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매일경제
예산 증가율 낮아졌지만
여전히 눈먼 돈이 많다
경제를 왜곡하는 것도 있다
이런걸 없애는게 건전재정
곧 예산 국회가 본격화된다. 예산 증액을 위해 뛰는 각 부처와 이해당사자들로 의원실 문턱이 닳고 있을 것이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올해보다 5.2% 증가한 639조원이다. 증가율로는 2017년의 3.7% 이후 가장 낮다. 그러나 세부 사업 중에는 여전히 불요불급한 것이 많다. 오히려 경제를 왜곡하는 것도 적지 않다. 이를 7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보았다. 아래 사례는 9000개가 넘는 사업 중 빙산의 일각이다. 문제가 큰 순서로 고른 것도 아니며 우연히 눈에 띈 사업이다.
옥석가리기.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옥석가리기는 소비자, 채권자, 투자자의 몫이다. 그러나 정부가 기업을 선정하는 사업은 생태계를 훼손한다. 기업에 정부와 친해져야 한다는 잘못된 시그널도 준다. 금융위의 혁신성장기업 선정, 중기부의 미래 유니콘기업 선정, 노동부의 강소기업·일자리으뜸기업·인적자원개발우수기업(Best HRD) 선정, 문체부의 우수사회적경제기업 선정이 이에 속한다.
과잉지원. 정부의 지원이 지나치면 재정 낭비는 물론 경제 주체의 책무성을 약화시키고 경쟁을 제한한다. 대부분 수혜자의 자부담률이 낮아 지원이 많은 특성이 있다. 주무 부처는 지원자가 많아 좋겠지만 예산 낭비다. 자부담률을 50~80%로 상향해야 한다. 문체부의 스마트 관광도시사업, 과기정통부의 랜섬웨어 대응 지원사업, 산업부의 소부장 신뢰성 기반 활용 지원, 중기부의 기술사업화 역량 강화·스마트 상점 기술 보급사업이 이에 해당한다.
시장잠식. 정부가 민간이 할 일을 잠식하면 경제 활력이 약화된다. 공공부문은 망하지 않아 진입과 퇴출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창의적 기업의 시장 진입은 성장의 핵심이다. 모든 기업활동을 정부가 대신하는 나라가 궁금하면 북한을 보면 된다. 해수부의 해양치유센터·내수면 수산물 가공사업, 민간 창업기획사를 대신하는 중기부 청년사관학교, 문체부의 에콜리안 골프장이 대표적이다.
인기영합. 정치의 행정 지배가 강화되다 보니 정책 수립에 국민 여론이 중시된다. 그러나 이런 정책 중에는 국익에 배치되는 것도 없지 않다. 인기영합 정책의 폐해는 당장 체감되지 않으므로 단기적 환호에 쉽게 묻힌다. 행안부의 지방소멸기금·지역화폐사업, 농식품부·해수부의 할인쿠폰, 국방부의 징집병 월급 인상, 산업부의 경제자유구역이 이에 해당한다.
전시행정. 전시행정은 효과 없는 사업이 성과를 내는 것으로 포장하는 행태를 말한다. 명분이 좋다 보니 예산 낭비가 잘 드러나지 않으나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 산업부의 상생형 일자리·국내 복귀기업 유치사업, 국무조정실의 청년보좌역 충원, 실적 발표 없는 각종 특별점검·실태조사, 교육부의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사업이 있다.
대증정책. 공직자는 시야가 짧아 증상에 대처하려 할 뿐 장기적 시야로 근본 해결책을 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대증적 예산사업은 당연히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지므로 폐지하거나 내용을 조정해야 한다. 환경부의 조기 폐차 보조금·수소 승용차 보조금, 산업부의 에너지 캐시백사업이 이에 속한다.
협력부재. 각 부처는 다른 조직과 협력할 일임에도 자신의 정책 수단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여가부의 다문화 아동 기초학습지원은 가족센터가 아니라 학교가 수행해야 한다. 해수부의 해드림사업은 행안부의 마을사업으로 대체하면 된다. 문체부는 지역서점 살리기사업을 하기보다 공공도서관을 확충해야 한다.
예산사업 폐지는 어려운 일이다. 각 예산사업에 주무 부처, 중간 집행기구, 수혜 계층이 줄줄이 엮여 있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와 무관함에도 특정 사업에 대해 증액을 요구하거나 삭감을 저지한다면 이것이 국익 목적인지 아니면 사적인 목적인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이번 예산 국회에서 효과성이 낮은 사업들이 과감히 정리되길 바란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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