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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K인사이트] 경상수지 흑자에 담긴 경고와 구조개혁의 과제

나라경제 2025.09.08

경상수지 흑자에 담긴
경고와 구조개혁의 과제

김미루 KDI 국채연구팀장

인구구조 변화와 다소 어두운 미래에 대한 전망으로 소비와 투자 부진이 맞물리면서, 반갑지만은 않은 경상수지 흑자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재정·통화 정책만으론 이 구조의 근본적인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


인구구조의 변화로 우리 경제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게 하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생산성 둔화로 잠재성장률의 하락세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고, 민간소비는 뚜렷한 회복의 기미 없이 장기간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설비투자는 일부 첨단 제조업과 특정 신산업 분야에서만 확장이 나타날 뿐 대부분의 산업에서 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건설투자마저 전례 없는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경제 전반의 활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잠재성장률 2040년대 0% 내외···
기대수명 올라 소비성향도 뚜렷이 하락


먼저 우리나라의 중장기적 생산 능력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은 지난 20년간 추세적으로 하락해 왔으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수년간의 저성장은 경기 순환적 요인뿐 아니라 노동과 자본, 총요소생산성이라는 생산의 세 축 중 특히 노동과 총요소생산성이 동시에 약해지는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19년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에 들어섰고, 이 감소세는 점차 가속화돼 2030년까지 약 320만 명, 2040년까지는 누적 830만 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고령인구 비중은 2025년 20%를 넘어 2050년에는 40%에 달하게 된다. 경제활동참가율이 낮고 청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고령층이 늘어나면, 노동투입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 속도도 둔화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인구구조 변화는 잠재성장률을 추세적으로 끌어내리는 결정적 요인이다. KDI 전망에 따르면 기준 시나리오에서 잠재성장률은 현재 1%대 후반에서 2030년에는 1%대 초반으로 낮아지고, 2040년대에는 0% 내외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투입의 기여도는 2030년 전후에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총요소생산성의 뚜렷한 반등이 없을 경우 2040년대 후반에는 역성장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낙관 시나리오에서도 2050년 잠재성장률은 0.5%에 불과하며,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역성장 시점이 2040년대 초반으로 앞당겨진다. 이는 총요소생산성 제고와 구조개혁 없이는 우리 경제의 성장 경로가 완만한 하락 곡선을 넘어 장기 침체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연령대별 인구구성의 변화뿐 아니라, 안정적인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간이 제약된 상태에서 기대수명이 상승하는 현상은 가계의 소비 결정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약 6.5년 늘었으나, 생애 주 직장에서 퇴직하는 시점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평균적으로 더 오래 살게 되면서 사람들은 퇴직 이후의 긴 노후를 대비해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이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소비성향, 즉 벌어들인 소득 중 소비하는 비율은 뚜렷하게 하락했다.

건설투자 부진의 장기화 역시 인구구조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구 증가세 둔화와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주택·상업시설 등 부동산 수요를 축소시키고, 고령화로 인한 생활패턴 변화는 신규 건설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설비투자 역시 일부 첨단 제조업과 신산업 분야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청장년층 인구 감소로 내수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약화되고, 생산연령인구의 추세적인 감소가 내수 위주의 기업들로 하여금 미래 수요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게 해 대규모 설비 확충을 주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인구구조 요인은 건설·설비 투자 모두의 흐름에 구조적 제약을 가하며, 투자 부진이 장기화되는 배경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주체들의 다소 비관적인 전망은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추세를 장기간 지속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이미 십수 년간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대외 건전성의 한 축을 담당해 왔지만, 그 배경을 살펴보면 이를 단순히 긍정적인 신호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경상수지는 한 나라의 대외거래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소득과 지출(소비+투자)의 차이 또는 저축과 투자의 차이로 정의된다. 국민이 벌어들이는 소득이 국내에서 사용하는 지출보다 많으면 흑자, 그 반대면 적자가 된다. 이 지표는 단순한 무역 실적뿐 아니라 가계·기업·정부의 소비와 투자 행태, 더 나아가 미래에 대한 기대와 인구구조 변화까지 반영한다. 특히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주체들의 밝지만은 않은 미래에 대한 전망으로 인한 소비와 투자의 부진이 맞물리면서 저축이 투자를 초과하는 구조가 고착돼 장기간 경상수지 흑자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와 생산성 하락이 초래한 소비와 투자의 부진 그리고 이로 인한 경상수지 흑자 추세의 지속은 주로 단기적인 경기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만으로는 그 근본적인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 확장적 재정지출이나 금리 인하는 일시적으로 수요를 자극할 수 있지만, 생산연령인구의 축소와 생산성 하락에 따른 잠재성장률의 하락, 기대수명이 증가했음에도 경직적인 노동시장으로 안정적인 직장에서 퇴직하는 연령이 상승하지 못해 발생하는 구조적 저축 확대 등을 해소하지 못하는 한, 지금의 추세를 전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생산적인 부문으로 투자 이어지고
지속 성장하기 위해 과감히 구조개혁해야


이처럼 인구구조 변화와 기대수명 증가는 잠재성장률과 소비, 경상수지 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제약하고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총요소생산성 향상을 위한 규제혁신과 산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하고 여성과 외국인 노동력 활용을 확대해 노동공급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또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를 개선하고 경직적인 노동시장을 완화함으로써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늘릴 필요가 있다. 아울러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과도한 노후 대비 저축을 완화하고 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만이 ‘생산적으로 투자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경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러한 개혁 필요성은 모두가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실행은 여전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와 이에 따른 거시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점차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돌이킬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기 전에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이 절실하다. 




본 칼럼은『나라경제』2025년 9월호에 게재된 글로,
KDI 연구위원들이 경제·사회 이슈에 대해 분석하는
‘K인사이트’ 코너에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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