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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K인사이트] 지방에 고학력·고숙련 일자리 집중된 거점도시가 필요하다 #중앙·지방정부 #도시계획 및 도시공학

나라경제 2025.03.27

지방에 고학력·고숙련 일자리 집중된
거점도시가 필요하다

문윤상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의 행정통합 논의가 중단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2024년 6월 두 광역자치단체가 통합 논의를 시작한 이후 약 3개월이 지났지만 청사의 위치와 기초자치단체의 사무권한 등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말에는 김포시가 서울로의 편입을 주장했다. 특히 국민의힘 중앙당 차원에서 김포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논의가 커졌다. 하지만 김포의 서울 편입도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슈로 교착상태에 빠지며 논의가 지속되지 못했다.


1960년대 산업화로 인구 빠르게 유입된 
서울, 강남·강서·강북으로 크게 확장


행정구역과 관련한 위와 같은 논의는 근본적으로 대도시의 생활권이 확대되며 촉발됐다. 20세기 이후 교통과 통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서 세계적으로 대도시가 다수 부상했다. 세계 곳곳에서 각 지역의 중심이 되는 대도시로 사람이 몰려들었으며, 열차와 자동차 등 교통의 발전은 대도시의 생활권이 확대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도시권의 확장으로 기존 행정구역과 충돌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대도시의 생활권이 기존 행정구역을 넘어서게 되며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대도시들은 행정구역을 개편해 생활권과 일치시키려고 했다. 일본에서는 1940년대 수도인 도쿄의 행정구역을 도쿄도(都)로 개편했다. 현재 도쿄도의 크기는 서울(605km2) 면적의 3.5배에 이르는 2,194km2이다. 따라서 도시를 비교할 때는 도쿄도 내 도쿄특별구(622km2)에 해당하는 23구만을 기준으로 서울과 비교하곤 한다. 영국 런던도 행정구역을 확대한 도시다. 1965년에 기존의 런던시를 포함하는 광역 런던(Greater London)이 탄생했으며, 면적도 1,572km2에 이르게 됐다.

과거에 서울도 행정구역을 개편했다. 특히 1963년에 서울은 3~4차 행정구역 개편을 거치며 면적이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1960년대 들어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서울로 인구가 빠르게 유입돼 도시의 토지가 부족해졌다. 이에 서울은 행정구역을 강남과 강서, 강북 방향으로 크게 확장했다(<그림> 참고). 현재의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일대 그리고 강서구와 노원구, 도봉구, 중랑구 등은 이 시기에 확장된 지역이다. 하지만 이후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며 행정구역 개편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됐다. 최근 김포를 비롯해 과거 과천이나 구리, 광명 등도 서울 편입 논의가 있었지만 무산됐다.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불일치는 행정구역 개편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행정구역이 개편되지 않더라도 지방정부 간 협력이나 중앙정부의 조율로 주민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 서울도 생활권이 확대되며 주변 지역과 협력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을 위해 김포시와 협력했으며, 행정구역의 경계에 건설된 위례신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과 경기 등이 행정협의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특히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이후 행정구역의 개편은 더욱 힘들어졌기에 지방자치단체 간의 협력은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지방은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광역자치단체 간 협력이 더욱 요구된다. 서울생활권이 커지며 자연스레 인근 지역과의 생활권 문제를 해소했던 서울과 달리 지방의 대도시는 단순히 주민불편을 해소하려는 목적 이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 지방은 인구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으며, 인구의 감소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방 대도시의 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다. 대구와 울산은 2023년 1%대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은 일찍부터 인구감소를 경험하며 2016년 인구가 350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2024년 인천의 인구가 300만 명을 넘어섬에 따라 부산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 자리를 내줘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방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는 현상이 고착화되며 지방은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수도권에 비해 비수도권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임금도 낮다. 청년들은 더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수도권 일자리를 원한다. 수도권에 집중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등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은 세계적인 산업 발전의 흐름 속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에 반해 지방에 기반을 둔 전통적인 제조업은 발전이 정체됐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이 시행됐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참여정부부터 추진된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그 효과가 단기간에 그쳤다. 기업에 대한 지원에도 유니콘 기업은 지방에서 등장하지 못했으며 가젤기업이라 불리는 고성장기업의 비율도 매우 낮다. 중앙정부로부터 추진된 정책들은 지방에 뿌리내리지 못했다. 지역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지방은 협력할 필요가 있다. 

 


인접 지역이 경쟁하는 방식은 한계…
메가시티를 거점으로 함께 혁신 도모해야


서울과 달리 지방에는 거점도시(cognitive hub)라 불릴 만한 세계적인 대도시권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의 4차산업으로 불리는 지식산업은 고학력·고숙련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있을수록 더욱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 서울이 부산보다 생산적인 이유는 서울에 고학력·고숙련 일자리가 더 많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자리는 주변의 많은 다른 산업에 파급효과를 갖는다. 이처럼 도시의 생산성이 인구밀도와 비례하는 현상을 집적효과(agglomeration effect)라 하며, 이는 지역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비수도권에도 고학력·고숙련 일자리가 집중된 거점도시를 조성해 집적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혁신을 이뤄낼 때 지방은 수도권과 비교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메가시티(대도시권) 육성을 통한 지역발전 논의가 한창이다. 비록 대구의 메가시티 논의는 장기과제로 남았지만, 대전·세종·청주를 중심으로 충청권 메가시티 육성을 위한 ‘충청광역연합’이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메가시티 구상과 같이 행정구역을 넘어서 지역공동체가 함께 협력할 때 지역의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인접한 지역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경쟁하는 방식은 한계가 드러났다. 따라서 메가시티를 육성해 거점화하고 그 거점에서의 혁신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혁신이 주변으로 파급효과를 가질 때 지역이 더욱 발전할 것이다. 

또한 중앙정부는 지방분권을 통해 지역이 함께 발전방향을 협의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제공하는 재원을 두고 지역 간 경쟁을 유도하는 현재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광역자치단체가 협력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방분권이 강화돼 각 지역의 특색이 드러나는, 수도권과 버금가는 지역의 메가시티가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본 칼럼은『나라경제』2024년 10월호에 게재된 글로,
KDI 연구위원들이 경제·사회 이슈에 대해 분석하는
‘K인사이트’ 코너에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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