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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자 중심의 대학 구조개혁

2023.06.20
  • KDI
    고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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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지방 대학교 정원미달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죠. 심지어 각종 사은품으로 학생들을 ‘모셔가는’ 광경도 보입니다. 대학가에 확실한 개혁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구조개혁은 꽤나 오래전부터 시도됐었는데, 지금껏 별 효과가 없는 게...뭐가 문제였던걸까요? 그리고 앞으론 어떻게 해야할지도, KDI가 한 번 다뤄봤습니다!

● 관련 영상
①  (영상보고서) 그럼 그 사이엔 뭐 먹고 살지? https://youtu.be/oJN3ERisz_s
②  (컨퍼런스 발표영상) 대학 구조개혁의 방향 https://youtu.be/BizFcvZaB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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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온 대학교가 20년 후에는 없어져 있다면, 어떨 것 같나요?
아무리 유명한 대학교라도 미래가 보장된 건 아니겠죠.
 
최근 몇 년 사이에 정원이 미달 된 대학교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4년제 일반대학 재학생 수가 2014년부터 계속 감소해왔는데
2045년에는 지금보다 대략 절반 수준인 70만 명 대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문제를 오래전에 예측한 정부는
1998년부터 대학교 구조개혁 정책을 추진해왔는데요.
 
기본적으로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재정지원과 연계해서
입학정원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25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부 주도의 대학 구조개혁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먼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의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인데요.
 
실제로 감축 대상으로 뽑힌 학교 수가 확 줄어
감축 실적이 급감하는 시기가 발생하는 등
개혁이 일관된 방향으로 추진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정원 감축을 학과가 아닌 학교 전체에 부과하다 보니
대학들이 오히려 학과 수를 늘리고
각 학과의 규모를 줄이는 식으로 대처해온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학과규모가 작으면 세부전공 교수진이 다양하기 어렵다보니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2014년부터 전임교원이 두 세명도 안 되는 소규모 학과가 꾸준히 증가해왔죠.
 
반대로 늘어나야 할 전공부문을 정부가 판단하기 보다는
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선호나 취업시장의 수요가
정원에 반영되는 것이 중요할텐데요.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거나 취업이 잘되는 학과일수록 정원을 늘릴 법도 한데,
 
학과별 입학 경쟁률, 신입생 충원율, 졸업생 취업률이
모집인원 증가율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등록금, 학생 선발 방식, 학사관리, 시설 등
정부가 대학교의 수많은 사안을
이미 규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을 평가하고 정원 감축까지 요구하면
 
대학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할 환경이 조성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저자 인터뷰)
지금 세상은 1년 앞을 내다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절대로 우리 대학을 세계 일류 대학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대학 스스로, 다시 말해 대학 경영진과 교수진이 자발적으로 혁신에 나서야 합니다. 산업 수요와 학생들의 수요가 어떻게 변하는지 끊임없이 파악하고, 이에 맞추어 교육내용을 바꾸고 학과 정원도 조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러기 어려운 게,
우선 공급 면에서는 교수들의 반발이 너무 세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교수와 학생, 동문들의 반발로 정원 조정이 안되거나 조정되더라도
그 과정이 어렵다
는 대답이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들을 설득하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경영진의 힘이 부족한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특히 국립대학의 경우는 나라에서 예산이나 고용을 보장해주니
스스로 개혁할 유인도 더 적고요.
 
경영진은 환경변화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에,
교수진은 교과목 신설이나 폐지 등 교육내용을 다시 설계하는 데에
각각 역할을 맡아 대학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요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는데요,
학생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입시 시절 성적에 맞춰서학교와 학과를 고른 학생이 가장 많고,
대학알리미라는 사이트가 있어도 활용해봤다는 학생은 열에 한 두 명 꼴이었습니다.
 
, 학생들이 자기 학과의 취업률을
아예 모르거나 실제보다 더 높다고 오해하고 있는데요.
 
특히 다른 곳보다 취업률이 유독 낮은 지방 국립대의 경우
학생들이 기대하는 취업률과의 차이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정해진 미래 앞에서
우리는 대학 구조개혁을 어떻게 추진하는 것이 좋을까요?
 
(저자 인터뷰: 고영선 KDI 선임연구위원)
대학을 평가할 궁극적인 주체는 정부가 아닌 학생들입니다. 앞으로는 학생이 중심이 되어 대학을 평가하고 선별하는, ‘발로 하는 투표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학생이 대학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 예를 들어 연봉, 취업률, 산학협력실적 등을 충분히, 쉽게 얻을 수 있도록 도와야겠습니다.
 
또 등록금이나 수도권 입학정원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경쟁력이 있는 대학은 충분한 재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되고, 비수도권 학생들은 수도권에서 공부할 기회가 더 생길 수 있습니다.
 
한편 취업률이 낮은 지방 국립대학교는 학생들의 선택을 못 받더라도 국립이라는 이유로 폐교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본질적으로 국립대의 필요성에 대해 고민하고 이에 맞춰 개혁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평가 및 재정지원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대학의 정원조정을 유도하였으나, 이런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수요자의 선호가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개별 대학 및 학과에 대한 정보 제공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는데, 특히 졸업생의 연봉을 공개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발로 하는 투표(voting by feet)’를 유도함으로써 구조조정의 동력을 확보하고, 대학의 자율과 책임을 강화하며, 분야별 인력공급의 적정성을 도모해야 한다.

Ⅰ.  문제의 제기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4년제 일반대학의 재학생 수는 2014년 이후 감소해 왔는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전망 결과에 의하면, 재학생 수는 2021년 에 142만명이었으나 약 20년 후인 2045년에는 69만~83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표 1).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어려움은 이미 가시화되었다. 신입생 충원율(=신입생 수/모집인원)은 2021년에 96.0%로 크게 하락하였다(그림 1). 특히 비수도권 대학 (사립 90.5%, 국립 97.0%)의 경우 충원율이 급락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었다. 대 계열별로는 공학계열의 충원율(94.5%)이 가장 낮다(그림 2).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최근 신입생 충원율이 급락하였다.
약 20년 후에는 대학 재학생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Ⅱ.  과거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시도 및 한계점

인구 감소로 학생이 줄어들어 대학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되었다. 이에 따라 김대중 정부 이래 모든 정부는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2014)에 따라 2015 년에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실시하고 재정지원과 연계해 대학의 정원감축을 유도하였다. 당초에는 2014~22년의 기간을 1주기(2014~16년), 2주기(2017~19년), 3주기(2020~22년)로 나누어 구조개혁을 추진할 계획이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2주기 평가를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2018년과 2021년에 진단 을 실시하여 하위권 대학 중심으로 정원을 조정하였다. 정원감축 비율은 개별 학과 가 아닌 대학 전체에 부과하였다.

이러한 대학 구조개혁 정책의 목적은 한편으로 대학의 초과 공급을 막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정원을 유망 분야로 재배분하는 데 있다. 다만, 이러한 목적이 타당한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 수요가 줄어들면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공급자들 이 스스로 퇴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설령 목적이 타당하다 하더라도, 정부의 구조 개혁 노력은 여러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교육부가 대학평가 및 재정지원과 연계해
대학에 정원감축을 요구하는 방식은 정치적 고려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첫째, 이러한 방식은 정치적 고려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고려로 인해 문재인 정부에서는 권역별로 대학을 평가하여 정원감축을 유도하였다. 또 정원감축 대상 대학도 대폭 축소하였다. 국가장학금 지급 및 재정지원 사업 참여가 제한되는 대학을 ‘하위 대학’이라고 부를 때, 하위 대학(일반+전문)의 수는 2015년 평가에서는 66개(D 및 E 등급)였으나 2018년 진단에서는 20개(재정지원 제한 대학 Ⅰ 및 Ⅱ)로 줄어들었고, 2021년 진단에서는 17개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하위 대학의 수가 줄어들면서 정원감축 실적도 급감하였다. 1주기에는 60,077명의 정원이 감축되었으나, 2주기에는 5,903명 감축에 그쳤다(표 2). 이것이 2021년의 신입생 충원율 급락과 관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연덕원, 2021, p.23). 대학 구조개혁이 정치적 고려에서 벗어나 일관된 방향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어느 대학이 몇 명의 정원을 줄여야 하는가에 대한 의사결정을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로운 주체에게 맡길 필요가 있다.

둘째, 이미 대학에 대한 규제와 간섭이 만연한 상황에서 현재의 방식은 대학의 자율과 창의를 더욱 침해하고 정부 의존성을 더욱 높일 우려가 있다. 정부는 이미 등록금, 수도권 입학정원, 학생선발 방식, 학사관리, 부지 및 시설 등 대학운영의 거의 모든 측면에 대해 규제를 촘촘히 부과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구조개혁 방식도 크게 보면 이런행태의 연장선으로 이해된다. 미국, 영국, 호주 등 고등교육 선진국에서는 정부 가 이렇게 간섭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 정부는 대학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보다 대학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할 환경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기존 방식은 대학의 자율과 창의를 더욱 저해할 위험이 있다.

 

셋째, 현재의 방식이 인력공급을 왜곡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정부는 프라임 (PRIME)사업 등의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대학들이 특정 분야의 전공을 늘리도록 유도해 왔다. 그런데 늘어나야 할 전공분야가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을 정부가 독점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전공의 졸업자에 대한 산업계의 수요가 증가할지 현재 시점에서 판단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에서 각종 정보가 생성되고 확산되면서 다수의 주체가 각각 판단을 내리고 이들의 선호가 모여 전공별 수요가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수요와 공급이 동태적으로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전공별 인력의 과잉 및 과소 공급을 최소화하기에 적합한 방식이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시장경제에서 생산 및 소비에 관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방식이기도 하다.

 

늘어나야 할 전공부문에 대한 판단을 정부가 주도하는 것보다 시장에 맡기는 것이 인력의 과잉 및 과소 공급을 줄이는 데 더 적합할 수 있다.

현재는 이런 모습과 거리가 멀다. 이와 관련하여 수요자들의 선호가 정원조정에 반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종속변수로는 신입생 모집인 원 증가율을 사용하였고, 설명변수로는 입학 경쟁률(=지원자 수/모집인원), 신입생 충원율, 졸업생 취업률이라는 세 가지 변수의 1년, 2년, 3년 시차변수를 사용하였다. 만일 모집인원이 수요자의 선호를 반영하여 결정된다면 이들 시차변수의 계수 추정 치는 양(+)의 값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회귀분석은 학과 및 대학 단위로 각각 실시 하였고, 학과 및 대학 고정효과를 포함하기도 하고 포함하지 않기도 하였다.

<표 3>은 졸업생 취업률을 사용해 대학 단위로 고정효과 없이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를 보여준다. 15개의 계수 추정치 중 통계적으로 유의한 양(+)의 값은 찾을 수 없었다. 졸업생 취업률보다 더 직접적으로 수요자 선호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는 입학 경쟁률이나 신입생 충원율을 사용했을 때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이는 향후 수요자 가 정원조정에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넷째, 대학교육의 질적 하락도 우려된다. 2014년 이후 재학생 수의 감소에 직면해 대 학들은 상대적 강점분야에 집중하기보다 오히려 학과 수를 늘리면서 개별 학과규모 를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해 왔다. 2014~21년 기간 동안 재학생 수는 153만명에서 142만명으로 7.5% 감소하였으나 학과 수는 6,185개에서 6,231개로 0.7% 증가했다. 이것은 평균적으로 개별 학과의 규모가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중위(中 位) 학과규모(재학생 수 기준)는 같은 기간 중에 181명에서 165명으로 8.8% 감소하였다(그림 3). 지역별 · 설립형태별로 구분했을 때 특히 비수도권 국립대학에서 학과 수는 3.6% 증가하고 중위 학과규모는 13.8% 감소하였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학들은 특성화가 아닌 일률적 학과정원 감축으로 재학생 수 감소에 대응해 왔다.

이처럼 대학들이 모든 학과의 규모를 조금씩 줄여 온 것은 정부가 감축대상 대학에 대해 대학 전체의 일괄적인 정원감축을 요구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과 규모 감소는 대학교육의 질을 하락시킬 우려가 있다. 각 학과 안에 다양한 세부전공별 교수가 있어야 하는데 학과규모가 줄어들면 이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이후 전임교원이 2~3명에 그치는 소규모 학과가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향후 대학 구조개혁에 있어 대학 전체가 아닌 학과 단위 로 정원조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Ⅲ.  대학교육의 공급 및 수요 측면의 문제

대학에 입학할 학생들이 급감하는 상황이라면, 정부가 강제하지 않더라도 대학 스스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지 않고 있는 것은 공급 및 수요 측면 에서 대학들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 때문으로 판단된다. 공급 측면의 문제로는 먼저 교수들의 반발을 지적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수요에 따른 대학 내 입학정원 조정이 발생하고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 교수 들의 25%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다(그림 4). 이 비율은 국립대학(수도권 50%, 비수도권 35%)에서 특히 높았다. 비수도권 국립대학은 재학생이 빨리 줄어들 고 있는데도 구조조정에 미온적임을 다시 한번확인할 수 있다. 정원조정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응답에 대해 그 이유를 물었을 때 “교수, 학생, 동문 등 이 반발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41%로 가장 많았다. 한편, 정원조정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정원조정 과정이 순조롭지 않다”는 응답이 60%를 차지했다. 순조롭지 않은 이유로는 압도적 다수(82%)가 “교수들의 반발”을 꼽았다. 결국 교수 등 이해집단의 반발로 정원조정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이루어지더라도 그 과정이 매우 어렵다는 것 을 짐작할 수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교수들의 반발이 구조조정의 가장 큰 걸림돌로 파악된다.

 

교수들의 반발을 극복하기 어려운 원인 중 하나는 대학 지배구조(governance)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수들을 설득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경영진의 역할이 미흡하기 때문에 구조개혁이 지연되는 것이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대학 지배구조의 두 축을 이루는 경영진과 교수집단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는데, 대학의 성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즉, 경영진은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전략 마련, 대학 내 재원배분 등에 있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교수집단은 동료 교수의 임용, 승진, 종신재직권(tenure) 부여에 관한 결정이나 교과목 신설 ·폐지, 교 육내용 설계 등에 있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대학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 다(Brown, 2001; Cunningham, 2009). 최근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면서 외국에서는 이러한 방향으로 지배구조가 바뀌고 있는데, 영국 등 유럽에서도 경영진 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Sporn, 2003).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국립대학의 경우에는 연성예산제약(soft budget constraint)도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정부의 고등교육재정 지원은 재학생 1인당으로 계산했을 때 국공립대학 (2,000만원)이 사립대학(510만원)의 4배에 달한다(표 4). 항목별로는 인건비 등 경 상운영비에서 113배의 차이가 있고, 학자금에서도 사립대학 못지않은 금액이 국립 대학에 지원되고 있다. 안정적으로 예산을 제공받는 데 더하여 교직원은 공무원 신분 으로 평생고용을 보장받기 때문에 국립대학은 어렵고 힘든 구조조정을 꾀할 유인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립대학의 경우 정부가 예산과 교직원 고용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구조개혁 유인이 떨어진다.

 

수요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에게 “입학 당시 현재의 대학 및 학과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는가?”를 물었을 때, “성적에 맞춰 선택했 다”는 응답이 32.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그림 5). 대학 입학 시에 ‘대학알리 미(http://academyinfo.go.kr)’를 활용하였는지 물었을 때 활용하였다고 응답한 학생은 14%에 불과하였다. 또 재학 중인 대학 및 학과의 취업률을 알고 있는지 물었 을 때 모르는 학생이 40%에 달하였다. 나머지 60%는 알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이 들에게 본인이 생각하는 취업률을 물어보면 이들이 인지하고 있는 취업률은 실제 취업률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어 실제 취업률이 50% 미만인 경우 인지된 취 업률이 50% 이상일 가능성은 84.5%에 달한다(그림 6). 이처럼 취업률 등에 대한 정보 없이 성적에 맞춰 일단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수요 측면의 주요 문제로 보인다.

수요 측면에서는 학생들이 충분한 정보 없이 성적에 맞춰
대학을 선택함으로써 성과가 낮은 대학이 구조조정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취업률을 과대 인식할 확률은 실제 취업률이 낮을수록 높아진다. 예컨대 2011~20 년간 비수도권 국립대학의 취업률은 다른 대학들에 비해 낮았다(그림 7). 즉, 이들 대 학에 다니는 학생은 다른 학생들보다 실제 취업률을 과대 인식할 확률이 높다. 

 

Ⅳ. 대학 구조개혁의 방향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금까지의 대학 구조개혁 정책은 일정한 성과에도 불 구하고 많은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식을 찾을 필요가 있다. 대학을 평가할 궁극적인 책임은 교육부가 아닌 학생에게 있다. 지금은 이들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이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여 제 역할을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발로 하는 투표 (votingbyfeet)’를 통해 제대로 대학을 선별할 때 공급 측면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 을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방식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진다. 첫째, 학생들은 정부와달리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롭다. 따라서 지역균형발전 등 상충되는 목표를 추구하거나 추진 도중에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없다. 둘째, 대학이 학생들의 수요 변화에 대해 창 의와 자율을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대응하도록 함으로써 진정한 대학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정부에 제출할 문건을 잘작성하는 능력이 아니라 실제로 학생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정부가 판단하여 어느 전공분야를 줄이거나 늘리도록 유도하지 않고 학생을 포함한 다수의 주체들이 이를 판단하도록 함으로써 과잉 및 과소 공급의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넷째, 대학이 아닌 개별 학과에 대해 수요자가 선별적으로 영향을 미침에 따라 일률적인 학과규모의 감소를 막을 수 있다.
 

대학을 평가할 궁극적 책임이 있는 학생들이 ‘중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발로 하는 투표’를 통해 대학 구조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발로 하는 투표’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개별 대학 및 학과에 대한 정보 제공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대학알리미’의 유용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수요자들이 ‘중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요한 정보’의 측면에서는 취업의 질, 예컨대 연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교육부는 이미 졸업생들의 취업 후 연봉을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통해 파악하고 있으며, 2018년에 공개방침을 밝힌바 있다(교육부, 2018. 3. 21). 그러나 아직까지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는데, 이제라도 실행에 옮겨야 한다. 또 취업률은 1년 후뿐 아니라 최대한 많은 기간에 대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 물론 연봉이나 취업률 외에 교수들의 연구실적, 산학협력실적 등 대학의 성과를 나타내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보 구득의 용이성 측면에서는 각종 정보를 대학 간, 학과 간 비교하기 쉬운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중 요하다. 지금은 이용자가 한 번에 다섯 개 대학만 비교할 수 있어 대학 간 비교에 제약이 있는데, 예컨대 학과 취업률의 전국 대비 순위를 제시한다면 대학 및 학과 간 비교 가 대폭 수월해질 것이다. 이것이 대학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으나, 이러한 부작용보다는 불충분한 정보로 인한 학생들의 잘못된 선택이 초래하는 개인적 · 국가적 비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정보 제공을 확대하면서 등록금 및 수도권 입학정원 등에 관한 규제를 완화 내지 철폐할 필요가 있다. 등록금 규제는 경쟁력 있는 대학이 충분한 재원을 확보해 다른 대학과 경쟁력 격차를 벌리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따라서 등록금 규제가 완화 되면 경쟁력 있는 대학 중심의 구조조정이 촉진될 것이다. 또 수도권 입학정원 규제 는 비수도권 학생이 수도권에서 공부할 기회를 축소하고, 수도권 대학에 지리적 이점에 기인한 경제적 지대(economic rent)를 선사하며, 비수도권 대학의 수도권 진입을 불가능하게 한다. 국토균형발전도 중요한 과제이긴 하나, 이로 인해 대학 구조조정에 근본적인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수도권 입학정원 규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규제 완화와 더불어 학생당 일정액의 보조금을 대학에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요자 중심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수도 있을 것 이다.

 

국립대학의 역할 및 필요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그에 따라 대학 구조개혁 관련 정책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국립대학에 대해서는 별도의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공공부문의 특성상 국립 대학은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존속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비수도권 국립대학이다. <표 5>에 제시된 것처럼 비수도권 국립대 학의 취업률은 매우 낮다. 수도권 사립대학에 비해 약 7.6%p 낮으며, 비수도권 사립 대학에 비해서도 3.7%p 정도 낮다. 또 학과규모는 제일 작은데, 수도권 사립대학에 비해 무려 90명 정도 적다. 반면, 재학생 수로 파악한 학교규모는 가장 크고 학과 수 는 제일 많다. 수도권 국공립보다도 대학규모가 크고 학과 수가 많다. 이들에 대해 등 록금 인상 및 정부지원 축소와 더불어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원 확대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립대학의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예컨대 ①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인지, ② 시장수요가 적은 학문분야를 육성하고자 함인지, ③ 교육보다는 연구를 진흥하고자 함인지 등에 대해 논의하고, 이런 목표의 달성에 꼭 국립대학이라는 형태가 필요한지 검토해야 할 것 이다. 만약 첫째 이유라면 국립과 사립을 불문하고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장학금을 확대해야 하고, 둘째 이유라면 국립대학의 특성화가 필요하며, 셋째 이유라면 국립과 사립을 불문하고 우수 연구자에 대한 연구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KDI FOCUS 목차
  • Ⅰ. 문제의 제기

  • Ⅱ. 과거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시도 및 한계점
  •  
  • Ⅲ. 대학교육의 공급 및 수요 측면의 문제
  •  
  • Ⅳ. 대학 구조개혁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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