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쌓은 직무능력, 쓸 곳 없는 중장년층 - KDI 한국개발연구원 - 소통 - 매거진 KDl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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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VIEW - 리서치 커튼콜 평생 쌓은 직무능력, 쓸 곳 없는 중장년층

2024 AUTUMN VOL.62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에서 중장년층의 역할과 위치는 갈수록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경제전망실에서 노동경제학을 연구하는 김지연 전망총괄은
최근 연구에서 중장년층의 직무 수행 현황과 개선 방안을 심도 있게 분석했다.
연구에 대한 내용과 후일담을 저자로 부터 직접 들어본다.
 
김지연 경제전망실  전망총괄
진행 박상우 콘텐츠개발팀 전문연구원


Q. 본인 소개와 주요 연구 분야에 관해 이야기해 주세요.
반갑습니다. 김지연입니다. 2020년에 학업을 마치고 KDI에 입사해 현재까지 약 4년간 근무하 고 있어요. 거시경제학에서의 한 분과로 노동경제학을 전공했고, 그래서 거시부로 입사해 현 재는 경제전망실에서 노동시장 쪽을 담당하며 전체 노동시장의 움직임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Q. ‘직무 분석을 통해 살펴본 중장년층 노동시장 현황과 개선 방안’에 대해 연구하시게 된 계 기는 무엇인가요?
경제전망실에서 노동시장 쪽 지표를 보면서 인구의 추이에 대한 지표들도 많이 보다 보니 가 파른 인구 감소 추세가 더 두드러지게 다가오더라고요. 앞으로 노동 공급의 감소가 예상되는 데, 이에 대한 대비책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근 본적인 해결책이지만, 출산율 증가가 노동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그 래서 단기적인 해결책으로 저활용되고 있는 인구 집단, 특히 중장년층, 청년층, 여성 등을 효 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중장년층과 청년층의 노동시장 내 역할 과 직무 수행 현황을 살펴보면서 이들이 서로 대체 가능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 다.

Q. 보통 일자리 부족 문제 하면 청년층을 떠올리는데, 중장년층에 주목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한국 노동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주직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청년층의 경우, 경제활동 참가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데요. 원하는 일자리를 얻기까지 오 랜 취업 준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실제 청년들의 입직 나이가 30대 초반으로 늦어지고 있습니다. 이후 주직장에 오래 머무르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지도 못한 상황입니다. 반면에 60~70대의 경활률은 다른 국가에 비해 높지만 주직장에서 퇴직하는 시점은 50대 초반으로 굉 장히 빠른 편입니다. 이렇게 늦게 시작했지만 빠르게 퇴직하는 현상에 문제의식을 느꼈고, 중 장년층을 먼저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Q. 중장년층의 경제활동 참여가 확대된다면 노동 공급 감소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되지 않 을까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은 그렇습니다. 중장년층의 경제활동 확대가 노동공급 감소 문제를 실제 로 얼마나 완화했는지는 이들이 수행하는 직무를 분석해야 정확히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제 연 구에서는 직무를 5개 군으로 나눈 다음 직무 분포를 점수화해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청년 층과 중장년층이 수행하는 직무가 크게 달랐어요. 일반적으로 질이 좋은 일자리라고 생각하는 분석·사회 직무는 청년층에 집중되어 있었어요. 반면, 중장년층은 나이가 들수록 분석·사회 직 무에서 점수가 감소하고 반복·신체 직무의 비율이 높아졌어요. 중장년층의 경제활동 참여가 확대되더라도 이들이 수행하는 직무가 청년층과는 달라 노동 공급 감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 기는 어려울 수 있어요.
 

Q. 중장년층의 직무 성향이 왜 변하는 건가요?
대체로 비자발적 퇴직을 하고 재취업을 하면 분석·사회 직무 성향이 낮아졌어요. 특히, 비자발 적으로 퇴직한 시점에 따라 이 변화의 정도가 달라지는데 젊은 나이에는 기존 직무에 재진입 하거나 분석·사회 직무 비율이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이는 젊은층이 커리어 전환 시 더 많은 교육이나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통해 직무 성향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에 50세 이후 비자발적으로 퇴직하는 경우는 기존에 전문적인 업무를 하던 사람들도 새로운 일자리에서 기존의 직무가 단절되고 저숙련 직무인 반복·신체 직무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관 찰됩니다. 이는 중장년층이 새로운 일자리에서 기존의 전문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을 반영 하고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노동시장에서 중장년층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 인 것이죠.

Q. 여성들의 직무 성향 변화도 남성 중장년층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나요?
여성은 조금 다르게 나타났어요. 남성은 50세 이후 비자발적인 퇴직 시 직무 성향 변화가 가 장 크게 나타났지만, 여성의 경우, 직무 단절 시점이 더 빨라요. 30대에 비자발적 퇴직을 할 때 분석·사회 직무 비율이 크게 하락했는데, 그 시기가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로 해석 됩니다. 오히려 중년 이후에는 여성의 직무 성향 변화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직 업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과정에서 남성은 50대에 밑으로 내려가지만, 여성은 출산과 육아 로 30대에 밑으로 내려오게 돼서 그 수준에 머무르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여성의 경우 중년 이후 직무 성향 변화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Q. 보고서에 나온 미국의 경우에는 직무 성향의 유지 기간이 긴데,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은 무 엇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직무 성향이 변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분석·사회 직무 분야에서의 업무는 젊을 때 더 잘 수행하며, 나이가 들수록 업무 능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직무 단절이 발생한다고 생각하죠. 이와 같이 직무 성향의 변화가 생산성 차 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한 성향이 나타났겠죠. 하지만 연구 결과는 달 랐어요. 미국은 중장년층에서 직무 단절 현상이 한국보다 훨씬 적습니다. 분석·사회 직무의 경 우, 한국에서는 30~40대에 정점을 찍고 그 이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미국에서는 40대 이후에도 서서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는 평균 근속 연수와 관련된 연구 결과도 비슷 한 패턴을 보여줍니다. 올해 초에 나온 한요셉 박사님의 보고서를 보면, 한국에서는 평균 근 속 연수가 50대 초반에 정점에 이르고 이후 감소했어요. 이들을 대상으로 현재 일하고 있는 직장의 근무 연수를 물어보면 ‘5년 이하’라고 답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는 조기 퇴직을 반 영하는 거죠. 반면 미국에서는 50대 이상의 근로자들이 10년 이상 근속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중장년층이 원래 일하던 직무를 유지하며 장기적으로 근속하는 경향이 강 하지만, 한국은 조기 퇴직과 재취업의 어려움으로 인해 직무 단절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우리와 노동 시장 환경이 비슷한 일본은 어떤가요?
일본도 저출산과 프리터(Freeter) 문제를 겪고 있지만, 청년층 노동 공급 측면에서는 우리나 라보다 상황이 나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20대 남성 경활률은 거의 90%에 달하지만, 한국은 70%에 못 미칩니다. 따라서 일본은 청년층 노동 공급 문제에서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더 나은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일본은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로 고령층의 노동 시장 참여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퇴직한 근로자들을 재고용하는 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요. 물론, 일본도 우리와 비슷하게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라 부담이 있지 만, 퇴직 후 재고용을 통해 근로 시간을 줄이거나 자문 역할로 조정하는 방식 등으로 근로 조 건을 조정해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Q.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구조 적인 문제가 있다는 말씀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평균 근속 연수나 직무 성향의 차이를 보면, 단순한 글로벌 생 산성 문제라기보다는 한국의 노동시장 특성 때문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미국은 임금 이 재직 기간보다는 직무 내용과 성과에 따라 결정되지만, 한국은 재직 기간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증가합니다. 이로 인해 중장년층 근로자의 임금이 높아지면서 고용주 입장에서는 고 용에 대한 비용 부담이 커지죠. 결국 고용주는 중장년층을 해고하고 젊은 지원자를 채용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가 조기 퇴직과 재취업의 어려움 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Q.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의 습득 격차도 중장년층이 도태되는 원인이 아닐까요?
디지털 기술 습득 격차는 중장년층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저만 해도 졸업한 지 4년밖 에 되지 않았는데 지금 후배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제가 공부하던 때와는 크게 달라졌더라 고요.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서 모든 연령대가 지속적인 재교육이 필요합니다. 과거에는 생애 초반에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고 이후에는 쌓아놓은 인적 자본을 평생 활용하는 구조였지 만, 현재는 지속적인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의 근로자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적응해야 합니다. 이런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중장년층이 기술 격차로 도태될 우려는 줄어들 것입니다.
 

Q. 반년이 지나도 보고서가 계속 회자되고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질문은 무엇이 었나요?
여러 인터뷰에서 가장 어려웠던 질문은 연구와 정책 제안을 할 때 문제를 제기하는 것보다 해 결책을 제시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연구에서는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가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 지만, 실제로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현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해결책이 다음 리서치의 과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그동안 중장년층, 유자녀 여성, 자영업자 등의 노동환경을 연구 주제로 선택하신 것으로 보아, 연구 철학에 어떤 공통된 철학이 있는 거 같은데요.
연구 철학에 특별한 공통분모는 없어요(하하). 경제전망실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경제지표를 접 하다 보니, 독특하거나 흥미로운 지표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에는 30대 여성, 올해는 중장년층 지표가 눈에 띄었습니다. 자영업자 지표 역시 흥미로웠는데요. 보통 경제 규모가 커 질수록 자영업자의 비중은 줄어드는데, 우리나라는 비슷한 규모의 다른 국가들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요. 이렇게 지표의 독특한 움직임과 정책적 필요성에 따라 연구 주제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Q. 최근 다른 연구위원들도 다양한 노동시장 연구가 활발한데, 동료들과의 협업과 교류는 활 발한가요?
협업과 교류가 좀 더 활발했으면 좋겠지만, 경제전망실에 있다 보니 물리적으로 거리가 있어 그러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대신, 노동 시장 연구를 하는 분들보다는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자주 이야기합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시각을 얻거나 당연하게 여겼던 부분을 다 른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기회가 됩니다. 이런 교류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Q. 연구하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나 흥미로웠던 에피소드를 알려주세요.
가장 어려웠던 점은 KDI의 오픈 레퍼리 시스템이었어요. 처음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6개의 공 식 레퍼리 리포트를 받았을 때는 당황스러웠습니다. 비공식적인 코멘트도 많아 이 과정을 어 떻게 감당할지 걱정되었죠. 그러나 이런 철저한 검토가 연구를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 고, 연구보고서가 처음보다 많이 개선되었죠. 꼼꼼한 피드백 덕분에 연구 내용이 더 정제되어 언론에 나갈 때 오해나 민감한 문제가 줄어드는 것도 긍정적인 점입니다. 그래서 이 시스템이 오래도록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Q. 앞으로의 연구 계획이 궁금합니다.
올해는 고령화 연구의 두 번째 단계로, 개인 데이터에서 기업 데이터로 넘어가 기업별 고령화 진행 상황과 이에 따른 생산성 영향을 분석하고 있어요. 중장기적으로는 임금 체계 개편에 대 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튀는 지표 중 실업률 지표가 지속해서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어서, 이 주제에 관한 연구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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