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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VIEW - 스포트라이트 이른 봄이 마냥 달갑지 않은 이유

2024 SPRING VOL.60




이른 봄이 마냥 

               달갑지 않은 이유  sad



글 |임희현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
 
꽃구경은 봄나들이의 필수 코스다. 그중에서도 서울 여의도의 여의서로(윤중로벚꽃길)가 대표적인 나들이 장소다. 올해 여의도봄꽃축제는 3월 29일부터 4월 2일까지 열렸다고 한다. 하지만 축제가 시작된 후에도 벚꽃은 아직 꽃봉오리 상태로 개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소식이 뉴스1)에서 들려왔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개화 시기가 빨라진다고 예측해 축제 기간을 앞당겼지만, 올해 2~3월에 비가 자주 내리면서 일조량이 부족한 탓에 개화 시기가 늦어졌다고 한다. 살구꽃과 개나리꽃이 구경 온 사람들을 반겨주기는 했지만, 벚꽃을 기대하고 온 이들은 실망감을 안고 돌아갔을 것이다. 

나는 봄을 좋아한다. 추위를 많이 타는 탓에 겨울에는 활동이 줄어들어 몸과 마음이 축 처지고, 추운 날씨에 발을 동동 구를 때면 괜히 서러워지기도 한다. 겨울 끄트머리가 되면 언제 봄이 오려나 하고 목이 빠지게 기다리다가, 어느새 갑자기 동백꽃과 매화꽃이 피고 연한 색의 어린잎들이 나뭇가지 끝에 나타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단언컨대 나를 봄날에 마주친다면 평소보다는 약간 더 들뜨고 즐거운 모습일 것이다. 
 

얼마 전, 21세기 말엔 전국의 봄2)이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상청이 올해 초에 내놓은 ‘지역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개정판’에 따르면,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면3) 21세기 후반인 2081년부터 2100년 사이, 서울은 1월 29일에 봄을 맞이할 것으로 예측했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의 봄이 3월 11일에 시작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약 80년 후에는 현재보다 40일 정도 봄이 더 일찍 찾아온다는 얘기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중국 란저우대학교 대기과학대학과 베이징 중국 아카데미 과학대학교 등의 연구진이 북반구 전역을 대상으로 분석한 논문4)에서도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는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는 2100년까지 10년마다 봄의 시작이 3.3일씩 앞당겨진다고 예측했다. 

봄이 빨리 오는 건 반가운 일일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연초 더 이른 시점부터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꽃놀이하러 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울 수 있다. 하지만 봄의 시작이 앞당겨지면 식물과 동물을 포함한 자연 생태계에 여러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면, 기온이 빨리 올라도 낮의 길이는 변함이 없으므로, 기온 변화에 반응해 움직이는 종과 낮의 길이에 반응해 움직이는 종이 같은 시기에 공존하게 된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생태계의 엇박자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더불어 기상청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21세기 후반에는 여름이 약 5~7개월 동안 지속되고, 겨울은 사라지거나 길어봤자 2개월 내외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계절 변화는 개인적으로 (매우) 섭섭하다. 무엇보다 우려가 되는 건, 변화 그 자체보다는 생태계가 적응할 수 있는 속도보다 지구온난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은 다양하다. 이에 따라 각자가 이해하고 느끼는 시급성도 다를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후변화는 주로 이공계 연구 및 정책과 관련이 깊으며 경제학과는 거리가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기후변화 문제는 이제 외부경제로 인한 무임승차, 먼 미래에 발생할 일에 대한 불확실성 등과 같은 경제학적 이슈들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 윌리엄 노드하우스는 기후변화를 장기 거시경제 분석체계에 통합한 공로로 201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가 연구를 시작한 1970년대에는 기후변화는 이공계 과학자들의 몫이었지만, 그는 기후변화의 메커니즘을 모형화하고 주류경제학 모형에 통합함으로써 기후와 경제의 상호작용을 정량화했다. 그의 연구는 지금 기후경제학의 주요한 근간 중 하나가 되었다. 
 

William D. Nordhaus(출처: 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경제학 안에서도 세부 분야에 따라 기후변화와 연관된 주제가 다르다. 이로 인해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학문·정책적 관점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개발경제학자들은 주로 기후변화가 개발도상국에 미치는 영향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피해 규모 및 대응 여력 차이, 정의로운 전환 등을 주로 논의한다. 노동경제학이나 보건경제학 분야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특정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노동 환경이 악화하는 일 등을 주로 연구한다. 국제경제학에서는 기후변화가 국가 간 경제활동과 무역 형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관심을 둔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은 정치적 성향과 결부되어 논의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전통적으로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문제를 제기하고 보호를 요구하는 주장은 진보성향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이러한 경향에는 여러 배경이 있겠지만 환경보호와 경제발전을 서로 반대되는 선택으로 보는 관점이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기에 종종 이념적인 논의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다행히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올해 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게재된 연구5)에 따르면, 응답자의 69%가 지구온난화에 맞서기 위해 매달 가계소득의 1%를 기부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6%는 1%보다는 작지만 기부하겠다고 답했다. 26%만이 전혀 의향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또한,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정치 행동을 강화해야 하는지 묻는 문항에는 89%가 그렇다고 답했다. 2022년 <시사IN>의 여론조사6) 또한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부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며, 대부분의 이견은 기후위기를 풀어나갈 해결책에 대한 논의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올해 1월 공개된 ‘2023 기후위기 국민인식조사 전국 보고서’7)에 따르면, 유권자 5명 중 3명은 기후대응 공약이 마음에 들면 ‘평소 정치적 견해가 달라도 다른 정당이나 후보라도 투표를 고민하겠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실제로 올해 총선에서는 주요 정당들이 기후 공약을 10대 공약에 포함한 걸 보면, 기후변화는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마주하고 있는 문제라는 인식이 강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봄에 대한 단상에서 출발해 기후경제학을 거쳐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까지 논의하며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일까?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자는 주장을 하려던 건 아니다. 다만, 더 많은 이들이 기후변화는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해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이 문제를 특정 정치·사회 이슈의 틀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꽃놀이 타이밍을 놓쳐서 슬픈, 지극히도 보편적인 마음으로 말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누군가 꽃놀이에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면 얼마 전 ‘금값’이 된 사과를 떠올려 보자. 정부가 급하게 대규모 할인지원 자금을 투입하긴 했지만,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다. 농촌진흥청이 2022년에 발표한 ‘사과 재배지 변동 예측지도’에 따르면, 만약 현재와 같은 화석연료 소비가 지속된다면 2050년대가 되면 강원도 백두대간 고원지역 일부에서만 사과 재배가 가능할 것이며, 2070년대가 되면 한국에서 사과 재배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한 예측인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지만,
외국산 사과와는 다른 매력을 가진 우리나라 사과를 구하기 어려워지는 미래를 상상해 보면 약간은 시무룩해지지 않나?
 
1) KBS(2024.3.30.) “서울 벚꽃 언제?… 기후위기로 빨라지고 변동성 커지고”
2) 기상청은 일평균기온(9일 이동평균)이 5℃ 이상 올라간 후 다시 내려가지 않는 첫날을 봄의 시작일로 정의한다.
3) 이는 가장 비관적인 기후변화 시나리오인 SSP 5-8.5에 근거한다.
4) 2021년 지구물리학 연구지
에 게재된 “Changing Lengths of the Four Seasons by Global Warming”
5) Andre et al., “Globally representative evidence on the actual and perceived support for climate action”, Nature Climate Change, 2024
6) <시사IN>, “2022 대한민국 기후위기 보고서”
7)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로컬에너지랩 등이 참여하고 기후정치바람이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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