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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미쳤다, 지옥철이다 뭐다 해도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사는
‘서울공화국’...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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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산다는 사실,
놀랍지도 않고 앞으로도 심해질 것만 같죠.
실제로 1970년 이후로 단 한 번도 수도권으로 몰리는 흐름이 반전된 적은 없습니다.
30년 동안 정부가 꾸준히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했는데도
왜 여전히 수도권에 몰리는 걸까요?
사람들이 한 도시에 모이는 이유는 크게 생산성과 인구수용비용, 그리고 쾌적도 때문입니다.
생산성이 높은 곳은 좋은 일자리도 많고, 임금도 높아서 사람이 많이 모이죠.
인구수용비용이 낮은 도시는 인구가 늘어도 덜 혼잡해집니다.
환경이 쾌적한 곳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구요.
그래서 생산성과 쾌적도가 높고, 인구수용비용이 낮은 도시에 사람이 몰립니다.
이 세 가지 측면에서 우리나라 도시들을 살펴봤는데요,
2005년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생산성이 비슷했지만
15년 동안 차이가 확 벌어졌습니다.
일자리가 많아지고 임금이 높아지는 속도가 수도권에서 더 빨랐거든요.
쾌적도는 비수도권이 높았는데, 2005년 이후 이런 경향이 더 강해졌습니다.
그동안 수도권의 인구수용비용이 조금 올랐지만
늘 비수도권에 비해 훨씬 더 낮았고요.
이런 변화가 수도권 비중에 얼마만큼 영향을 주었을까요?
만약 쾌적도나 인구수용비용은 그대로고 생산성 차이만 벌어졌다면
2019년, 수도권에는 전체 인구의 약 62%가 몰렸을 겁니다.
쾌적도과 인구수용비용이 조금이나마 달라진 덕에 현실에서는 약 50%가 몰린겁니다.
그렇지만, 결국 수도권에서 생산성이 빠르게 증가하고
비수도권에서는 하락하는 경향이 있는 한,
수도권 집중 추세를 뒤집기엔 어려워 보입니다.
2010년대에는 수도권, 특히 경기도의 지식기반산업 생산성은 오르고,
비수도권 주력 산업이었던 전통 제조업이 침체되면서
지방의 생산성은 떨어진건데요,
만약 비수도권의 생산성이 올랐다면 수도권 인구 집중을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까요?
분석해봤더니 비수도권 제조업 도시의 생산성이 2010년대 수준을 유지했을 경우
수도권 인구 비중은 49.8%에서 2.6%p 떨어지면서
약 100만명이 줄었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아가 비수도권 제조업 도시의 생산성이 전국 평균치만큼 올랐다면,
수도권 인구 비중은 6.5%p 떨어지면서 약 260만명이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니까 비수도권 제조업 도시의 생산성 하락이 수도권 집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입니다.
한편, 인구 분산을 위해 거점도시 육성 전략이 최근에 거론되고 있죠.
분석 결과, 거점도시마다 평균 8.2%의 생산성이 올라야
수도권 비중이 46%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능할까요?
어떻게 해야 거점도시에서 생산성을 큰 폭으로 높일 수 있을까요?
(저자 인터뷰)
재정투자를 통해 생산성 개선을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빈 땅에 신도시를 조성하기보다, 기존 대도시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어 집중적인 투자를 시행할 때 비교적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아가 비수도권을 대도시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 수도권 집중 완화에도 효과적일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비수도권 내의 격차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공간정책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여 국민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조율 역시 중요합니다.
수도권 집중 완화, 지방 도시의 생산성 개선이 필수적입니다.

수도권 인구집중 추세는 1970년대 이래 반전 없이 지속되고 있다. 2010년대의 경우, 수도권의 반도체 및 지식기반 산업 생산성 증가와 비수도권 제조업 도시의 생산성 감소가 추세를 주도하였다. 세종시 등 신도시 건설은 인프라 투자에 치중하여 생산성 증가가 제한적이었고, 인구 유입 촉진에도 한계를 보였다.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를 넘어 지역의 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다. 또한 수도권-비수도권 격차를 줄이고자 한다면 비수도권 내의 격차를 일정 정도 용인할 필요가 있다.
Ⅰ. 논의의 필요성: 수도권 집중의 심화
2019년 이후 우리나라 인구의 50%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한다. 대도시로의 집중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30년간 균형발전정책을 시행하고 도시를 새로 조성하는 방법까지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1970년 이래 단 한 차례의 반전 없이 수도권으로의 집중이 심화된 우리나라의 상황은 예외적이다. 이는 인구집중을 유발하는 힘이 30년간의 정책적 노력을 압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산업구조 재편과 그에 따른 전통 제조업 기반 산업도시의 쇠락은 이러한 추세의 일면이다.
30년간의 균형발전정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은 반전 없이 심화되었다.
그렇다면 한 발 물러서서 균형발전정책의 접근법과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소멸이라는 현상이 형평을 당위로 요구할수록, 정책은 특정 도시뿐 아니라 모든 도시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설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에 대한 투자가 생산성 제고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정책의 효과는 제한된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 도시들의 규모와 그 분포를 만들어 내는 경제 · 사회적 힘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Ⅱ. 도시규모의 결정요인
서울의 인구는 약 930만명이다(2024년 인구총조사). 왜 1,500만명이나 500만명이 아닌 930만명인가? 도시경제학은 도시의 규모를 상반된 두 힘을 통해 설명한다. 하나는 인구를 끌어모으는 힘이고, 다른 하나는 인구가 무한정 늘어날 수 없도록 제한하는 힘이다. 이 두 힘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도시의 규모가 정해진다.
도시는 경제적 · 비경제적 이점을 제공하여 사람을 끌어들인다.
도시에 사람이 모이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생산성과 쾌적도이다. 생산성이 높은 도시는 더 높은 임금을 지불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여 사람을 끌어들인다. 쾌적한 도시는 그곳에 사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다. 임금이 같더라도 제주도와 같이 자연환경이 아름답거나, 생활환경이 안전하다면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다.
도시는 커질수록 혼잡해지기 때문에 무한히 커지지 못한다.
그러나 모두가 가장 생산적이고 가장 쾌적한 도시로만 모여들지는 않는다. 도시가 커질수록 통근시간과 주거비가 높아진다. 이러한 혼잡비용이 도시의 편익을 넘어서면 주민이 떠나고 유입도 줄어든다. 그렇다면 서울과 같은 고밀도 거대도시는 어떻게 가능한가? 인구 1명이 늘어날 때 발생하는 추가 혼잡을 수용하는 비용이 낮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과 같이 조밀한 대중교통망을 갖춘 도시는 그렇지 않은 도시에 비해 인구가 늘어도 통근 혼잡도가 덜 악화된다. 본 연구는 이 비용을 인구수용비용으로 지칭한다. 이는 인프라, 지리적 여건, 거버넌스 등 도시 고유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생산성과 쾌적도가 비슷하더라도, 인구수용비용이 낮은 도시일수록 많은 인구를 흡수하며 성장한다. 반면, 인구수용비용이 높다면 적은 인구에서도 급격히 혼잡해져 성장이 둔화된다.
높은 생산성과 쾌적도, 낮은 인구수용비용을 가질수록 도시의 규모가 커진다.
개별 도시의 특성 변화는 인구이동을 통해 모든 도시에 영향을 미친다.
모든 도시는 고유의 생산성, 쾌적도, 인구수용비용을 가지며, 그에 따라 규모가 정해진다. 이 세 특성은 도시의 노동시장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그림 1). 생산성이 높은 도시는 높은 임금을 제공하여 인구를 증가시킬 수 있다. 쾌적한 도시는 같은 임금수준에서도 거주하고자 하는 사람을 증가시켜,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아도 인구가 증가할 수 있다. 쾌적한 환경이 낮은 임금을 보상하는 것이다. 인구수용비용이 높은 도시는 인구가 늘어날수록 혼잡비용이 빠르게 커진다. 이를 상쇄하려면 높은 임금을 통한 보상이 필요하므로 인구가 적어지고 임금이 높아진다. 결국 생산성과 쾌적도가 높고 인구수용비용이 낮을수록 도시가 커진다.
이때 도시 간 인구이동이 자유롭다면 한 도시의 변화는 전국적 인구 재배치를 촉발하여 최종적으로 경제 전체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정책 등 외부 요인에 의해 개별 도시의 생산성이 증가하거나 인구수용비용이 하락하는 경우, 해당 도시의 변화와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III. 도시특성 변화가 수도권 인구집중에 미친 영향
본 연구는 Desmet and Rossi-Hansberg(2013)의 공간일반균형모형을 사용하여 우리나라 161개 시 · 군의 생산성, 쾌적도, 인구수용비용을 추정한다. 이를 통해 도시특성의 변화가 우리나라 도시규모분포에 미친 영향을 거시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2010년대 수도권 집중의 원인을 생산성 중심으로 파악하고, 공간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전국 도시의 특성을 추정하기 위해 도시의 생산가능인구, 취업자 수, 지역내총생산(GRDP), 생산자본, 소비 자료를 사용한다. 생산성은 통상의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으로, 동일한 노동과 자본이 투입될 때 총생산이 높을수록 높게 측정된다. 쾌적도는 주어진 생산성과 혼잡비용, 고용률하의 균형에서 해당 도시에 거주하기위한 지불용의(willingness to pay)이다. 인구수용비용은 혼잡비용에서 인구를 통제한 것으로, 고용률과 산출량-소비비율이 높을수록 낮게 측정된다.
본 연구는 2005~19년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림 2]는 해당 기간 우리나라 도시들의 특성을 추정한 결과이다. 해석의 편의를 위해 생산성과 인구수용비용은 2005년 전국 평균을 100으로, 쾌적도는 각 연도 전국 평균을 100으로 환산하였다. 이때 생산성과 인구수용비용의 변화를 증감률로 해석할 수 있다. 쾌적도의 변화는 특정 시점에서 도시의 전국 평균 대비 상대적 수준 변화이므로 증감률로 해석할 수 없다.
수도권의 생산성이 비수도권보다 높았고, 더 빠르게 증가했다.
2005년 수도권 도시들의 생산성 평균은 전국의 101.4% 수준이었다. 반면, 비수도권 평균은 98.7%로, 수도권이 비교적 높았으나 유사한 수준이었다. 이후 2019년까지 전국 도시들의 생산성은 평균 16.1% 증가했다. 이 기간 수도권의 증가율(20.0%)은 비수도권(12.1%) 대비 약 8%p 높았다. 그 결과, 수도권 생산성(121.7%)이 비수도권(110.6%)을 확연히 앞서게 되었다.
쾌적도는 비수도권에서 더 높았으며, 이 경향은 15년간 강화되었다.
쾌적도의 경우, 비수도권이 언제나 수도권보다 높았다. 이는 비수도권 도시들이 낮은 생산성과 임금에서 비롯되는 낮은 소비수준을 높은 쾌적도로 보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05~19년간 수도권의 상대적 쾌적도는 감소한 반면(-1.6%p), 비수도권은 증가하여(2.0%p) 비수도권의 상대적 우위가 강화되었다.

인구수용비용은 수도권이 언제나 비수도권보다 낮았다. 2005년 기준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각각 전국 평균의 62.0%, 134.8%로, 수도권의 인구수용비용은 비수도권의 절반 수준이다. 비록 2005~19년간 수도권에서 상승하고(7.8%) 비수도권에서 하락하였으나(-1.2%), 수도권의 압도적 우위는 지속되었다. 비수도권 도시에서 나타난 인구수용비용 하락은 동 기간 비수도권 주요 도시에서 대중교통 등 도시 인프라가 개선되는 한편, 균형발전정책을 통해 혁신도시와 세종시가 개발되는 등 도시들이 더 많은 인구를 수용하게 된 변화를 반영하는 결과로 보인다(부록 참조).
인구수용비용은 수도권에서 압도적으로 낮았으며, 비수도권과의 격차는 소폭 축소되는 데 그쳤다.
수도권의 생산성 우위 강화가 2005~19년간 수도권 집중 심화를 야기하였다.
그렇다면 2005년부터 2019년까지의 변화는 개별 도시, 나아가 우리나라 도시규모분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앞서 설명한 공간일반균형모형을 활용하면 도시규모분포의 변화를 생산성, 쾌적도, 인구수용비용에 따른 변화로 분해할 수 있다. 김선함(2025)은 전국 도시에 대해 이러한 분석 결과를 제시하고 있으나, 본고에서는 수도권 비중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그림 3]은 2005년을 기준으로 2019년의 생산성 · 쾌적도 · 인구수용비용을 차례로 대입하여 얻은 가상의 도시규모분포로부터 산출한 수도권 비중 변화의 요인별 기여도를 나타낸다. 이 결과에 의하면, 2005년 47.4%에서 2019년 49.8%로 상승한 수도권 비중의 변화는 생산성이 주도하였다. 다른 요인이 2005년 수준을 유지하고 생산성만 2005~19년의 변화를 따랐다면 수도권 비중은 14.7%p 상승한 62.1%에 달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두 요인(쾌적도 –9.5%p, 인구수용비용 –2.8%p)이 비수도권 지역 인구 유출 폭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하여, 현실의 2019년 수도권 비중은 2.4%p 상승한 49.8%에 머무른 것으로 추정된다.

비수도권 생산성 개선 없이 수도권 집중 추세를 반전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결과는 균형발전정책의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보여준다. 15년간의 도시특성 변화 및 그에 따른 도시규모분포의 변화는 지역 인프라 투자 증가(인구수용비용 하락)로서의 균형발전정책이 수도권 집중을 억제한다는 일차적 목표를 일정 수준 달성했음을 나타낸다. 그러나 막대한 재원을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 추세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음도 나타낸다. 생산성 변화 단독으로 수도권 비중을 60% 이상으로 높일 수 있었다는 분석 결과는 생산성 격차가 지속되는 한 인구수용비용 하락만으로 추세를 반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
Ⅳ. 산업도시 쇠퇴와 권역별 거점도시 육성
본 절에서는 앞서 추정한 우리나라 도시들의 특성요인을 바탕으로 한 가상 모의실험 결과를 제시한다. 우선 기간을 세분하여 2010년대의 산업도시 쇠퇴가 수도권 집중에 미친 영향을 평가한다. 나아가, 권역별 거점도시 육성 전략을 통한 수도권 집중 완화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2010년대 산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비수도권 산업도시들은 생산성 감소를 경험했다.
1. 산업도시 쇠퇴와 수도권 집중
2010년대 들어 거제, 구미, 여수 등 전통 제조업 도시들의 생산성이 크게 감소했다(그림 4). 울산을 제외한 모든 도시에서 생산성이 증가했던 2005~10년과는 대조적이다.2010년대 조선업 불황,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 철강 산업 침체 등에 따른 지역경제 위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동 기간 수도권, 특히 경기도의 성장과 대조적이다.

만일 제조업 도시들의 생산성이 감소하지 않았다면 2019년의 수도권 비중은 어느 정도였을까? 여기서는 다음의 두 가지 시나리오를 분석한다. 먼저 2010~19년간 생산성 감소를 겪은 제조업 도시들이 생산성 감소를 겪지 않고 2010년 수준 생산성을 2019년까지 유지한 경우를 검토한다. 다음으로 이들 도시들의 생산성이 2010~19년간 전국 평균 정도의 속도로 증가했을 경우를 살펴본다.
비수도권 산업도시 생산성이 감소하지 않았다면,수도권 집중 추세는 완화되었을 것이다.
다른 모든 조건은 2019년 경제 수준이고, 이들 도시의 생산성만 2010년 수준으로 유지된다 해도 수도권 비중은 현실에 비해 2.6%p 낮은 47.2%에 머물렀을 것이다(그림 5). 모든 수도권 도시와 여타 비수도권 도시에서 각각 100만명 내외의 인구가 유출되어 12개 제조업 도시에 약 200만명의 인구가 유입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달리 말해, 2010년대에 산업도시 생산성이 감소하지 않았다면 경기도 시군을 위시한 수도권 도시들의 생산성이 증가했더라도 동 기간 수도권 비중은 2005년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산업도시들의 생산성이 2010년 수준으로 유지되는 데 그치지 않고 전국 평균 정도로 증가했다면 어땠을까? 전국 평균 생산성 증가율 14%를 반영할 경우 2019년 생산성이 가장 낮은 통영시, 양산시, 천안시를 제외한 모든 도시가 서울의 생산성을 능가한다. 이에 산업도시들은 더 크게 성장하고, 수도권 인구 비중이 43.3%까지 하락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2개 도시로의 유입인구 규모는 2배 이상 증가한 500만명 수준에 달한다.
산업도시들이 전국 평균 수준의 생산성 증가를 경험했다면, 수도권 집중 추세는 반전되었을 수 있다.
이상 2개의 가상 시나리오에서 산업도시로 유출되는 인구 비중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유사하지만, 두 시나리오의 도시규모분포 변화 양상은 다르다. 2010년 수준 유지 시나리오에서는 주로 수도권 대도시들의 인구가 유출되나, 제조업 추가 성장 시나리오에서는 수도권 대도시와 비수도권 소도시 모두에서 인구가 유출되어 산업도시로 유입된다. 요컨대, 비수도권 산업도시의 생산성이 2010년 수준으로 유지되었다면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은 현실에 비해 완화되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생산성이 함께 증가했다면 수도권 집중 완화와 더불어 지방 소도시들의 인구 유출 역시 가속화되었을 수 있다.
2. 권역별 거점도시 육성 전략의 가능성
한편,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권역의 동반성장을 목표로 하는 초광역권 육성이 국토균형 발전 전략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의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해, 비수도권 권역별 거점도시를 육성하여 수도권 인구 비중을 2000년 수준인 46%로 낮추는 시나리오를 검토한다. 앞서 살펴본 생산성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거점도시들의 생산성을 일정 비율로 영구히 증가시키는 가상적 상황을 상정한다. 거점도시는 총 7개로, 현재의 특별 · 광역시인 대전 · 세종(충청권), 광주(호남권), 울산 · 부산(경남권), 대구(경북권)와 광역시가 없는 강원권의 원주시이다.
거점도시를 육성하여 수도권 비중을 낮추기 위해서는 유의미한 생산성 개선이 필요하다.
모형에 의하면, 2019년 기준 수도권 비중을 46%로 낮추기 위해서는 7개 거점도시에서 평균 8.2%의 생산성 개선이 필요하며, 이때 거점도시별로 약 10만~80만명의 인구가 유입된다(그림 6). 2010년대에 이와 가장 유사한 생산성 변화를 보인 국내 도시는 대전광역시(8.7%)이다. 즉, 수도권 비중 46%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7개 거점도시 모두에서 대전의 2010년대 증가율에 준하는 추가 생산성 개선이 요구된다.

재정투자를 통해 이 정도의 생산성 개선을 촉발하고 유지할 수 있을까? 세종시 사례가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다(부록 참조). 세종시의 경우 2006~19년간 연평균 약 6천억원, 누적 약 8.5조원의 예산을 투입한 결과, 인구수용비용은 크게 하락하였으나 인프라 건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2010년대 이후의 생산성 증가율은 오히려 전국 평균보다 낮아 인구 유입을 지속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재정투자를 통해 7개 거점도시 모두에서 8%의 생산성 초과 상승을 촉발하여 유지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설령 성공하더라도 수도권 비중이 여전히 46%에 달하므로, 거점도시 육성 전략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감수하고 인구분산을 목적으로 거점도시를 육성할 경우, 생산성 제고라는 구체적 목표하에 대상 지역을 선별하여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재정투자를 통한 생산성 개선은 불확실성이 높은 과제이며, 신중하고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V. 결론 및 정책 시사점
2005~19년 전국 161개 시 · 군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동 기간 수도권의 생산성 상대우위 강화가 수도권 인구 비중 상승을 주도했다. 수도권 생산성 증가와 비수도권 산업도시 생산성 감소가 동시에 발생한 효과가 지역을 넘어 전국적 공간구조 변화를 촉발한 것이다. 인구수용비용과 쾌적도의 변화는 이를 일부 억제하였다. 특히 2010년대 혁신도시와 세종시 건설은 인구수용비용을 하락시켜 대상 도시들을 성장시켰으나, 충분한 생산성 증가가 동반되지 않아 인구 유입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2000년대 이후 수도권 집중 추세는 수도권의 상대적 생산성 증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비수도권 도시의 생산성이 증가하면 수도권 비중이 유의미하게 하락할 수 있다.
2010년대 비수도권 산업도시 생산성 하락이 없었을 경우 수도권 인구 비중이 2005년 수준에 머무를 수 있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는, 도시의 생산성이 도시규모분포와 공간구조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드러낸다. 따라서 일부 도시의 생산성을 개선하는 경우 수도권 비중을 일정 수준 낮출 수 있으나, 이러한 접근은 막대한 비용과 불확실성을 수반한다.
이들 분석 결과는 균형발전정책의 접근법과 가능성에 관한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먼저, 균형발전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인프라 공급을 넘어 지역 생산성을 실질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정책수단의 개발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생산성이 개선되어야 대상 도시로 인구 유입이 지속되고, 지역의 성장이 국민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컨대 재정투자를 기업과 인재의 이동 · 양성, 혹은 선별적 산업정책(targeted industrial policy)에 집중하여 효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경제 성장이 저해되지 않으려면, 유입지역의 생산성이 충분히 증가하여 유출지역의 생산성 감소를 상쇄해야 한다. 기존의 빈 땅이나 낙후지역에 신도시를 조성하는 방식은 기초 인프라 구축에 대부분의 재원을 투입하므로, 생산성 제고를 위한 투자는 부족해진다. 따라서 지속적인 인구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워 지역균형 달성에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유출지역의 생산성 감소를 상쇄하지 못하여 국민경제 성장을 저해할 위험이 크다.
인프라 공급을 넘어 지역생산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공간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균형발전의 목표가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완화라면, 비수도권 내의 격차 확대는 일정 정도 용인할 필요가 있다. 모든 도시의 인구를 균일하게 만들지 않는 한, 권역 내(within-area) 격차와 권역 간(between-area) 격차에는 상충관계가 존재한다. 대상지역의 특성에 따라 정책을 차별화하되 소수 도시에 자원을 집중하는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2차 공공기관 이전 시 신도시를 조성하기보다 세종시 및 소수 비수도권 대도시에 집중하여 기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하고 집적(agglomeration)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혁신도시 역시 엄격한 성과평가를 통해 후속사업을 선별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종합하여, 수도권 집중 완화가 공간정책의 가장 큰 목적이라면 비수도권 공간구조를 선제적으로 대도시 위주로 재편하는 것이 가장 유효할 수 있다. 특정 산업에 대해 산업정책과 지역발전정책을 결합할 경우 쇠락한 산업도시 역시 후보로 고려할 수 있다. 집적경제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관점에서 비수도권 대도시 · 산업도시의 생산성 향상은 수도권 일극집중 심화를 피하면서도 국민경제 후생을 증진시킬 수 있는 경로가 된다. 이를 위해 교부금 등 기존의 공간적 재분배제도의 목표에 낙후지역 지원뿐 아니라 도시규모분포효율화를 포함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비수도권 공간구조를 대도시 위주로 재편한다면 수도권과의 격차가 완화될 수 있다.
생산성 중심 접근은 불가피하게 상당수 소도시의 쇠퇴를 수반한다. 본고의 모형에서 인구학적 요인을 고려하지는 않았으나,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더해지면 소도시의 쇠퇴는 더욱 급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도시 주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나, 정주인구의 후생을 직접적으로 보조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소도시 SOC 투자는 비용이 편 익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 1980~90년대에 대대적으로 확충한 철도망이 막대한 유지비용과 인구감소에 따른 수요 저조에 의해 대규모 적자로 돌아온 일본의 사례는 잘 알려져 있다. 인프라 유지비용 등 도시의 인구수용비용이 지나치게 높은 소도시 주민들이 권역 내 대도시 혹은 그 근교로 이주하는 비용을 보조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보다 비용 효율적일 수 있다. 이주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고령 주민 등 불가피한 경우 일몰규정이 있는 정액 정주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또한 이들 정책을 인구 유입 방안이 아니라 정주인구 지원 방안으로 규정하여 정책신호 왜곡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공간정책의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며, 지방분권 전환은 자원배분 효율성을 고려하며 이루어져야 한다.
더하여, 본고에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았으나, 공간적 자원배분이 효율화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조율이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시장 실패에 따른 도시의 과밀 · 과소화를 교정하는 한편, 지방정부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공간정책의 효율성을 담보해야 한다. 최근 지방분권과 상향식(bottom-up) 접근이 강조되고 있으나, 이러한 접근이 재정과 거버넌스, 나아가 자원배분의 비효율을 야기하여 지역뿐 아니라 국민경제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부 록
도시특성의 변화: 혁신도시와 세종시
혁신도시 · 세종시가 건설되기 전인 2005년, 사업 대상 도시들의 생산성(혁신도시 88.4%, 舊 충남 연기군 96.1%)은 비대상 도시들(100.5%)에 비해 평균적으로 낮았다(부도 1). 도시가 건설되고 1차 공공기관 이전이 완료된 2019년, 혁신도시의 평균 생산성 증가율(16.4%)은 비혁신도시(16.1%)와 유사한 수준으로, 비혁신도시들과의 격차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었다. 세종시는 비혁신도시에 비해 높은 증가율(24.5%)을 보이며 격차를 좁혔다. 그러나 유사한 기간 동안 개발된 판교테크노밸리가 소재한 성남시의 117.9% 증가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또한 2005~10년에는 세종시의 생산성이 크게 증가(17.0%)하였으나, 이는 초기에 집중된 자본투하로 지역내총생산이 증가하여 과다계상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세종시가 공식 출범하여 공공기관 이전이 시행된 2010~19년의 생산성 증가율은 6.4%에 불과하다. 동 기간 성남시는 49.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인구수용비용은 2005년에는 사업 대상 도시들이 비대상 도시들(97.8%)에 비해 평균적으로 높았다(혁신도시 146.9%, 舊 충남 연기군 276.8%). 그러나 2010~19년간 이들의 인구수용비용은 하락하였다. 특히 세종시는 57.5% 하락하며 극적인 반전을 보였다. 생산성 변화와 종합하면, 혁신도시와 세종시 건설이 도시들의 인구 수용력을 제고했으나, 대규모 인구 유입을 견인할 경제적 유인 형성에는 한계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세종시는 목표인구 80만명의 절반 수준인 40만명 전후에서 인구 증가가 정체되었다.
세종시의 쾌적도 하락은 해석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모형은 인구수용비용 하락과 생산성 증가로부터 인구 유입을 예측한다. 그러나 실제 유입인구가 예측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여, 도시의 쾌적도가 낮아진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 역시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이주유인을 형성하는 데 한계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 KDI FOCUS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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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논의의 필요성: 수도권 집중의 심화
- II. 도시규모의 결정요인
- III. 도시특성 변화가 수도권 인구집중에 미친 영향
- IV. 산업도시 쇠퇴와 권역별 거점도시 육성
- V. 결론 및 정책 시사점
- 부록
- 주요 관련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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