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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

20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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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영선 연구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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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보너스, 복지, 기업문화, 시설, 장비, 예산 분위기, 온도, 습도 등등... 대기업 일자리가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기업 일자리 비중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턱 없이 모자라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하면 대기업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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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 중 대기업 일자리 비중이 가장 적은 한국
대기업 일자리 부족은 출산율 하락, 입시경쟁 과열, 부의 대물림, 지방소멸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대기업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사업체 규모별로 파악할 때 우리나라는 대규모 사업체의 일자리 비중이 OECD에서 가장 낮은 국가이다. 대기업 일자리로 대변되는 좋은 일자리의 부족은 우리 사회에서 대학 입시경쟁과열사회적 이동성저하, 출산율 하락여성 고용률 정체, 수도권 집중 심화 등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앞으로 기업의 규모화(scale-up)를 저해하는 정책적 요인들을 파악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Ⅰ. 사업체 규모별 일자리 현황

일반적으로 청년들은 중소기업 일자리보다 대기업 일자리를 선호한다. 대한상공회의소(2023)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취업하기 원하는 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은 16%에 불과했다. 반면, 대기업은 64%, 공공부문은 44%를 차지했다. 

문제는 현실에서 존재하는 대부분의 일자리가 대기업 일자리가 아닌 중소기업 일자리라는 점이다. <표 1>은 사업체 규모별 일자리 비중을 보여준다. 표에 의하면, 2021년의 경우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 근무하는 사람의 비중은 전체 종사자 기준으로 14%, 임금근로자 기준으로 18%에 불과했다. 반면, 10인 미만 사업체의 일자리 비중은 전체 종사자 기준으로 46%, 임금근로자 기준으로 31%에 달했다

많은 청년들은 대기업 일자리를 원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대부분의 일자리는 중소기업 일자리

이러한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은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는 300인이 아닌 250인을 기준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하는데, [그림 1]에 의하면 250인 이상 기업이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OECD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난다. 즉, 이 비중이 우리나라에서는 14%인 데 반해 독일에서는 41%에 달하며, 스웨덴(44%), 영국(46%), 프랑스(47%), 미국(58%)은 독일보다도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추세적으로도 대기업의 일자리 비중은 그리 많이 늘지 않았다. [그림 2]는 1993~2020년의 사업체 규모별 일자리 비중을 보여준다. 이에 의하면 1998년의 외환위기를 전후해 대규모 사업체의 일자리가 줄어들었고 그 후에 다시 늘어나기는 했으나 그 추세가 뚜렷하지는 않았다.

사업체 규모에 따라 근로조건은 큰 차이를 보인다. [그림 3]은 300인 이상 사업체를 기준으로 사업체 규모에 따른 임금격차를 그린 것이다. 이에 따르면, 2022년의 경우 5~9인 사업체의 임금은 300인 이상 사업체의 54%에 불과하다. 비교적 큰 규모인 100~299인 사업체의 임금도 71%에 그친다. 이러한 임금격차는 1990년대 초부터 꾸준히 커지다가 2015년경 이후에는 다소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표 1>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체의 임금근로자는 전체의 18%에 불과하다. 이들과 다른 근로자 사이의 임금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이다.

임금 외의 다른 근로조건에 있어서도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있다. 출산전후휴가 및 육아휴직의 예를 살펴보면,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이러한 모성보호 관련 휴가 · 휴직을 제공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진다(「근로기준법」 제74조 제1항, 「남녀고용평등과 일 ·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근로자는 대기업 근로자들이며, 소규모 기업의 근로자는 상당한 제약을 겪고 있다.

<표 2>에 따르면, 30인 미만 사업체의 경우 출산전후휴가제도가 필요한 사람 중 일부 또는 전부가 사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약 30%였으며, 육아휴직제도의 경우에는 이 비율이 약 50%에 달했다. <표 1>에서 보듯이 임금근로자의 약 절반이 30인 미만 사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모성보호제도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규모가 큰 사업체일수록 임금 높고 근로조건 양호


Ⅱ. 좋은 일자리의 부족과 대학 입시경쟁의 과열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대기업 일자리가 부족함에 따라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입시경쟁이 대표적인 예이다. 입시제도를 아무리 고쳐도 입시경쟁은 줄지 않고 있다. 문제는 입시제도에 있지 않고 대기업 일자리의 부족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림 4]는 대학서열의 임금 프리미엄을 추정한 결과이다. 추정을 위해 4년제 일반대학을 수능성적에 따라 5개 분위로 구분한 후, 각 분위 대학 졸업생들의 평균 임금을 연령에 따라 계산하였다. 그리고 최저분위인 1분위와의 차이를 구하였다. 그림에 따르면, 1분위 대비 5분위의 임금 프리미엄이 40~44세 구간에서는 50%에 달하기도 한다. 이처럼 임금 프리미엄이 높으니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 치열한 입시경쟁을 치르는 것이다. 상위권 대학 졸업자들은 임금뿐 아니라 정규직 취업, 대기업 취업, 장기근속 등에 있어서도 유리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입시경쟁은 사교육의 원인이 된다. 정부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사교육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결국 좋은 일자리의 부족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또한 사회이동성(social mobility)도 제약하게 된다. 부모의 경제력이 높을수록 사교육 지출도 크고 자녀의 학업성취도도 높은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민인식, 2022). 부모 세대에서 자녀 세대로 교육을 통한 부(富)의 대물림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위권 대학 졸업생과 하위권 대학 졸업생 간의 임금격차가 크기 때문에 대학 입시경쟁이 치열


Ⅲ. 좋은 일자리의 부족과 낮은 출산율 및 낮은 여성 고용률  

우리 사회의 화두인 저출산 문제도 대기업 일자리의 부족과 관계가 있다. 앞의 <표 2>에서 보듯이 중소기업에서는 모성보호제도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제도나 정책이 있더라도 현장에서 집행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대기업 일자리를 늘려 여성 근로자가 실제로 모성보호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매우 중요함을 의미한다.

한편, 여성가족부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했을 때 일자리의 질은 대체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표 3). 예컨대 상용근로자 비중은 36.7%p 하락하고, 임시근로자 비중은 9.4%p 상승하며, 고용원 없이 일하는 자영업자 비중은 16.4%p 상승한다. 이처럼 경력단절 후 재취업할 때 좋은 일자리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여성 근로자는 출산을 미루고 계속 일하거나, 출산하고 난 다음에 는 재취업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출산율이 낮은 문제와 여성 고용률이 낮은 문제는 상당 부분 좋은 일자리의 부족에 기인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더불어 출산 · 육아와 무관하게 안 좋은 일자리 자체가 여성의 퇴직을 유도하고 이들의 재취업을 방해하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2023, 표 Ⅲ-26)에 의하면, 경력단절 여성이 일을 그만둔 이유 중 임신(21.3%), 출산(19.8%), 육아(13.9%)가 55.0%를 차지했으나 근로조건도 26.1%를 차지했다. 근로조건의 비중은 특히 25~29세(77.5%) 및 30~34세(43.4%)에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였다. 열악한 근로조건은 젊은 여성들의 퇴직을 유도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모성보호제도의 활용도가 낮으며, 여성들의 취업저조


Ⅳ. 좋은 일자리의 부족과 국가균형발전  

우리 사회가 당면한 또 다른 중요한 문제인 수도권 집중도 결국은 비수도권에서 대기업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 · 도 단위에서도 사업체 규모가 노동생산성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지 파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회귀분석식을 추정하였다.

LPijt = β1SEijt + β2LEijt + γit + δjt + ijt .                      (1)

여기에서 LP 는 노동생산성(종사자 1인당 2015년 불변가격, 백만원), SE 는 20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의 고용비중(%), LE 는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의 고용비중(%), γ 는 시 · 도별 연도 고정효과, δ는 업종별 연도 고정효과를 나타낸다. 또 하첨자 i 는 시 · 도, j 는 업종, t 는 연도를 가리킨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β1과 β2인데, 만일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노동생산성이 높다면 β1<0 및 β2>0의 관계가 성립할 것으로 보인다. 즉, SE 가 높을수록 LP 는 낮고, LE 가 높을수록 LP 는 높을 것이다.

<표 4>는 식 (1)의 회귀분석 결과이다. 표에서 (1)~(3)열은 16개 업종 전체에 대한 회귀분석 결과이며, (4)~(6)열은 10개 서비스업에 대한 회귀분석 결과이다. 서비스업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의 70%인 점을 감안하여 서비스업에 대해 별도로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표에 따르면, 기대했던 것처럼 β1<0 및 β2>0의 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즉,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노동생산성은 높은 경향이 있다. (3)열을 기준으로 할 때 SE 가 1%p 하락하면 LP 는 연간 84만원 증가하며, LE 가 1%p 상승하면 LP 는 41만원 증가한다. 예를 들어, SE 가 10%p 하락하는 대신 LE 가 5%p 상승하고 그 중간인 20~299인 사업체의 고용비중도 5%p 상승했다면 LP 는 1,044만원 증가한다.

이처럼 시 · 도 단위에서도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노동생산성이 높다면, 큰 사업체가 많을수록 임금수준이 높고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출도 적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이 수도권 집중이 지속되는 것은 결국 비수도권에 생산성이 높고 규모가 큰 사업체가 적은 것이 중요한 이유일 수 있음을 <표 4>의 회귀분석 결과가 시사한다.

시 · 도 단위에서도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노동생산성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Ⅴ. 정책적 시사점

사업체 규모는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아 결정된다. 예를 들어 산업의 기술적 특성이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대적으로 큰 자본투자와 기술투자가 필요한 제조업, 건설업, 정보통신업 등에서는 사업체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반대로 도소매업이나 음식숙박업에서는 사업체 규모가 작을 수 있다. 경영자의 경영능력도 중요한 요인일 수 있다. 대규모 조직을 운영할 능력을 갖춘 경영자가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 경제 전체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 외에 지역 특성도 사업체 규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상품에 대한 수요도 크고 노동공급도 많아 대규모 사업체를 유지할 수 있지만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는 대규모 사업체를 유지하기 어렵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도 사업체 규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oase(1937)가 주목한 바와 같이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여러 주체들 간의 거래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이러한 거래비용이 높을 때는 기업이 생산활동을 기업 내부에서 위계적(hierarchical) 관계를 통해 수행하는 것이 유리한데, 이 경우 기업규모는 커지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ICT의 발달은 거래비용을 낮추어 생산활동의 외주화를 촉진할 수 있고 기업규모의 축소를 유도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로봇 등 자동화 기기의 도입도 종사자 수 기준의 기업규모를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정부가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정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도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중소기업에 대해 여러 가지 지원이 제공되는 반면 대기업에 대해 여러 가지 규제가 부과된다면, 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할 유인이 적어 규모를 키우지 않고 중소기업으로 남으려 할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 중에 서도 생산성 낮은 기업이 도태되어야 생산성 높은 기업이 중견기업 내지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고 산업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데(Haltiwanger et al., 2013), 과도한 정책지원은 이러한 역동성을 저해할 수 있다. 한편, 대규모 사업체에 서는 노동조합의 결성이 쉬울 수 있는데, 이러한 우려 때문에 기업은 고용규모를 키우는 대신 핵심적이지 않은 사업을 하청기업에 외주화(outsourcing)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적대적이고 전투적인 노사관계는 기업규모의 확대를 막는 요인이 된다.

사업체 규모가 커야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정부는 기업의 규모화(scale-up)가 원활히 진행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는 무수히 많은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중소벤처기업부, 2023), 이들의 효과성을 점검하고 혹시 기업의 규모화를 저해하고 있다면 개선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등의 정책과 대기업 경제력 집중 관련 정책도 이런 측면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관련 제도를 수정 · 보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도 가능한 범위에서 이러한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은 사회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과도한 입시경쟁을 줄이고 사회적 이동성을 제고하며,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을 높이고, 비수도권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개별 정책분야 각각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이들 문제 전반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규모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정책당국과 일반 국민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규모화(scale-up)를 저해하는 정책적 요인들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

   

KDI FOCUS 목차
  • Ⅰ. 사업체 규모별 일자리 현황

    Ⅱ. 좋은 일자리의 부족과 대학 입시경쟁의 과열

    Ⅲ. 좋은 일자리의 부족과 낮은 출산율 및 낮은 여성 고용률

    Ⅳ. 좋은 일자리의 부족과 국가균형발전

    Ⅴ. 정책적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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