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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재취업 시장에 나서는 중장년층. 건강하고 숙련된 인력이라 자부하지만 찾아주는 곳은 기대와 다른 곳 뿐입니다.
인구구조 변화는 가속화되고 노동 공급은 부족해지는 시점에서 중장년층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중장년 인력이 노동 시장에서 잘 활용되고 있을까요? KDI에서 분석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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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구직공고
00그룹 전략기획실 신입사원 모집
두둑한 연봉, 최고의 복지, 면접비 제공
젊은 분들... 제발 지원부탁드립니다.
- 00그룹 회장백
(그럼에도 면접장에 파리가 날리는 장면)
이게 뭔 소리냐구요?
어쩌면 우리나라의 머지않은 미래일 수도 있습니다.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인구, 즉 ‘생산가능인구’를 살펴보면
25세-54세 젊은 생산가능인구는 2009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반면
55세 이상 중장년 생산가능인구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려하던 인구구조 변화의 부정적 영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거죠.
이처럼 노동 시장의 주축이 되어야 할 젊은 인력의 감소는
향후 노동공급 부족 사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빠르게 늘어나는 중장년층 인력의 활용이 매우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중장년층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No'입니다.
연령대별로 현재 어떤 성격의 일을 주로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구체적인 업무 내용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직무’를
분석, 사회, 서비스, 반복, 신체의 5종류로 분류하여 살펴봤는데요.
분석 직무는 분석, 추론, 정보 처리,
사회 직무는 협상, 조직 관리,
서비스 직무는 고객 응대와 같은 업무를 주로 의미하고,
반복 직무는 기계적, 반복적 성향이 높은 업무를,
신체 직무는 육체 노동을 주로 포함합니다.
20~75세 남성 취업자를 대상으로 직무 구성이 연령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봤더니,
나이가 많아질수록 분석, 사회 직무보다는
반복, 신체 직무를 주로 수행하는 일자리에
종사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50대 이후에 분석 직무와 사회 직무성향이 급격하게 낮아졌습니다.
분석, 사회 직무성향이 높은 일자리는 대체로 임금수준도 높기 때문에,
나이가 많아질수록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낮은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연령에 따라 직무 구성이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반인 나레이션)
"당연히 나이들면 회사에서 짤리고, 다른 곳에서는 받아주지 않고...어쩔 수 없이 경비원 같은 단순한 업무를 하게 되는 거 아닌가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기존 일자리에서 실직하거나 퇴직한 뒤에
새로운 직장을 구하면서 직무 구성이 바뀔 수 있는데요.
어느 연령대에 이직을 하는지에 따라
직무 구성이 변하는 정도가 달랐습니다.”
이직을 경험한 남성 취업자를 대상으로 기존 일자리와
새로운 일자리의 직무 구성을 비교해 보았는데요.
50대 미만 연령대에서 이직을 하는 경우,
기존 일자리와 직무 구성이 비슷한 일자리로
재취업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20대에 이직한 경우에는 오히려 새로 취업한 일자리에서
분석 직무성향이 더 높아지기도 했는데요.
반면에, 50대 이후 이직을 하게 되면
기존의 일자리보다 분석 직무성향이 낮고
신체 직무성향이 높은 일자리로
재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분석 직무를 수행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교육 수준 및 개인의 능력 등을 고려해도
50대 이후 직무 구성이 급격하게 변하는 것은 그대로였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중년 이후에도
직무 구성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중장년층의 직무 단절 현상이
단지 업무능력 저하에 따라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직무 단절 현상은 중장년 근로자가 겪는
고용 불안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요.
미국의 경우 근로자 연령과 근속연수가 함께 증가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남성의 근속연수는 50대에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하락하죠.
분석 직무성향 또한 같은 시기에 급락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미국 남성 근로자의 분석 직무성향이 50대 이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미국의 중장년층은 기존의 일자리에서
같은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기존 일자리를 떠나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거죠.
(인터뷰)
"중장년층의 직무단절과 고용불안정성은 이들이 재취업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는 중장년층을 고용하는 비용을 과도하게 높여, 이들의 조기퇴직을 유발하고 재취업 시 일자리 질을 낮출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재직기간 보다는 직무의 내용과 성격에 따른 임금체계를 확대 도입해 중장년 인력의 직무 연속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기계적인 정년 연장 보다는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적극 활용해, 고용주 입장에서 유연한 임금조정을 바탕으로 퇴직자의 숙련된 업무능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앞으로 노동공급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장년층이 보유하고 있는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이 이직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직무 단절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요?
연령에 따른 직무 분석 결과, 취업자들은 청년기에 자료분석, 조직관리 등 전문적 업무를 주로 수행하다가 중년기 이후 육체적 단순노동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중장년 취업자가 생애 주직장을 떠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겪는 직무 단절에 기인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노동공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장년층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들을 개선하여 직무의 연속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Ⅰ. 인구구조 변화와 노동시장
우리나라는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를 겪고 있으며, 이는 노동시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누적된 저출산의 영향으로 젊은 생산가능인구는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림 1]의 A에서 볼 수 있듯이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연령대인 25~54세 생산가능인구는 2009년에 정점에 이른 후 감소하기 시작한 반면, 55세 이상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출생아 수의 감소세를 감안하면 젊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폭은 향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젊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취업자 수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였다. 과거 생산가능인구가 증가하던 시기에는 취업자 수도 그에 비례하여 자연적으로 증가하였으나, 2022년 말 취업자 수는 자연감소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의 B).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노동공급 감소가 점차 가시화됨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중장년 인력의 활용도를 높여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장년층의 경제활동 참여는 양적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는 고학력 중장년층의 인구 비중이 증가하는 것 외에도 전반적인 건강상태 개선에 따른 기대수명의 증가로 각 개인이 은퇴자금 확보를 위해 더 늦은 나이까지 일할 필요성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2018~23년) 25~54세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9.3%에서 80%로 약 0.7%p 상승한 반면, 55세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0.9%에서 53.8%로 약 2.9%p 상승하며 젊은 연령층보다 훨씬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표 1 참조). 최근 인구구조 변화가 취업자 수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하였음에 도 불구하고 여전히 취업자 수가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중장년 인구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

젊은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며 인구구조 변화의 부정적 영향이 점차 가시화 됨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중장년 인력의 활용도를 높여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Ⅱ. 직무 분석의 필요성
양적양적으로 급증한 중장년 인력이 노동시장에서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이들이 수행하고 있는 구체적인 업무의 내용인 ‘직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별 근로자의 직무 정보를 얻기는 어려우나, 직업 정보를 통해 직무 내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직업은 서로 다른 직무들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직무 구성 및 각 직무의 중요성 등이 직업별로 상이하기 때문이다.
Autor, Levy, and Murnane(2003)은 직무를 추상(abstract), 반복(routine), 신체(manual)의 3종류로 분류하고, 미국 직업정보시스템인 O*NET 자료를 이용하여 직업별로 각 직무가 얼마나 집중적으로 사용되는지를 측정하여 점수화하였다. Deming(2017)은 Autor, Levy, and Murnane(2003)의 직무분류를 10개 범주로 세분화하여 같은 작업을 수행하였다. 본고는 선행연구의 분류체계를 재구성하여 직무를 분석(analytical), 사회(social), 서비스(service), 반복(routine), 신체(manual)의 5개 범주로 분류하였으며, 미국과 한국의 직업분류체계를 연결하여 선행연구에서 구축된 직무성향점수를 한국표준직업체계 소분류에 해당하는 135개 직업에 부여하였다. 각 직무에서 해당 직업의 상대적 위치를 반영하기 위해 본고의 분석에서는 백분위수(percentile)로 변환한 직무성향점수를 사용하였다.
<표 2>는 직무별로 직무성향점수가 상위권에 속하는 직업군을 보여준다. 분석 직무는 수학적 분석, 연역 · 귀납적 추론, 정보 처리 등의 분석적 업무를 일컫는다. 연구직, 관리직, 교사 등이 분석 직무성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직무는 협상, 설득, 팀 조직 등의 업무를 포함하며, 사회 직무성향이 높은 직업으로는 사회복지 관련 종사자, 문화 예술 관련 기획자, 종교 관련 종사자 등이 있다. 사회 직무는 분석 직무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데, 분석 직무성향이 높은 직업은 사회 직무성향 또한 높은 경향이 있다(e.g., 간호사, 행정 및 경영지원 관리자 등). 서비스 직무는 주로 고객 응대 업무로 나타나며, 여가 서비스 종사자, 유치원 교사, 돌봄 및 보건 서비스 종사자 등의 직업군에서 서비스 직무성향이 높게 나타났다. 반복 직무는 기계적, 반복적인 특징을 가지는 업무를 포괄하는데, 전기 · 전자기기 설치 및 수리원, 자동차 정비원, 회계 및 경리 사무원 등이 반복 직무성향이 높은 직업에 해당한다. 신체 직무는 신체적 능력을 주로 사용하는 업무로, 신체 직무성향이 높은 직업으로는 운전원, 작물 재배 종사자, 공연 예술가 등이 있다.

양적으로 급증한 중장년 인력이 노동시장에서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직무 분석을 수행하였다.
Ⅲ. 취업자 연령에 따른 직무 구성의 변화
본고에서는 직무 구성이 취업자 연령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1998~2021년의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이용하여 직업별 직무성향과 취업자 연령간 회귀분석을 수행하였다. 연령의 변화에 의해서만 나타나는 직무 구성의 차이를 관찰하기 위해 출생연도, 교육 수준, 업종 등 직무성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변수들을 통제변수로 포함하였으며, 고정효과모형을 이용하여 자료에서 관찰되지 않는 개인의 특성들을 통제하였다.
20~75세 남성 취업자를 대상으로 회귀분석을 수행한 결과, 거의 모든 직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령효과가 관찰되었다. [그림 2]는 회귀분석 결과에 기반하여 계산한 각 연령대의 평균 직무성향점수를 20대 취업자 평균과 비교하여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직무성향은 취업자 연령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 취업자 연령이 높아질수록 대체로 분석, 사회, 서비스 직무성향은 낮아지고, 반복, 신체 직무성향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직무성향은 30대 취업자에서 가장 높았는데, 이는 30대의 경우 전체 취업자 중 분석적 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일자리의 종사자 비중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30대 이후 분석 직무성향은 연령에 따라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으며, 특히 50대 이후의 감소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서비스 직무도 분석 직무와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반면, 반복, 신체 직무성향은 30대에 가장 낮아졌다가 이후 증가하는 대칭적인 모습을 보였다. 취업자 연령이 어릴수록 분석, 사회 직무를 주로 수행하는 일자리에 많이 고용되어 있지만,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분석, 사회 직무보다는 반복, 신체 직무를 주로 수행하는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분석, 사회 직무성향이 높은 일자리는 주로 고숙련 · 고임금 일자리로, 중장년 취업자의 분석, 사회 직무성향이 낮다는 것은 연령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저숙련 ·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 취업자의 경우에는 연령에 따른 직무성향의 변화가 다소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20~75세 여성 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회귀분석 결과에서는 반복 직무를 제외한 모든 직무에서 연령의 계수값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취업자의 연령대별 평균 직무성향을 20대 평균과 비교하고 있는 [그림 2]의 B를 보면, 분석 직무를 제외하고는 남성에 비해 연령별 직무성향의 차이가 작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사회 및 서비스 직무에서 그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또한 남성 취업자의 분석 직무성향이 30대에서 가장 높았던 것과 달리 여성 취업자의 분석 직무성향은 20대에 가장 높고,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 이는 여성 취업자의 경우 남성보다 이른 시기에 일자리의 질이 하락한다는 뜻으로, 출산 · 육아에 따른 경력단절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년 이후에는 남성에 비해 직무 구성 변화를 덜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자 연령이 높아질수록 분석, 사회, 서비스 직무성향은 낮아지고 반복, 신체 직무성향은 높아진다.
생애주기로 보았을 때 취업자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숙련 · 저임금인 반복, 신체 직무를 수행하는 일자리에 종사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Ⅳ. 연령에 따른 직무 구성 차이의 원인: 중장년층의 직무 단절
연령에 따른 직무 구성의 차이는 왜 나타나는 것일까? 실직, 퇴직 등의 이유로 기존 일자리를 떠나 새로운 일자리에서 일하게 될 때 나타나는 직무 구성의 변화가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 [그림 3]은 이직(離職)을 경험한 20~75세 남성 취업자의 연령대별 직무성향점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대체로 이직 후 분석 직무성향은 낮아지고 신체 직무성향은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직무성향의 변화 정도는 이직 시점의 연령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50세 미만 연령대에서 이직한 경우에는 분석 직무성향이 거의 변하지 않거나 오히려 증가하기도 했다. 30~40대의 경우에는 이직 후 분석 직무성향이 소폭 감소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고, 20대의 경우에는 이직 후 분석 직무성향이 이직 전보다 높아졌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젊은 나이에 이직한 경우 기존 일자리와 비슷한 수준의 일자리로 재취업하거나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등을 통해 더 나은 일자리로 재취업하기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50대 이상 연령대에서 이직했을 때에는 분석 직무성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의 경우, 기존 일자리에서 떠난 지 1년 후의 분석 직무성향이 이전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아졌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하락폭은 다소 축소되었으나, 기존 일자리에서 떠난 지 5년 후에도 여전히 분석 직무성향이 이직 전보다 낮았다. 60대에 이직한 경우에는 분석 직무성향의 하락폭이 더욱 컸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하락폭이 확대되었다. 반면, 신체 직무성향은 대체로 50세 이후의 이직에서 상승했다. 정리하면, 50세 이후에 기존 일자리를 떠나게 될 경우 기존의 직업과 매우 다른 직무 구성을 가지고 있는 일자리로 재취업할 확률이 높으며, 많은 경우 기존의 일자리보다 분석 직무성향이 낮고 신체 직무성향이 높은 일자리를 갖게 된다. 사회 직무는 분석 직무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으나, 서비스, 반복 직무는 연령별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여성 취업자도 남성과 대체로 비슷한 경향을 보였으나, 분석 직무성향이 낮아지는 시점이 30~40대로 남성보다 빨랐으며, 50세 이상 연령대에서 이직했을 때에는 직무성향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4 참조). 이러한 차이는 출산 · 육아 및 이에 따른 경력단절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22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여성가족부 보도자료, 2023. 5. 30)에 따르면, 만 25~54세 여성 중 42.6%가 경력단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력단절 경험 후 사무직과 전문가의 비중이 줄고 상대적으로 분석 직무성향이 낮은 판매직과 서비스직의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었다.


연령별 직무성향의 차이는 실직, 퇴직 등의 이유로 기존 일자리를 떠나 새로운 일자리에서 일하게 될 때 나타나는 직무 단절에 기인한다.
젊은 연령대에서 이직했을 때는 기존 일자리와 직무 구성이 비슷한 일자리로 재취업했으나, 50세 이후에 이직한 경우 기존 일자리보다 분석, 사회 직무 비중이 낮은 일자리로 재취업하는 경향이 유의미하게 관찰되었다.
Ⅴ.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정성과 직무 단절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취업자 연령별로 상당한 수준의 직무 구성 차이가 존재한다. 둘째, 연령별 직무 구성 차이는 중장년 취업자가 생애 주직장을 떠나는 과정에서 겪는 직무 단절에 주로 기인한다.
연령별 직무 구성의 차이가 단지 연령에 따른 생산성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라면 중장년층의 직무 단절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분석, 사회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이 달라질 수 있고, 이에 적응하지 못한 근로자들이 해당 직무의 비중이 낮은 일자리로 옮겨가는 모습이 연령별 직무성향의 차이로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본고의 분석 결과가 교육 수준, 개인 고정효과 등 개인의 생산성을 반영하는 변수들을 통제한 후 도출된 결과임을 감안하면, 연령별 직무성향 차이가 단지 생산성 차이에 기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분석, 사회 직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일자리에 채용되지 못하는 중장년층 근로자가 존재한다는 뜻으로, 현재 노동시장에서 중장년층이 보유하고 있는 인적자원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무 단절 현상은 중장년층 근로자가 경험하는 고용 불안정성 및 재취업의 어려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 5]는 근로자 연령에 따른 근속연수와 대표적인 직무성향으로 분석 직무성향의 변화를 미국과 비교하여 보여주고 있다. 근로자 연령과 근속연수가 함께 증가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남성의 근속연수는 50대에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하락하며, 분석 직무성향 또한 같은 시기에 급락한다. 반면, 미국 남성 근로자의 분석 직무성향은 50대 이후에도 거의 변하지 않는다. 중년 이후에도 분석적 업무를 수행하는 일자리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비중이 거의 감소하지 않고 비슷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근속연수의 변화를 함께 고려하면, 우리나라에 서는 중년 이후 분석적 직업군에서 이탈하는 근로자들이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에도 우리나라 여성 근로자의 근속연수는 30대 중반 이후 정체되고 분석 직무성향도 30대부터 하락하는 반면, 미국은 30대 이후에도 근속연수와 분석 직무성향이 함께 증가한다.
[그림 5]의 비교 결과는 미국 근로자가 중년 이후에도 기존에 재직하던 일자리에서 같은 직무를 수행하는 것과 달리, 한국 근로자는 기존 일자리를 떠나 전혀 다른 직무를 수행하는 일자리에 재취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근로자의 직무성향이 중년 이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근로자 연령에 따른 직무성향 변화가 생산성 저하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 아니며, 한국 노동시장에 중장년층의 직무단절을 발생시키는 구조적 요인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직무 단절 현상은 중장년 근로자가 경험하는 고용 불안정성 및 재취업의 어려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Ⅵ. 결론 및 시사점
중장년층의 직무 단절과 고용 불안정성은 중장년 인력에 대한 낮은 수요라는 공통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이는 중년 이후 기존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과 퇴직 후 비슷한 수준의 일자리로 재취업하는 것을 모두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이를 유발하는 요인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는 중장년 인력에 대한 수요를 필요 이상으로 억제할 수 있다. 재직기간에 비례하여 자동적으로 임금이 높아지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는 중장년층 고용 비용을 생산성 대비 과도하게 높임으로써 중장년 근로자의 조기퇴직을 유도하고 재취업 시 일자리의 질을 낮출 수 있다(한요셉, 2024). 임금의 연공성은 분석, 사회 직무성향이 높은 직군에서 더 높게 나타나는데(Box 참조), 이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중장년 취업자의 직무 단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재직기간보다는 직무의 내용과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를 확대 도입하여 직무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장년층 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직무 단절은 정년퇴직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법정 정년 이전에 생애 주직장에서 조기퇴직하는 근로자가 많은 것을 감안할 때, 법정 정년 연장의 실효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 고령자 계속고용에 있어서는 기계적인 정년 연장보다는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제도의 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기계적인 정년 연장과 달리 정년퇴직 후 재고용의 경우에는 저성과자에 대한 고용조정의 여지와 함께 임금조정을 감수하고 근속을 원하는 퇴직자의 숙련된 업무능력을 활용할 기회가 고용주에게 제공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본고의 직무 분석 결과는 중장년층 외에도 현재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집단인 여성 인력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으로, 향후 노동공급 증가의 잠재력이 큰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본고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 취업자 간에도 상당한 수준의 직무성향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두 집단의 고용대체 가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의 직무 구성 차이는 출산육아기인 30~40대에 여성들이 생산성 낮은 일자리로 이동하면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가정 양립에 대한 지원 및 가족 친화적인 근로환경 조성을 통해 생산성 높은 일자리에 여성들이 남아 있을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중장년 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는 중장년층에 대한 수요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들을 개선하여 중장년층이 이직 과정에서 겪는 직무 단절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KDI FOCUS 목차-
- Ⅰ. 인구구조 변화와 노동시장
Ⅱ. 직무 분석의 필요성
Ⅲ. 취업자 연령에 따른 직무 구성의 변화
Ⅳ. 연령에 따른 직무 구성 차이의 원인: 중장년층의 직무 단절
Ⅴ.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정성과 직무 단절
Ⅵ. 결론 및 시사점
- Ⅰ. 인구구조 변화와 노동시장
- 주요 관련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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