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바라봐야 할 노인빈곤, 보다 면밀한 접근을 위한 나의 연구 여정 - KDI 한국개발연구원 - 소통 - 매거진 KDl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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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VIEW - 스포트라이트 우리 사회가 바라봐야 할 노인빈곤, 보다 면밀한 접근을 위한 나의 연구 여정

2024 WINTER VOL.63


글 | 이승희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
 
KDI 입원 전 박사과정 때는 계량경제학과 세대 간 이동성을 주로 공부했다. 처음 KDI 합격 전화를 받고 며칠간은 정말 행복하고 기뻤다. 그러나 곧 내 전공분야로 KDI에서 어떤 연구를 해야 할지에 대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입원 후에도 이 걱정은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각종 데이터를 살펴보다가 우리나라만 노인빈곤율이 극단적으로 높아 이상해 보였다. 너무 이상해서 어딘가 잘못된 것이 있나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사과정 시절 논문을 지도해주신 교수님 중 한 분이 헤어질 때 내게 해주신 말씀이 있었다. 경제학자는 앞으로 경제학에서의 분석 방법을 바탕으로 사회 문제를 분석하는 데 더 뛰어들어야 한다고. 교수님은 계량경제학자로 출발해 개발경제학과 사회이동성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문적 업적을 이룬 분이셨다. 그런 교수님의 조언은 KDI에서 우리 사회와 정책을 연구해 보고자 했던 당시의 나에게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아직 잘 모르는 분야지만 한번 뛰어들어보자는 마음으로 KDI에서의 첫 연구로 노인빈곤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약 40% 정도이다. 이는 전체 노인 10명 중 4명이나 빈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한 사회의 노인빈곤율은 그 사회의 청장년층 빈곤율에 비해 소폭 높은 정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청장년층 빈곤율은 10% 초반이다. 노인빈곤율이 청장년층 빈곤율보다 세 배 정도 높은 것이다. 처음에는 두 가지 가설을 생각했다. 첫 번째 가설은 정말 비극적이지만, 빈곤율이 말하는 대로 정말 우리나라 고령층의 경제적 상황이 그만큼 안 좋다는 것, 두 번째 가설은 빈곤의 측정 방법이 잘못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는 두 번째 가설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빈곤은 일반적으로 물질적인 결핍 상태를 의미한다. 그래서 주로 소득을 기준으로 빈곤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소득이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하여 물질적 결핍에서 벗어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제학에서는 일반적으로 개인의 효용은 소비로 평가한다. 그리고 생애주기가설에 따르면 소비는 소득과 저축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소득 외에 소비나 자산을 추가로 고려하면 노인빈곤율이 많이, 거의 절반 가까이 낮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실제 통계청 사회조사에서도 노후 준비 방안으로 자산, 특히 부동산을 활용하려고 한다는 응답의 비중도 높게 나타나고 있고, 소득 기준 빈곤한 고령층 중 자가를 소유하고 있는 고령층의 비중(2022년 기준 62%) 또한 높은 편이어서 이러한 가설이 맞을 것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소비, 자산처럼 다양한 측면에서 노인빈곤을 평가해 정말 도움이 시급한 분들을 식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소득과 자산을 함께 고려하여 빈곤을 분석하기 위해 자산을 소득화하여 노인빈곤을 분석해 보았다. 자산을 소득화하는 방법 중 하나로 포괄소득화를 고려하였다. 포괄소득은 실제 벌어들인 소득뿐만 아니라 보유한 자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암묵적인 소득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포괄소득은 자산을 소모하지 않으면서 연간 소비할 수 있는 가치의 총합을 의미한다. 가장 대표적인 암묵적 소득 중 하나는 귀속임대료이다. 귀속임대료는 자가 소유자가 자신에게 임대료인 월세를 지급하는 것으로 가정했을 때의 금액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예로, 월세 세입자와 자가 소유자를 비교해 보자. 세입자는 월세로 월 100만 원을 지출하고 있고 월 소득은 400만 원이다. 자가 소유자는 월세 세입자와 동일한 집을 소유하고 그 집에 거주 중이다. 소득은 세입자와 동일하게 400만 원이다. 이 둘의 소득은 동일하지만 실제 소비할 수 있는 금액은 차이가 있다. 세입자의 경우 400만 원의 소득 중 100만 원은 월세로 지출하기 때문에 실제 소비할 수 있는 금액은 월 300만 원이다. 그러나 자가 소유자는 월세 지출이 없기 때문에 월 400만 원을 모두 소비할 수 있다. 세입자가 소비할 수 있는 금액이 월 400만 원이 되려면 월 소득이 500만 원은 되어야 한다. 즉, 비교하자면 자가 소유자는 실제는 지불되지 않는 귀속임대료만큼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다. 따라서 자산 수준이 서로 다른 사람들 간 경제적 상태를 정확히 비교하기 위해서는 귀속임대료와 같은 암묵적인 소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분석을 위해 자산을 유형별로 주거용 부동산, 비주거용 부동산, 금융자산으로 분류하고 각각 다른 포괄소득화 방법을 고려했다. 그러나 실제 자산을 함께 고려하여 노인빈곤율을 계산한 결과, 노인빈곤율이 7~8%p 정도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인 취약계층으로 볼 수 있는 소득과 자산이 모두 적은 고령층(저소득-저자산 고령층) 역시 2021년 기준 27.7%로 거의 30%에 근접했다. 이러한 결과는 소득과 자산을 함께 고려하여 고령층의 경제적 상황을 평가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노인빈곤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었다. 그 외 소비를 이용하여 노인빈곤을 평가하거나 심지어 자산을 소모하는 것으로 가정하는 연금화를 통해 노인빈곤율을 계산해 보더라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애초 계획한 두 번째 가설이 틀렸다.

다시 첫 번째 가설로 돌아오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은 심각한 수준이다. 따라서 연구의 방향을 왜 이렇게 심각한지를 보다 세밀하게 살펴보는 방향으로 바꿨다. 연구를 통해 찾은 한 가지 중요한 요인은 고령층 내 출생 세대별 차이였다. 분석을 위해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1930년대 후반 출생(1935~39년생), 1940년대 전반, 후반 출생(각각 1940~44년생, 1945~49년생), 1950년대 전반, 후반 출생(각각 1950~54년생, 1955~59년생)으로 나누었다. 이렇게 다섯 살 단위로 한 출생 세대를 구성하여 다섯 출생 세대의 노인빈곤율 추이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 결과 고령층 내 출생 세대별 노인빈곤율 간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특히 1950년 이전 출생 세대의 빈곤율이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75세 이상 초고령층을 주로 구성하는 1950년 이전 출생 세대의 빈곤율은 40~50% 수준이었다. 반면 1950년 이후 출생 세대의 경우 빈곤율이 10~2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높은 노인빈곤율은 1950년 이전 출생 세대의 빈곤율이 높기 때문임을 의미한다. 1950년 이전 출생 세대는 생애 경험한 급속도의 경제 성장의 혜택을 받지 못했고 사회제도 또한 급변한 데 주로 기인하여 1950년대 이후 출생 세대에 비해 빈곤율이 현저히 높은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노후소득보장체제인 국민연금제도는 1988년 처음 도입되어 1998년에 가서야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되었다. 이는 현재의 대다수 고령층, 특히 1950년 이전 출생세대의 경우 연금 가입기간이 짧고 수급 금액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년 75세가 되는 1950년생과 65세가 되는 1960년생을 국민연금의 관점에서만 비교해 보자. 일반적인 1950년생의 경우 1998년, 즉 48세일 때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었다. 60세까지 가입한다고 가정하여도 가입 기간은 최대 13년에 불과하다. 반면, 이 세대와 연령 기준 10세 차이인 1960년생의 경우 1998년인 38세일 때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었다. 60세까지 가입한다는 가정하에서 가입 기간은 23년으로 1950년생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보다 일반적인 얘기로 돌아와서 빈곤은 정의에 따라 절대빈곤과 상대빈곤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중 절대빈곤은 생계유지에 필요한 최소 수준의 삶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과거 6·25 전쟁 직후의 우리나라처럼 경제적 기반이 부족한 사회에서 빈곤을 평가하는 데 주로 사용되었다. 반면, 상대빈곤은 사회 대다수의 평균적 삶의 수준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이는 경제 발전이 이루어진 현재 우리나라와 같은 사회에서 더욱 적합한 척도로 간주된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나라에서 절대빈곤(세계은행의 경우 현재 인당 하루 2.15달러를 국제빈곤선으로 설정)은 크게 줄어들었다. 따라서 주로 전체 소득 중앙값의 50% 이하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상대빈곤을 기준으로 빈곤을 평가한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 성장과 함께 빈곤의 개념이 생존에서 삶의 질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75세 이상 초고령층은 주로 1950년 이전 출생한 세대이다. 이 세대는 어릴 때 6·25 전쟁과 극심한 가난 등 생존이 더 중요한 시기를 경험했다. 그러나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급속도의 경제 성장을 경험하고 노인이 된 현재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국가에 살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서 미래로 갑자기 간 것처럼 말이다. 특히 이들이 청년일 때 경험한 급속도의 경제 성장으로 1950년 이전 출생 세대와 그 이후 세대 간 소득 격차 또한 크게 발생했다. 예를 들어 1945년생이 30세였을 때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이 613달러였다. 그러나 5년 뒤인 1950년생이 30세가 되었을 때 1인당 국민총소득은 1,699달러로 약 3배가량 증가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세대 간 차이가 생애 전반에 걸쳐 발생하고 누적된다. 또한 급격한 사회구조 변화도 이러한 고령층 내 세대 간 빈곤 수준 차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심각한 우리나라의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정책들이 시행되었지만 여전히 노인빈곤율은 높은 수준이다. 심각한 노인빈곤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정책은 기초연금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기초연금은 전체 노인의 70%에게 월 약 30만 원 수준의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기초연금만으로는 노인빈곤을 완화하기 쉽지 않다. 기초연금을 통해 노인빈곤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고령층을 선별하여 현재보다 더 두터운 지원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현재의 기초연금은 고령층의 70%에게 지급하기 때문에 고령층의 절대적 규모가 커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재정지출 또한 커지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현재 65세 이상 고령층이 100명이라면 이 중 70명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게 된다. 그러나 고령화로 인해 고령층이 200명이 된다면 이 중 140명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고령층의 절대적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재정지출이 비례해서 커지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고령층에 진입할 후기 베이비붐 세대 등은 현재의 고령층보다 소득 수준도 높고 축적한 자산도 많은 편이다. 이렇게 덜 빈곤한 세대가 고령층에 포함되면 장기적으로 전체적인 노인빈곤율은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현행 기초연금은 이에 상관없이 70% 목표수급률을 설정하여 운영되기에 경제적인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고령층들에게도 기초연금을 통해 지원을 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고령층에게만 지원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인빈곤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상대적 빈곤을 주로 고려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소위 쪽방촌 노인처럼 절대적 빈곤에 고통받고 있는 고령층들의 사례를 접했고, 그런 고령층이 소수가 아니라는 점이 정말 가슴 아팠다. 높은 상대적 노인빈곤율이라는 그림자 속에서 잘 드러나 보이지 않는 절대적 빈곤에 해당하는 고령층에게도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정말 도움이 시급한 고령층을 정확히 찾아내고 보다 두터운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고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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