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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fn 시론] 기업의 사회공헌은 '쇼'다?

김동률 파이낸셜뉴스 원고 2008.06.12

[fn시론] 기업의 사회공헌은 ‘쇼’다?

김동률 KDI 연구위원

조금 유식한 또는 스스로 의식이 깨어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하겐 다스’보다는 아마존의 열대 우림을 지키기 위해 거액을 지원하는 ‘벤 앤 제리’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스타벅스를 즐기는 미국 소비자들은 조금 비싸지만 스타벅스가 파트타임 직원에게도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미국에서 보기 드문 회사라는 점에서 기꺼이 스타벅스 매장을 찾는다고 한다. 기업의 사회적인 공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소비자들의 높은 안목을 보여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CSR란 기업의 활동 과정에서 인권 보호, 사회공헌 등의 가치를 제고해 관련 이해관계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더 나아가 인류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도록 하는 기업의 책무를 말한다.

사회책임과 상관없는 경영 실천

국내 중소기업청은 최근 ‘중소기업 사회책임경영 포럼’이란 대규모 세미나를 개최하고 중소기업의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인식을 적극 확대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기업들이 이처럼 적잖이 돈이 들어가는 사회적 책임을 열렬히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시키고 매출도 늘고 탈법이나 불의의 사고에 대해 대중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대중의 지지를 업고 자사에게 불리한 규제를 피할 수도, 유리한 입법청원도 가능하게 된다. 실제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 회장들이 보란듯이 중형을 피해가는 것도 따지고 보면 내놓은 천문학적인 사회공헌기금이 한몫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기업이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사회책임이라는 달콤한 말에 너무 좋아할 필요는 없다. 스타벅스가 파트타임 직원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것은 그 같은 조치가 직원들의 이직률을 낮추고 자사 수익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맥도널드가 좀더 인간적인 가축도살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근로자의 부상을 줄이고 좀더 맛있는 고기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기업들이 고급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해 높은 임금과 다양한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사회적 책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단지 좋은 경영의 실천일 뿐이다.

밀턴 프리드먼은 일찍이 기업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매서운 칼날을 들이댔다. 이른바 공익성을 담보한 기업의 CSR는 한 마디로 쇼라는 얘기다.

나는 프리드먼의 주장을 고스란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상당 부분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공짜 점심’은 신화일 뿐이라는 그의 주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공익기금으로 수천억원을 내지만 그 몫은 제품 가격에 더해져 결국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모두가 더 새롭고 더 크고 더 후한 정부의 복지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외치지만 정부는 세금을 더 거둬들이지 않고는 돈을 지출할 수 없다. 진정으로 사회구성원을 위한다면 튼튼한 제품을 보다 싼값에 제공하면 되는 것이고 적극적인 자원봉사활동에 제 몸을 던지면 된다. 그래서 그는 뉴욕 타임스지 칼럼을 통해 ‘기업이 할 일은 오직 돈 버는 일이다(The business of business is business)’라고 주장했다.

공익기금 제품가격에 더해져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정부의 강력한 개입과 역할을 지지하는 케인스 경제학이 주류인 가운데 프리드먼은 이처럼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는 대신 개인과 시장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경제적 자유가 진정한 자유를 가져올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당시에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집중포화를 받았지만 오늘날은 되새겨볼 이론으로 환영받고 있다. 나는 그의 주장을 극히 일부분 동의하지만 작금의 한국의 상황에서 비춰서는 고개를 끄떡이게 하는 점도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이 기업오너의 죄를 감면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용되는 한국의 상황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들떠 있는 우리의 현실이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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