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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텍사스 심장 겨눈 한국검찰

김동률 2006.11.17

텍사스 심장 겨눈 한국검찰

김동률 KDI 부연구위원

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자동차 번호판 위쪽에다 뭐 하나씩 써 붙이고 다니는 것을 보게 된다. 골드러시로 개발된 캘리포니아 번호판에는 '골든 스테이트', 뉴욕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조지아 번호판에는 '내마음의 조지아(Georgia on my mind)'라고 적혀 있다. 모두가 주마다 가진 특징을 표시한 문구로 그 배경을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러나 텍서스에서 온 자동차를 보면 도무지 알 수 없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른바 'Lone Star State'다. 바로 이 외로운 별, 론스타를 본떠 이름 붙인 세계적인 펀드사가 연일 우리 사회를 달구고 있다.

론스타는 알려진 대로 텍사스에 기반을 둔 사모펀드다. 1991년 텍사스 댈러스에 설립된 폐쇄형 펀드인데 이름은 바로 텍사스주 별칭인 론스타에서 딴 것이다. 주로 부실채권 정리,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이 회사는 현재 세계 14개국에 6000여 건, 180억달러 규모 부동산 관련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투자자산 중 75% 이상이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부실채권 정리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투자금융 회사인 골드만삭스그룹이나 도이체방크 등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노무라증권과 니혼채권은행 등에서 5조엔 정도 채권을 매입한 데 이어 한국에는 외환위기 직후에 진출했는데 2001년 테헤란에 있는 스타타워 등 등을 인수한 데 이어 같은 해 8월에는 외환은행을 인수함으로써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론스타 한국법인은 테헤란로 스타타워에 있다. 스타타워는 밤이 되면 녹색 별 모양의 강렬한 네온사인으로 서울 밤하늘을 비추고 있다. 네온사인이 밝히는 별 모양은 정확하게 텍사스주 깃발에서 왔다. 론스타는 왜 회사 명칭에서부터 로고에, 자사 빌딩의 장식 네온사인에까지 왜 이다지도 텍사스에 연연할까? 검찰수사에서 드러난 론스타 펀드의 외환은행 매입과정을 보면 역시 텍사스 출신 펀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매끄럽기보다는 투박하고 저돌적인 영업행태도 텍사스 문화와 역사를 알게 되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800년대 초기까지 텍사스는 스페인에서 독립한 멕시코 땅이었다. 인구가 급증하자 미국인 이주자들은 1836년 일방적으로 멕시코에 대해 독립을 선언한다. 이에 반발한 멕시코는 즉각 군대를 파견해 널리 알려진 대로 알라모전투에서 미국인을 전멸시킨다. 초기 전투에 연전연패한 미국인들에게 나타난 영웅이 휴스턴 장군이다.

그는 미국인 개척민을 추스리며 멕시코군을 연파한 데 이어 멕시코 대통령까지 포로로 잡아 텍사스 공화국이라는 이름 아래 독립을 쟁취한다. 휴스턴이란 도시 명칭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독립선언 후 곧바로 연방 가입을 신청했으나 남부의 노예주가 연방에 들어오는 것을 꺼리는 당시 북군 중심의 연방정부는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그 후 텍사스 공화국은 상당 기간 멕시코의 위협에 시달리며 론스타 스테이트, 외톨이 별 공화국으로 남게 된 것이다.

이처럼 텍사스 역사가 거칠다 보니 사람들도 거칠다. 미국에서 자동차 제한속도가 가장 지켜지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텍사스 출신 대통령인 부시는 그제 끝난 중간선거에서도 보란듯이 점퍼에 청바지 차림으로 투표장 카메라 앞에 섰으며 친한 외국 정상을 텍사스에 있는 자신의 목장으로 초대해 바비큐파티를 즐긴다.

남의 눈치는 별로 중요치 않다. 한마디로 부시 대통령 비슷한 사람이 널린 곳이 텍사스다. 거칠고, 보통 미국인에 비해 덩치가 크고, 그래서 승용차보다는 대개 트럭을 몰고 다니는 등 텍사스인은 상대적으로 덜 매끄럽고 저돌적이다. 연전에 부시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에게 '디스맨(this man)'이라고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것도, 북한에 대해 이토록 거칠게 나오는 것도 텍사스 출신이라 가능하다고 미국 언론은 분석한다.

검찰이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의 최대 수혜자인 론스타 비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8개월간 수사 본체인 헐값매각 의혹 수사는 크게 피인수인측인 외환은행과 윗선의 금융당국 그리고 외환은행을 인수한 사모펀드 론스타의 비리 등 두 갈래로 진행돼 왔지만 아무래도검찰의 칼날은 텍사스 사나이들 가슴으로 겨눠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 출신 론스타펀드와 한국 검찰 간 정면승부의 다음 국면이 기다려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11월 17일 매일경제신문 A6면 [기고] 텍사스 심장 겨눈 한국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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