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매일경제
"모든 인플레는 통화 현상"
`S충격` 겪으며 배운 교훈
단기적 경기침체 있더라도
연준 통화긴축 밀고나갈듯
만성적 인플레까진 안갈것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통화적 현상이다." 밀턴 프리드먼이 1963년 인도의 한 세미나에서 처음 언급했다는 이 발언은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경제학계에서 널리 회자되는 문구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는 선뜻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당장 우리가 겪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상당 부분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의한 에너지·곡물가격 급등에 기인했다는 게 주지의 사실인데,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을 수 있다.
그러나 차분히 생각해 보면 이 말은 틀릴 수 없는,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우리가 '가격이 오른다'고 할 때의 가격은 항상 통화가치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60달러에서 110달러로 올랐다는 것은 달러로 표시된 가격이고, 영화 관람료가 1만2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인상됐다는 것은 원화로 표시된 가격이다. 그 원인이 전쟁이든 전염병이든 관계없이 실물 공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화량이 많으면 결국 실물 대비 돈의 가치가 하락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대책도 자명하다. 돈줄을 조이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실행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 돈줄 조이기는 경기를 위축시켜 기업의 고용 여력을 축소시킨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돈줄을 조이자니 경기가 걱정되고, 경기와 일자리를 보전하자니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없다는 전형적 '필립스 커브' 상충관계다. 특히 유가 급등과 같은 '공급 충격'이 발생했을 경우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 선택의 기로에서 경기와 일자리를 더 걱정했던 1970년대 미국 연준이 결국 봉착한 지점이 '스태그플레이션'이었다. 인플레이션이 두 자릿수를 넘나드는데 경기는 점차 위축됐던 것이다.
이번엔 다를까? 과연 연준이 경기 침체 위험을 감내하면서까지 통화 긴축을 밀고 나갈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꽤 높아 보인다. 1970년대와 달리 현재에는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적이 인플레이션 안정에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1960년대 학계에서는 '인플레이션이 통화적 현상'이라는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러니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화정책의 책임성이 확립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논쟁의 절정기였다고 할 수 있는 1970년대에 진행된 주요 연구들은 단기적으로 경기가 위축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만성화되지 않도록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것이 결국 더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는 점차 정책당국자들의 인식도 변화시켜 마침내 1979년 연준 의장에 취임한 폴 볼커의 과감한 통화 긴축의 밑거름이 됐다. 그 결과 경기 침체를 겪기는 했으나 이후 40여 년간 인플레이션을 잊고 살았던 것이다.
이처럼 통화정책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1970년대와 크게 달라진 이제는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연준의 부담이 단기적 경기 침체에서 오는 부담보다 더 크다고 보인다. 이미 연준은 통화정책에 실기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만일 현재와 같은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방치된다면 연준은 국민의 신뢰를 잃고 존재 이유마저 의심받을 수 있다. '빅스텝'에 이어 단행된 '자이언트스텝' 금리 인상은 그런 절박함을 투영하고 있다.
공격적 통화 긴축으로 1970년대식의 만성적 인플레이션은 차단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대가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자산시장 급락은 이미 진행 중이고, 머지않아 실물경제 둔화가 가시화되면서 점차 실업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기 하락과 실업률 상승은 이른바 '임금-인플레이션 악순환'을 완화시키기 위해 거쳐야 할 불가피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에게도 금년과 내년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시기임이 틀림없다.
조동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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