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세대간 `먹튀
윤희숙 KDI 연구위원
공무원연금 개혁은 급여를 어지간히 낮추기만 하면 딱히 문제되지 않을 분위기였다. 그런데 갑자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조항이 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개혁안의 내용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 뿐 아니라 배보다 더 큰 배꼽을 끌고 들어간 것에 대한 각계의 질타가 이어지더니 결국 국회 처리가 불발됐다.
물론 공무원연금 개선안을 논의하라고 만들어놓은 기구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합의조건으로 내건 것은 변명의 여지없이 부적절하다. 무엇보다 그런 역할을 부여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향후 논의를 위해서는 소득대체율 50%가 왜 문제인지 보다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적정 소득대체율과 보험료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구구조의 변화이다.
선진국들은 2차 대전 이후 경제활동인구 비중이 높았을 때 후한 연금제도를 설계했다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너나없이 연금개혁을 시도했다. 급여액수를 명시하던 방식(확정급여형)에서 기여금액만 명시하는 방식(확정기여형)으로 전환하거나 인구구조와 거시경제 상황을 반영해 급여를 자동조절하는 장치를 내장하는 방식 등이다. 점진적 개혁 방안으로는 후세대의 부담이 폭발하지 않도록 현세대부터 보험료를 올려 적립금 규모를 확대하는 것도 대표적 대응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 말 484조원인 국민연금 적립금 중 무려 150조원이 적립금을 운용한 수익이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조정하자고 했을 때 보험료가 대폭 올라야 한다는 보건복지부의 반응은 적립금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해 운용수익을 지속시킨다는 전제를 깔았던 반면 야당 쪽의 주장은 적립금을 고갈시키는 것을 전제했다.
즉 보건복지부와 야당 간의 입장 차이는 사실상 연금제도에서의 세대 간 형평 문제를 대표하는 논쟁이며, 연금 개혁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다. 적어도 한 세대가 다른 세대를 착취해서는 안되며, 지금 정책의 결정권을 가졌다고 `먹튀` 정책을 남발해서는 안된다는 대전제에 동의한다면 국민연금 적립금을 고갈시키면서 소득대체율을 올려 후세대 보험료가 30%에 육박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 함께 짚어봐야 하는 점은 야당이 국민연금 적립금을 고갈시키자는 주장을 새로이 꺼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의 제도 틀을 유지할 경우 적립금은 2060년께 고갈될 것으로 이전부터 예측되어 왔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는 이번 소득대체율 상향 조정안이 제기된 후에야 펄쩍 뛰었을 뿐 이제까지 국민연금 적립금을 고갈시키지 않으면서 장기적인 수지균형을 유지하겠다는 재정목표를 뚜렷이 제시한 적이 없다.
냉정하게 정리해보자. 본질적으로 국민연금제도는 낸 돈보다 더 받아가는 구조이다. 적립금 고갈 이후 후세대의 보험료가 현세대의 3배 가까이 올라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야 모두와 정부, 우리 모두가 이를 방치해온 것이다. 심지어 연금학자 중 일부는 다음 세대가 현세대보다 유복할 것이기 때문에 적립금을 고갈시켜도 상관없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펴오기까지 했다. 이번 합의에서 가장 엉뚱한 점은 수지균형에 도달할 수 있도록 보험료를 인상하고 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우선 개혁과제를 외면한 채 급여 확대를 제기했다는 점이지만 그간의 논의 구도를 고려하면 사실 놀랍지도 않다.
그러니 난데없이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리자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비록 그것이 포퓰리즘일지라도 고마운 일이다. 두 번의 연금개혁을 통해 겨우 낮춰놓은 소득대체율을 도로 높이자 한다고 비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모두가 눈감아왔던 불편한 진실을 펼쳐 놓을 돗자리가 깔렸다고 생각하자. 양심에 거리끼지 않는 연금 개혁을 위한 돗자리다. 적절한 노후 소득수준과 비용부담을 함께 감안하되, 보험료 부담이 세대 간에 차이 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기본이다.
무단등록 및 수집 방지를 위해 아래 보안문자를 입력해 주세요.
담당자 정보를 확인해 주세요. 044-550-5454
소중한 의견 감사드립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