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대담=서정희, 정리=김대영>
■ "전체 국민중 최소 3분의 1의 우수인력이 국제경쟁력을 갖춰야만 우 리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 강봉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우리의 살 길은 중학교까지만 공교육을 실시하고 그 이후에는 철저한 경쟁원리 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10년 후 우리 경제의 비전달성을 위한 과제를 발굴한다는 취지에 서 지난해 5월부터 16개 연구기관, 290여 명이 참여한 '비전 2011'보고 서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 프로젝트를 총괄 지휘해온 강 원장을 매일경제 경제부 서정희 기자가 만나봤다.
다음은 대담의 주요 내용. -KDI에서 발표한 비전2011 최종보고서에 대해 각계 각층의 관심이 뜨겁다.
왜 그렇다고 보나. ▲보고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공론화하는데 단초를 제공했다.
올해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해인 만큼 대선주자들은 KDI가 제시한 이 들 과제에 대한 정확한 비전과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우 리나라 장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사실 대다수 국민들은 변화에 수반되는 고통이 두려워 달라지지 않으려 고 한다.
이럴 때 리더가 나서서 설득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 다.
그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던지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일부에서는 교육 등 비경제분야까지 지나치게 경제논리로 풀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는데. ▲'경제논리'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경제논리 란 선의의 경쟁을 장려하고 정당한 노력에 대해 보상해주는 것을 의미한 다.
경제논리를 '효율'만을 추구한다고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된 생각이 다.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나 돈벌기 위해서는 모두 남들과 경쟁해야 한다.
교육에서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경쟁을 통한 경쟁 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모든 분야에서 경쟁을 배제하고는 발전할 수 없다.
지금은 지식정보시대다.
우수한 인적자원을 육성할 수 있는 교육체계를 갖추지 않고서는 한국경제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교육문제를 경제논리로 풀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경제논리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경제논리의 기본인 경쟁의 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비전2011에서 다룬 주제중 해결할 과제가 많은 곳은 어디라고 생각하나 . ▲앞으로 2~3년 동안은 노동문제가 부각될 것이다.
경기가 악화될 때보 다는 오히려 경기가 살아날 때 노사갈등이 고조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 로는 교육부문, 의료보험을 비롯한 사회보장분야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정치도 해결할 과제가 산적한 분야 다.
-고교평준화 해제와 기부금입학제 도입에 대한 논란의 파장이 크다.
▲공교육은 중학교까지만 실시하고 고등학교부터는 학교 자율에 맡겨야 한다.
학생선발이나 교사채용 등을 개별학교가 알아서 하도록 해야 한다 . 학생이나 교사의 경쟁력이 높아지도록 교육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기부금입학은 지난 수십년간 논의됐던 제도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 적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우리만 금지해서는 곤란하다.
부자가 돈주고 입 학증을 살 것이라거나 대학이 서열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보완이 가능하 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기부금입학제도와 고교평준화에 대해 KDI 나 재경부 장관과 다른 의견을 냈는데. ▲일부 언론에서 교육현안을 놓고 두 부총리가 대립하는 쪽으로만 보도 했다.
일반 국민중에서는 평준화 해제를 반대하는 쪽이 아직도 숫적으로 많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문제에 대한 현명한 해결방법은 국제경쟁에서 이기려면 우리의 교육시스템을 어떻게 바꿔야 할 지 공개적으로 토론하 고 지혜를 모으는 것이다.
고교평준화는 당초 최지대로 과외병 열풍도 잠재우지 못했다.
30년 가까 이 해봐서 문제가 있으면 바꿔보려는 생각도 해봐야 하지 않나. 이제는 교육도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체 국 민중 우수한 3분의 1이 국제경쟁력을 갖춰야만 우리나라와 우리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
-보고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서 정부간섭을 배제해야 한 다고 제안했는데. ▲우리나라는 남과 북이 이념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특수상황이라서 정부 가 사회공안 차원에서 노사문제에 개입해왔다.
그러나 노사갈등을 자율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상시적 구조조정은 이뤄 질 수 없다.
노사관계에서 정부가 빠질 경우 노측과 사측 모두 책임과 자율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
특히 사측은 그동안 정부에 기대온 측면이 있다.
앞으론 책임을 더 크게 져야한다.
노사정위원회도 공익위원들의 역할을 강화하고 합의기구가 아닌 협의기구로 성격을 바꿔야 한다.
서비스업이 발달할수록 노조의 역할은 축소된다.
노조를 중심으로 단체 로 움직이는 시스템에서 개인의 창의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방향전환이 예상된다.
-KDI가 제시한 은행민영화를 비롯한 금융부분 개선방향은. ▲금융구조조정의 완결판은 국가가 소유하고 있는 금융기관 지분을 매각 하는 것이다.
민영화 속도가 빨라져야 우리기업의 대외가치가 높아지고 주가가 오를 수 있다.
주가가 올라야 공적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도 막아서는 안된다.
외국투자가나 국내 산업자본에게 똑같은 기회를 줘야 한다.
선진국도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일반기업인 경우가 많은데 우리만 개별기업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이런 측면에서 지분소유 상한을 10% 로 하고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을 여전히 막고있는 국회제출 은행법개 정안은 내용이 너무 약하다.
다만 은행을 소유한 대기업이 계열사에 무 리하게 돈을 빌려주지는 못하도록 방화벽(Firtwall)을 설치는 것은 필요 하다.
사전적인 규제가 아니라 사후적인 규제와 감독을 철저하게 하면 된다.
-보고서를 보면 현행 재벌규제를 모두 풀라는 얘기로 들리는데. ▲정부가 그동안 출자제한 등 물리적인 방법으로 재벌을 규제해왔으나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채권은행이 기업을 감시 하고 규제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가 하던 기능을 앞으로는 민 영화된 은행이 해야 한다.
이제는 엄격한 감사제도와 시장원리에 따라 재벌을 감시하는 체제를 갖 춰야 한다.
예를 들어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고 분식회계나 허위공시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
주주총회에서 소액투자자나 외 국인투자자들이 감시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 해야 한다.
대신 불필요한 진입장벽은 없애야 한다.
-그러면 과거 사례처럼 정부가 대기업의 특정 업종 진출을 막는다는가 하는 일은 없어지는 것인가.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한다.
다만 은행이 먼저 관치의 틀을 벗고 민영화 돼야 한다.
예컨대 과거 현대그룹이 제철업에 진출하려 할 때는 정부가 막았지만 이제는 정부가 막지 않아도 그런 사업에 돈을 대주겠다는 금융 기관이 없어서 사업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우리 산업구조의 독과점 구조가 더 심화됐다고 하 는데. 정부가 재벌규제를 풀면 재벌공화국이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 들이 많다.
지금의 규제를 푼다고 대기업 규제와 관련한 정부기능이 없 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감사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대기업이 너무 커져 공룡화되면 미국처럼 정부가 독점기업에 대한 기업분할을 명령할 수 있는 제도를 도 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그러면 국민의 정부 초기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있을 때 추진했던 빅딜 은 잘된 정책이라고 보는가. ▲외환위기 때 중복과잉투자문제가 터졌다.
선진국이라면 기업인수.합병 (M&A) 시장에서 팔릴 곳은 팔리고 그렇지 않은 곳은 문을 닫았을 것이다 . 그러나 우리나라는 M&A시장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이 자발적 으로 빅딜을 하도록 했다.
그런데도 기업들이 빅딜을 하지 않아 정부가 어쩔 수 없이 나선 것이다.
만일 빅딜을 안했다면 어떻게 됐을 지 생각해보라. 예를들어 현재 하이 닉스반도체 처리를 놓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만일 LG와 현대가 각각의 반도체공장을 갖고 있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KDI는 인구억제 중심의 수도권정책을 재고하고 서울-대전의 '양대 행정 거점방식'을 택할 것을 제안했는데. ▲우리나라는 '수도권을 억제하면 지방으로 분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지 난 30년간 수도권 분산정책을 폈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문제는 기업체들이 지방으로 내려갈 인센티브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30년씩이나 해서 안되는 정책은 수정을 해야 한 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성장한데는 스탠포드대학의 공헌이 컸다는 점을 고 려하면 지방이 발전하려면 인재육성이 필수적이다.
결국 인구억제정책이 아닌 산업정책만이 수도권 과밀화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이제는 인력양성을 위해 지자체와 지방대학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지자 체는 기업에게 세금혜택이나 환경부담금 경감 등의 혜택을 주고 지방대 학은 특정기업이 요구하는 주문형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지방의 국립대 학도 지자체에게 넘겨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금의 의료보험과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어떤 해결방안이 있나. ▲사회보험이 확대되는 속도만큼 내실을 기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 등 사회보험의 비용부담이 직장인과 자영업자간 공평하게 이뤄지지 않은 측면도 있다.
의보재정이나 연금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는 현행 급여수준은 보다 낮춰야 한다.
의료보험제도를 보다 다양화해 고소득자는 돈을 더 내고 차별화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지금의 연금제도를 보완 해주는 기업연금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정부개혁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
▲마지막에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주제들이 미래설계를 위한 것인 데 자칫 현정부에 대한 공과 논쟁의 소지만 만들가봐 그랬다.
아시아에 서 가장 일 잘하는 관료, 공정하고 투명한 공직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 하다.
싱가포르나 홍콩의 관료수준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려면 우선 전자 정부를 구현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자정부가 되면 공기업 이나 정부가 인터넷으로 입찰을 받아 물품을 조달하게 되고 그만큼 투명 해질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연줄을 찾아 뭔가를 부탁하는 관습이 남아있는데 이는 외국인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행태다.
<매일경제신문 4면> [인터뷰] 강봉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무단등록 및 수집 방지를 위해 아래 보안문자를 입력해 주세요.
담당자 정보를 확인해 주세요. 044-550-5454
소중한 의견 감사드립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