네이버 오픈마켓 상품의 가중치를 더 많이 준다거나 더 높은 검색 순위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자사우대’ 사례가 있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작년 과제에서 제가 실제로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한 애플 앱스토어의 검색 순위 건이 있습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의 키워드 검색 순위 분석 결과, 많은 키워드에 대해서 애플 앱이 제3자 앱보다 관련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거나 높은 순위가 인위적으로 유지되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과 2019년 호텔 예약 플랫폼의 검색 결과 관련 데이터를 가지고 실증분석을 진행했었는데요. 많은 플랫폼이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검색 순위 이외에 소비자가 정렬 기준(낮은 가격순, 높은 평점순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수집된 데이터에서는 정렬 기준에서 어긋나는 검색 결과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몰랐던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는데요. 호텔 예약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호텔 등급이 공식적인 등급이 아닌 플랫폼에서 자체적으로 부여한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플랫폼이 부여하는 등급이 공식 등급보다 높을수록 검색 순위가 높아질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했고요. 소비자는 검색 순위가 높은 것을 관련성이 높다거나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 사례들 모두 소비자를 오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Q. 박사님께서는 연구자이기도 하시지만, 플랫폼을 이용하는 한 명의 소비자이기도 할 텐데요. 직접 유료로 구독하시는 플랫폼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원래 친구가 넷플릭스 계정을 공유해준 덕분에 몇 년간 넷플릭스를 무료로 봐왔었어요(웃음). 그런데 최근 넷플릭스가 계정공유를 금지하면서 한 달 정도 넷플릭스를 못 봤는데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유료로 다시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플랫폼이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GPT Store가 최근에야 생겨서 Chat GPT도 유료로 구독해 급한 업무에 큰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어요.
Q.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플랫폼을 이용하시면서 실제로 소비자 후생을 경험했거나 혹은 오히려 손해라고 느꼈던 그런 경험이 있으실까요?
소비자 후생은 매일 경험하고 있습니다. 업무를 하면서도 거의 매일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을 통해서 정보를 습득하고, 여행 계획을 세울 때도 실시간으로 여행지 관련 꿀팁들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손해라고 하긴 뭐하지만, 계정공유를 통해 넷플릭스를 이용하다가 다시금 유료로 가입을 하며 기업의 전략을 연구하는 제가 기업의 전략에 넘어갔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분하긴 했어요(하하).
손해라고 느꼈던 경험은 주로 여행과 관련 있는데요. Airbnb나 호텔 예약을 하려고 무수히 많은 숙소를 비교한 끝에 맘에 드는 가격을 보고 예약을 진행했는데, 최종가격은 각종 수수료와 세금이 붙어서 훨씬 높아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숙박을 선택하는 데 들인 시간이 아까워서 울며 겨자 먹기로 예약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있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저뿐만 아니라 많은 소비자가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을 경험합니다.
이는 스스로 하고 있는 것에서 벗어나기 싫은 현상을 말하는데요. 금융상품에 가입하기 전 설명서가 무척 많은데 이 내용을 모두 숙지하지 못하고 서명을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 역시 현상 유지 편향에 속하는 사례입니다. 앞서 제가 넷플릭스에 결국 유료로 가입을 한 것도 마찬가지예요. 그동안 저 편한 시간에 맞춰 콘텐츠를 보던 것을 포기할 수 없는 거죠.
Q. 잠시 쉬어가는 의미에서 박사님만의 ‘띵작’은 무엇인가요?
너무 많은데요(웃음). 초기 넷플릭스를 견인했던 ‘오징어 게임’과 최근에 즐겨보고 있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Q. 혹시 직접 플랫폼을 사용하시면서 직업병처럼 들여다보게 되는 점이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모든 내용이 이 질문에도 해당하는데요. ‘순차공개 가격 책정(Drip Pricing)’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이게 진짜 최종가격이 맞나 의심하고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또 하나는 시그널링 기제 중 평점입니다. 플랫폼에서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하기 위해 제공되는 대표적인 정보 중 하나가 소비자의 평점이나 후기인데, 보통 평점은 양봉이나 J 형태의 분포를 띕니다. 제가 분석한 몇몇 사례에서는 J 형태로 평점 분포가 최고 평점에 심하게 치우치는 경향을 발견했는데, 그러다 보니 어떤 플랫폼이건 평점 정보를 접하게 되면 얼마나 좋은 평점으로 치우쳐 있는지 살펴보게 돼요. 이러한 점 때문에 평점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유용한지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관련하여 또 한 가지 문제가 되는 것이 거짓 후기인데요. 지나치게 좋거나 나쁜 후기를 볼 때는 대가를 받고 작성된 거짓 후기가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 특히, 여행의 경우 서비스 중심이기 때문에 후기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Q. 박사님께서는 학부 시절 도시 계획 및 설계를 다루는 지구환경시스템공학을 전공하셨는데요. 플랫폼 생태계와 전공하신 학문의 유사한 점이 있을까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질문을 통해 돌이켜 생각해보면 말씀하신 도시와 플랫폼 모두 생태계나 네트워크의 형성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도시의 경우 기본적으로 사람의 경제적·사회적 활동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인프라의 구축이 중요하겠지만, 그 안에 경제적·문화적·생활적 요소들이 어떻게 채워지고 어떤 기업과 사람이 모이느냐에 따라서 크게 달라질 수 있는데요. 플랫폼도 마찬가지로 중개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자체의 구축도 중요하겠지만, 플랫폼과 보완적인 서비스들을 함께 제공하고 다양한 이용자들을 모으는 것이 성공 여부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겁니다. 학문적인 접근방법에 있어서는 주어진 제약 조건에서 최적화하는 방안을 찾는다는 점이 비슷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교통공학에서 주어진 교통량, 보행자 통행량, 도로 차선 수 및 기타 조건 등이 주어졌을 때 최적의 신호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을 배우기도 했었는데요. 경제학도 기본적으로는 주어진 예산이나 비용 조건에서 소비자의 효용이나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Q. 공학에서 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꾸신 계기가 있을까요?
저의 성향을 돌이켜보건대, 저는 근본이 되는 기초학문보다 이를 응용하는 데 관심이 많았어요. 고등학생 때부터 과학자를 꿈꾸었고 관련 학과에 입학해 다양한 것을 배우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어떤 분야에 집중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러던 중 ‘자원경제학’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대학 생활 2년을 통틀어 가장 재밌다고 느꼈어요. 이후 다양한 경제학 분야를 접하다가 석사 때부터 본격적으로 경제학을 전공하기 시작했습니다.
Q. 박사님의 아날로그적 취미생활이라고 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일 외엔 철저히 아날로그적인 사람인데요(웃음). 지금도 종이 달력, 수첩 등에 직접 메모하는 것을 선호하고, 다이어리에 수기로 기록하는 것도 좋아해요. 할 일을 종이에 적어놓고 완료할 때마다 하나씩 선을 긋는 감성도 좋고요. 워낙 지도나 여행 앱이 잘 되어있긴 하지만 여행지에 가면 항상 관광안내센터에서 종이 지도를 챙기곤 합니다. 요즘엔 소설이나 시 같은, 감정을 건드리는 책들을 많이 접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매일 전공 관련된 서적들만 접하다 보니 감성적인 충전이 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앞으로의 연구주제도 궁금한데요.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일단 올해에는 플랫폼 시장 중에서도 ‘앱마켓 시장에서의 경쟁 제한적 행위’에 대해서 연구해보려고 합니다. 앱마켓 시장의 경우 구글과 애플이 각각 안드로이드와 iOS 사용자에 대한 사실상 독점적인 접근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과점 우려가 두드러지는 시장입니다. 제 박사 논문 역시 앱마켓에 대한 연구여서, 거의 10년 만에 같은 연구 주제로 돌아왔는데요. 그때보다 보는 눈도 넓어지고 활용 가능한 데이터도 많아져서 여러 이슈에 대한 실증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시그널링 기제와 관련해서 후기 시스템과 순차공개 가격 책정 등 다크패턴에 대해서도 추가로 연구를 해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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