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制 정착되려면
이영기 /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외이사에 대한 논란이 장관자리도 바뀌게 만들었다. 사외이사라는 새로운 제도에 대한 기대에 못지않게 시행착오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주주가 경영 감시 책임을 이사에게 맡기는 것이 이사회 제도의 기본 취지다. 그런데 민주정치에서 힘의 근원이 유권자에게 있는 것과 같이 사외이사의 힘은 주주에게서 나온다. 그러나 주주가 이사 선임에 적극 참여하고 명확한 임무를 부여하여 사외이사를 적극 활용하지 않으면 사외이사의 힘과 책임의식은 약화된다. 이처럼 사외이사 등 새로운 기업 지배구조 제도가 회사의 발전과 주주의 이익을 위해 기여할 것인가, 아니면 무용지물이 될 것인가는 주주의 활용 여부에 달려있다.
먼저 이사가 누구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법에서 일반업무 중심으로 나열된 이사회 의결기능을 개정하여 「이사는 모든 주주들을 공정하고 평등하게 취급해야 할 의무」를 가지도록 충실의무를 명시함으로써, 이사가 모든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사가 이러한 의무를 태만히 할 때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나 주주에게 손실을 준 경영자나 이사는 막대한 손해배상을 하게 되도록 주주대표 소송을 쉽게 할 필요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이사는 그 의무를 보다 충실히 하지 않을 수 없으며, 또 대주주나 소액주주의 이익을 동시에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이사를 누가 선임할지, 자격기준은 무엇일지를 염려할 필요가 적어진다.
사외이사 자격시비나 보수 등에 대한 논란이 생기는 것은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이 사외이사 무용론으로 귀결되어서도 안되며, 문제방지를 위해 모든 것을 제도로 규정하자고 해서도 안될 것이다. 제도화는 경직적이 될 뿐만 아니라, 정부의 판단과 시장개입을 초래하여 시장자율에 의한 탄력적 적용을 저해하게 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사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며 자격시비가 있는 사외이사는 공개함으로써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판단하여 선임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필요하다면 소액주주들이 힘을 모아 주총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하여 자신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상법상 허용된 집중투표제를 강제화하는 것은 M&A 등을 통한 지배주주의 교체를 방해함으로써 경영자의 지위를 강화하는 부작용도 생긴다. 따라서 집중투표제를 정관에서 배제할 수 있는 요건을 강화하여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 선임이 용이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사회가 과거 사내이사 중심의 운영에 비해 달라진 것을 부정할 수 없는데도 사외이사제도를 조기에 너무 확대실시함에 따라 성공사례보다 부작용이 더 부각되는 감이 있다. 600~700개에 달하는 상장회사와 금융기관까지 적용하고 또 겸임을 금지함에 따라 수천명의 사외이사가 필요하게 되어 유능한 사외이사 구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사외이사 적용대상을 확대하기보다 사외이사 제도 운용의 모범사례를 발굴, 육성함으로써 주주들이 사외이사의 효용성을 인식하고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사외이사제도의 빠른 정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기업들이 기업지배구조 모범 규준에 정의된 사외이사 자격요건이나 투명성 기준, 감사위원회 운영, 이사나 경영자의 평가와 보수의 결정 등 기업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규준을 존중하도록 하고, 그 이행 여부를 시장에 공개하여 시장압력과 시장규율을 강화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2000/10/03 조선일보 6면> [시론] 사외이사制 정착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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