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송영관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
일상생활 속 관세
해외여행을 위해 공항을 찾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면세점이다. 이곳에서는 샤넬, 디올 같은 명품 브랜드의 향수와 핸드백부터 발렌타인, 글렌피딕 등 인기 위스키까지 다양한 제품을 일반 매장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이처럼 가격이 낮은 이유는 세금이 면제되기 때문이며, 여기에는 관세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향수에는 6.5%, 핸드백에는 8%, 위스키에는 무려 20%의 기본 관세율이 부과된다. 관세는 이 외에도 소고기(40%), 원유(3%) 등 대부분의 농산물, 원자재, 공산품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관세는 오랜 역사와 함께 발전해 온 세금이다. 옥스퍼드 사전은 관세(tariff)를 ‘수입 또는 수출되는 특정 품목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정의하며, 이 용어가 아랍어에서 유래해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를 거쳐 16세기 말 영어에 정착했다고 설명한다. 한자 ‘관세(關稅)’는 국경의 관문에서 걷는 세금을 의미하며, 근대 이전 중국에서는 주로 국경 통과 시 부과되는 통행세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근대적 의미의 관세는 1842년 난징조약에서 청나라가 영국 상품에 일률적으로 5%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본격화되었고, 이후 개항과 함께 일본과 조선에도 도입되었다. 조선에서 최초로 관세율이 명시된 조약은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으로, 일반 수입품에는 10%, 사치품에는 30%의 세율을 명시해 근대적 관세 제도의 출발점이 되었다.
원유, 농산물, 가전제품 등 생필품에 부과되는 관세는 가격 상승을 유발해 소비자의 실질 소득을 감소시키는 부정적 효과가 있다. 반면 생산자 입장에서 관세 부과는 수입 억제를 통해 외국산과의 경쟁을 줄이고 국내 생산을 유도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며, 이는 고용과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 1960년대 중반 이후 수입을 억제하고 수출을 장려하는 성장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관세는 무역 상대국의 보복을 초래해 수출을 저해할 수 있다.
관세는 정부의 재정 수입원이지만, 실질적인 비중은 낮다. <2025 대한민국 조세>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총 조세 수입 450.6조 원 중 관세 수입은 7조 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2000년대 이후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을 통해 관세 철폐를 제도화하며 시장 효율성과 무역 안정성 확보에 나섰다. 예를 들어, 미국산 소고기 관세는 한미 FTA에 따라 2026년 완전히 폐지되며, 호주산 소고기 관세도 한-호주 FTA에 따라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철폐될 예정이다.
관세의 간략한 역사
고대와 중세 시기, 관세는 세수 확보와 지역 산업 보호의 핵심 수단이었다. 고대 아테네와 로마 제국은 관세를 중요한 재정 자원으로 활용했으며, 중세 영국에서는 모직물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고급 모직물 수입을 금지하고, 모직물 원재료인 양모의 수출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근대에 들어 민족국가의 형성과 함께 중상주의가 확산되면서, 관세는 자국 산업 보호와 금 보유 확대를 위한 국가 간 경제 경쟁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영국의 튜더 왕조와 프랑스의 부르봉 왕조는 고율 관세와 수입 금지 조치를 통해 자국 산업을 적극 보호했다.
18세기 중반 산업혁명 시기, 프랑스,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등 유럽 주요 국가는 경쟁력 높은 영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와 수입 제한을 적용하며 자국 산업을 보호했다. 중상주의 정책은 단기적으로 금 보유 확대와 국력 강화에 기여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키고 산업 구조를 왜곡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에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 등 고전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과 관세 인하가 경제 성장과 국민 복지에 더 유리하다고 주장했으며, 이들의 이론은 19세기부터 실제 정책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1846년 영국은 ‘곡물법(Corn Laws)’ 폐지를 계기로 자유무역 정책으로 전환하며 관세를 크게 낮추고 무역의 자유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후 유럽 주요 국가들도 상호 관세 인하와 무역 자유화를 핵심으로 한 조약을 체결하며 유럽 전역에서 자유무역 조약이 확산되었다. 그러나 1870년대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 각국은 다시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며 관세를 인상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20세기 초까지 강대국들은 여전히 높은 관세를 유지하며 산업 보호와 세수 확보를 추구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일부 유럽 국가들이 관세를 낮추려 했지만, 1929년 대공황 발발과 함께 보호무역주의가 극단으로 치달았다. 미국은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통해 평균 59%에 달하는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맞서 캐나다, 유럽, 라틴아메리카 국가들도 미국산 제품에 30~50% 수준의 보복 관세를 적용했다.
경기 침체와 이런 고관세로 인해 1929년부터 1934년 사이 세계 무역량은 약 66%나 급감하며 대공황이 더욱 심화되었다. 이러한 관세전쟁은 대공황을 악화시킨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며, 국제 협력과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따라 1947년 미국과 영국 등 23개국은 GATT(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에 서명하고 다자간 관세 인하 협상을 시작했다. 이 협정은 1995년 WTO 체제로 발전하며 자유무역 질서를 공고히 했고, EU·NAFTA 등의 지역 무역 블록과 개발도상국의 점진적 자유무역 참여를 이끄는 기반이 되었다.
트럼프 관세전쟁의 끝은?
트럼프 이야기를 해보자. 트럼프의 재집권 이후, 관세는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다. 그는 1기(2017~2021) 재임 당시 철강·알루미늄, 태양광 패널, 세탁기 등의 품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25%의 관세를 적용하며 강경한 무역정책을 추진했다. 이로 인해 일부 대중 무역적자 감소 등의 성과는 있었지만, 전체 무역적자 축소나 제조업 일자리 확대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글로벌 보복 관세와 무역 갈등이 심화되며 부작용이 더 컸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2기에도 전 세계 수입품에 최소 10%의 기본 관세를 적용하고, 무역적자국에는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호무역 노선을 강화하고 있어, 글로벌 관세전쟁 가능성은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는 왜 이처럼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관세전쟁을 고집하는 것일까? 그는 제25대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재임 1897~1901)를 ‘관세로 미국을 부강하게 만든 인물’로 평가하며 자신의 정책을 정당화한다. 매킨리는 1890년 하원의원 시절 주도한 ‘매킨리 관세법(McKinley Tariff Act)’을 통해 평균 50%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는 수입품 가격과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초래했고, 유럽의 보복 관세로 농산물 수출이 줄어들면서 대중의 불만이 커졌다. 그 결과, 189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참패했고, 매킨리 자신도 하원의원직을 잃었다. 이후 평균 50%에 달했던 고율 관세는 1894년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윌슨-고먼 관세법(Wilson-Gorman Tariff Act)’에 따라 약 40% 수준으로 인하되었다.
1896년 대통령에 당선된 윌리엄 매킨리는 이듬해 ‘딩글리 관세법(Dingley Tariff Act)’을 통해 평균 관세율을 약 57%까지 인상하며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재임 후반기에는 산업 성장의 한계와 보호무역의 부작용, 해외 시장 확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점차 상호주의와 자유무역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상대국과의 협상을 통해 관세를 인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조치를 지지했으며, 1901년 암살 직전까지도 상호 관세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2024년 기준 연방 지출이 GDP의 24%에 달하고, 관세가 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에 불과한 상황에서도 고율 관세를 통해 재정 적자 해소와 제조업 부흥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이 미국 GDP와 고용에서 각각 약 8% 수준에 그치고 있고, 글로벌 공급망이 촘촘히 얽혀 있는 미국 경제 구조상 중간재 무역의 비중도 높은 만큼,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소비자 물가 상승과 기업 투자 위축 없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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