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비정규직 보호는 사회안전망 강화부터
유경준 선임연구위원
지난 2007년 7월 비정규직법의 시행 이후 감소 추이를 보이던 비정규직 근로자의 규모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개선하고자 하였던 법의 취지는 불행히도 부분적으로만 이루어졌다. 비정규직법은 애초에 비정규직의 일부인 기간제 근로자와 파견 근로자를 보호하는 법이었다. 따라서 보호대상인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규모를 줄이거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다른 비정규직 고용을 대체하는 풍선효과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처음부터 있었다. 결과적으로 비정규직법은 일부 긍정적인 효과도 있으나 지난해부터 사내하도급 문제의 발생 등으로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법은 대기업의 경우에만 준수되고 있고 중소기업의 경우는 노사(勞使)의 법 인식 미비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향후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과 해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다시 제기될 것이다. 기업에서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이유는 경기변동에 따라 고용량을 조정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이다. 정규직의 경우 단체협약에 의해 과도한 고용보장과 근로조건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은 비정규직 활용을 통해 해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도 많은 나라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고민을 덜 하는 경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나라들이다. 미국처럼 아예 해고가 자유로운 경우거나 덴마크처럼 강력한 사회안전망의 존재로 해고가 돼도 구직활동이나 직업훈련을 정부 주도로 도와주는 경우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는 사회안전망의 미비로 빈부격차가 확대되는 단점이 부각되기 때문에 좋은 예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대기업 및 공기업의 정규직 대부분은 철밥통 고용보호를 받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은 단시간 내에 쉽지 않다. 반대로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근로자의 경우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근로자가 40%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국가의 기본적인 보호수단 역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는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의 해소에서 시작돼야 한다. 즉 해고가 되더라도 다른 직장에 재취업을 할 수 있는 정보나 직업훈련의 최소한 수단을 국가에서 제공해 주어야 할 것이다. 사회안전망이 좀 더 완전해진다면 정규직에 대한 해고 역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의 근원을 해결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게 된다.
그러나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근로자의 사회보험료를 무턱대고 국가에서 모두 제공할 수는 없다. 이를 감당하기 위한 재원 문제로 재정파탄을 초래하거나 세금을 대폭 인상하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의 사회보험료는 대체로 사용자와 근로자가 반반씩 부담하고 있고, 임금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노사가 같은 비율로 내고 있다. 이는 지불능력이 낮은 영세사업장이나 저임금 근로자에게는 불리한 구조이다. 또한 사회보험료의 부담이 커질수록 저임금 근로자는 취업유인이 줄어들고 영세사업주는 고용을 회피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는 영세사업장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료 일부를 국고에서 지원하는 것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기본과제로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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