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연금지출 추정 금액
국민 세금 부담과는 무관
잘못된 인식 바로잡아야

국가결산은 1년 동안의 나라 살림살이를 숫자로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의 발생주의 국가결산은 국가회계법 등에 따라 2011회계연도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매년 4월 전년도의 국가결산 결과를 발표하면서 민간기업과 같은 각종 재무제표를 작성해 국회와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지난 8일 발표된 2024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자산은 3221조3000억원, 국가부채는 2585조8000억원이라고 한다. 국가부채 중 1312조9000억원이 공무원·군인연금의 연금충당부채에 해당한다고 한다. 연금충당부채가 전년 대비 82조7000억원 증가했다는 발표로 직역연금 재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연금충당부채를 제대로 이해하고 신중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국가부채는 국가 재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재무제표를 통해 산출되며 지급 시기와 지급 금액이 확정돼 있지 않은 비확정 부채가 포함된다. 다시 말해 연금충당부채는 미래에 발생할 지출 시기나 지출 금액이 불확실한 부채로, 미래 예상되는 위험(부채)을 미리 대비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당장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의무가 있는 확정적 상환의무에 해당하는 '국가채무'와는 성질이 전혀 다르다.
연금충당부채를 해석할 때 몇 가지 유의할 점도 있다. 첫째, 연금충당부채는 연금 수입액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향후 70년 이상 장기간에 걸친 예상 연금 지출액만을 산정한 것이다. 즉 연금충당부채 규모에는 향후 납입될 기여금과 부담금이 반영돼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장기간 지급할 예상 연금 지출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기본 가정의 영향에 따라 추정 규모의 차이가 클 수 있다. 구체적으로 예상 연금 지출액은 기대여명과 물가·보수 인상률 등과 같은 인구통계학적·경제학적 가정을 사용해 예측하고, 이를 다시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데 할인율 같은 보험수리적 가정을 사용한다.
여기에 사용되는 다양한 가정의 작은 변화에도 연금충당부채 규모는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2024회계연도에 적용된 할인율을 0.5%포인트만 상향하더라도 연금충당부채는 138조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국가별 연금충당부채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9개국이 발생주의 회계기준을 도입했다. 이 중 연금충당부채를 산정하는 국가는 총 16개국이다. 나머지는 산정하지 않거나 정부회계상 참고 지표로만 사용하고 있다. 연금충당부채를 국가 간 재무 상태를 비교하는 지표로는 활용하지 않는 까닭이다. 따라서 매년 국가결산에 포함된 연금충당부채가 발표될 때마다 전적으로 국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닌가 걱정하고 오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연금충당부채는 사용자인 정부가 관리해야 할 책무인 것은 분명하다. 국가의 건전한 재정 관리를 위해 미래의 연금 지출 규모를 추산하고 그에 상응하는 수입과 지출 계획을 수립해 연금 재정을 건실하게 운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향후에도 연금 제도로 계속 지속 가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강구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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