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을 맞추듯 북한경제를 분석하다 - KDI 한국개발연구원 - 소통 - 매거진 KDl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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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VIEW - 리서치 커튼콜 퍼즐을 맞추듯 북한경제를 분석하다

2025 FALL VOL.66

북한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실제 상황을 알기 어려운 나라다.
체제 특수성, 제한된 자료, 정치적 민감성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경제와 정책 전망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북한경제를 분석하고 정책적 통찰을 제공하는 곳이 글로벌·북한경제연구실이다.
북한경제를 담당하는 이종규 실장에게 연구의 배경과 현황, 그리고 미래 계획을 들어봤다.



진행 | 박상우 콘텐츠개발팀 전문연구원
 

Q. 자기소개와 연구 분야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북한경제를 연구하는 이종규입니다. 북한경제를 공부한다고 하면 많은 분이 생소해하시곤 해요. 과거 KDI의 한 선배님은 부서명이 너무 무서워. 조금 더 부드럽게 바꿔봐라고 하셨던 기억도 납니다. 어떻게 보면 KDI 내에서 매우 이질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지요. (·외가 모두 이산가족이기는 하지만) 사실 저도 북한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모티베이션은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당시 선배들과 세미나를 하면서 통일은 민족 이슈가 아닌 경제 이슈이고, 남북 양쪽에서 경제적 이익이 창출되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렵다라는 이야기를 했다가 정신교육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통일은 무조건 우리 민족의 지상과제여야 한다면서요. 당시 분위기가 그랬습니다. 어쨌든 그때부터 저는 오기로 북한을 제대로 보겠다는 마음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경제를 공부하다가 북한을 연구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시작한 길이 어느새 여기까지 왔네요.
 
Q. 부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글로벌·북한경제연구실은 2024년 글로벌실과 북한실이 통합되면서 새롭게 출범했는데, 매우 모순적인 부서입니다. 가장 높은 정도의 개방 경제를 다루는 글로벌팀과 세계 최고 수준의 폐쇄 경제를 다루는 북한팀이 함께 있으니까요. 저도 이 두 가지 업무를 동시에 하다 보면 자아분열이 오는 기분이에요. 먼저 글로벌팀은 이름 때문에 세계의 모든 경제 이슈를 다루는 부서로 아시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핵심 업무는 G20 관련 이슈와 한국 정부의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 다자금융과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 브루킹스연구소와의 공동연구, 정부 용역 수행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합니다. 북한팀은 1990년 통일에 대비한 연구를 위해 ‘KDI 북한경제연구센터로 출범했습니다. 현재는 기획재정부 남북경제과, 관계기관 등과 긴밀히 협업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비공개 사업을 수행하니 홍보는커녕 이 사업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해달라라는 일도 꽤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구성원들이 누구보다 바쁘게 일하고 있음에도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달 공개적으로 발간하는 <북한경제리뷰>만 해도 그래요. 과거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외 홍보도 했지만, 북한 관련 이슈가 정치적으로 민감해지고 정세가 복잡해지면서 지금은 보도자료 없이 조용히 출간만 하고 있습니다.
 
Q. 북한경제라는 특수한 연구 주제를 다루시면서 겪는 보람이나 어려움이 있으신가요?
북한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특수한 체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학문적으로도 독특한 사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하나하나가 매우 흥미롭습니다. 비록 자료가 제한적이고 불완전한 상황이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사실들을 찾아내는 희열도 있고요. 과장하면, 퍼즐에서 작은 조각들을 모아 전체 그림을 맞춰가는 것과 같은 즐거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어려움이 더 많습니다. 제일 부러운 분들이 클릭 한 번으로 데이터를 다운 받을 수 있는 연구자들인데요. 저희는 데이터를 하나하나 구축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그 과정에서 늘 정확성에 대한 도전을 받습니다. 예를 들면, 무역 데이터의 경우 상대국 통계를 확인해서 맞춰보는 거울 통계(Mirror statistics)’ 기법을 씁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수많은 오류가 발생할 수 있어서 늘 조심스러워요. 2006년 북한의 대인도 수출에서 전기기기(HS85)587% 증가한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인도의 수입업자가 한국과 북한을 혼동하여 세관당국에 보고 했을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하나의 사례이지만, 있는 데이터들을 그대로 믿었다가는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Q. 2025년 현재 북한경제와 정세는 어떤가요?
최근 북한에서는 도농 간, 평양과 지방 간 격차가 뚜렷합니다. 예를 들어, 2018UNICEF 조사에 따르면 도시 가구의 23%가 세탁기를 가진 반면 농촌은 4%에 불과했죠. 지역별로 보면 평양이 43%, 황해남도는 4%였습니다. 이런 격차 때문에 북한은 작년부터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내세웠습니다. 10년간 20개 지방 도시에 공장과 인프라를 집중 건설하겠다는 건데, 북한 스스로도 이 문제를 심각한 정치적 문제라고 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남북관계 관련해서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가장 특이한 부분입니다. 최근 김여정 부부장은 우리와의 관계를 조한(조선-한국) 관계라고 지칭했습니다. 그동안의 북남관계가 아니라요. 그만큼 우리와 관계를 멀리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낸 것인데, 현재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의 평화적 관리, 주어진 조건 하에서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험로가 예상됩니다. 게다가 북-러 관계가 밀착되면서 과거와 달리 한국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러한 상황을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것이 이번 정부의 중요한 과제라고 판단됩니다.


 
 


 
Q. 현재 하시는 연구에 대해 알려주세요.
얼마 전 우리 국가신용등급에서의 북한 요인에 대한 연구용역을 완료했습니다. 북한 요인이 한국 신용등급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신평사(국제신용평가사(피치, 무디스, S&P))들은 방한 때마다 북한 상황을 중요 변수로 보고, 실제 결과에 늘 상향·하향 요인으로 꼽습니다. 특히 KDI는 신평사들이 북한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꼭 들르는 기관입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점점 더 부각되는 상황에서 북한 요인에 대한 주의가 더욱 필요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올해 기본과제는 북한의 산업기업 DB를 통한 북한경제구조 분석인데요. 산업연구원에서 2000년부터 2023년까지 북한의 공식매체에 기초하여 기업 관련 정보를 추출하고, 이들 기업의 건설, 생산, 투자, 기타 활동 등에 관한 DB를 구축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유용한 DB가 여러 가지 이유로 각종 연구에 그렇게 활용되지는 못했습니다. 이에 KDI는 산업연구원의 협조를 받아 원 데이터를 2024년까지 업데이트하고, 여러 사항을 보완해 DB를 재구성한 다음,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새롭게 정리된 기업 수가 3,973, 보도 건수가 15만 개 이상 됩니다. 이 데이터와 다른 데이터들을 교차검증함으로써 북한경제 구조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해요.
 
Q. 연구를 위해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역으로 출장을 다녀오셨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접경지역 출장 내용은 공개할 이야기는 아닌 듯합니다. 대신, 앞서 이야기한 신용평가사와 관련된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이들이 방원할 때마다 대응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번 오는 평가위원들과도 친해졌는데요. 재밌는 것은 3개사(피치, 무디스, S&P)에서 공통으로 나왔던 질문이 현빈·손예진 주연의 사랑의 불시착이 북한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는지였습니다. 처음에는 영어 제목(Crash Landing on You)을 몰라서 한국에 그런 프로그램이 있냐고 되물은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같은 해 다른 평가사에서도 똑같은 질문이 나와서 프로그램을 찾아보고 , 이거였구나!’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국가신용등급을 따지는 진지한 자리에서도 한류의 힘을 느꼈지요. 그래서인지 뜬금없지만 그때부터 드라마 제목을 보면 영어 제목도 함께 확인하는 것도 루틴이 되었습니다(웃음).
 
Q. 북한을 자유로이 오고 갈 수 있는 미래가 온다면, 하고 싶으신 일이 있으신가요?
우리의 경제학 학술지에 해당하는 <김일성대대학학보(경제)>를 보면 북한경제 연구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에 없던 수식과 방법론은 물론 라틴문자 수학기호도 자주 나옵니다. 그래서 어떻게 경제 연구가 변하고 있는지 교류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너무 궁금한 것들이 많아요. 무엇보다 우리가 구성한 통계와 그들이 가진 통계가 어떻게 다른지 (정치적 입장을 내려놓고) 서로 비교해 봤으면 참 좋겠습니다. 또한 과거 2000년대 초반 장성택, 박봉주, 박남기 일행이 KDI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러한 교류가 조금 더 자주 있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북한 경제학자가 저널에도 기고하고, 우리가 북한 저널에도 기고하고 평양에도 파견 갈 날이 오면 좋겠네요(, 평양 파견 문제는 우선 가족들과 상의해 봐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에는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가끔 부서로 해킹 시도가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그렇게 궁금하면 터놓고 교류를 하던가, 그것도 싫으면 그 정성으로 본인들 통계 DB를 구축하여 경제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라고요.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를 알려주세요.
계획이나 포부요? 그렇게까지 거창할 것은 없고요. 개인적으로 남은 커리어에는 보직이나 행정 부담 없이 북한경제 공부에만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저는 글로벌과 북한을 동시에 맡으면서 일이 분산되어 정작 북한 관련 연구를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두 팀 다 행사가 너무 많고요. 월간 <북한경제리뷰>만 해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현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루고 싶은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나지 않아서 현안보다는 외부 원고를 섭외해서 출간하는 데 그치고 있어요. 아쉬운 부분입니다. 더 큰 틀에서 북한경제 연구에 대한 고민도 많습니다. 북한경제 연구는 이제 단순히 북한만 바라봐서는 차별성을 갖기 어렵습니다. KDI 북한팀은 한국경제와의 연관성을 고민하며 비교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거시·산업·재정 등 연구부서뿐 아니라, 경제교육·정보센터, 공공투자관리센터, 국제개발협력센터 등 KDI의 자산인 다양한 부서들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결국 북한 문제는 KDI 전체와 연결될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부서 운영은 제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작은 원칙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문유석 판사의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중앙일보 2017112)100% 공감한 적이 있었는데요. 한 가지 문구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저녁 회식하지 마라. 젊은 직원들도 밥 먹고 술 먹을 돈 있다. 친구도 있다. 없는 건 당신이 뺏고 있는 시간뿐이다. 할 얘기 있으면 업무시간에 해라. 괜히 술잔 주며 우리가 남이가하지 마라. 남이다. 존중해라.” 진짜 맞는 말이에요. 저도 나이가 더 들고 외로워진다고 해도이러한 기조는 유지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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