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환2008.12.18
우리나라의 공공갈등 관련 법과 제도의 발전에 대한 평가와 대응방안
김유환
이화여자대학교 법과대학
Ⅰ. 공공갈등에 대한 대응으로서 요구되는 법제의 정비
1. 사회보장제도와 세제정비
가장 고질적인 공공갈등의 요인으로서 사회적 약자의 기본적인 욕구 미충족 및 상대적 박탈감을 제거하기 위해서 사회보장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며 동시에 세제정비가 요구된다. 사회보장제도는 사회적 약자의 기본욕구 충족이 가능하도록 실효적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사회적 약자의 자녀가 노력하여도 학업에 있어서 좋은 성취를 거둘 수 없는 사회적 구조는 사회적 약자들을 좌절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공공갈등의 뿌리깊은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2. 정책결정과정의 재구성: 일반행정절차법 및 개별행정절차법의 정비
공공갈등의 예방을 위해서는 국민이 자기 문제로 인식하는 정책사안에 있어서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서의 광범위한 국민참여가 필요하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public involvement 또는 public consultation의 개념으로 정책결정에 대한 광범위한 국민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입법예고제도와 행정예고제도가 존재하고 있으나 정책결정에서의 공공참여제도로서는 그 지향성이 대단히 약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일반행정절차법상 최소한 갈등유발적 정책결정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국민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일반행정절차로서의 public consultation의 제도화도 중요하지만 각 개별법영역에서의 행정절차를 정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참여정부는 이것을 시도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다.
개별법영역에서의 행정절차정비라 함은 예컨대, 댐이나 도로건설에서 관련 이해관계자 등을 건설계획단계부터 참여시켜 의사결정 단계에서 집행단계에 이르기 까지 그 의견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행정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3. 법집행률제고와 개별법령의 품질향상
존재하지만 집행되지 않거나 집행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법령은 국민의 법경시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법의 지배를 약화시켜 궁극적으로 공공갈등의 예방과 해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법치주의 또는 법의지배의 확립은 법상태의 애매함으로 인한 갈등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키기 때문에 갈등예방과 해결에 있어서 기본적인 환경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법집행률이 낮은 법령을 규제개혁 차원에서 정비하고 실효적인 법령으로 재정비하면서 법령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개별법령의 품질향상이 갈등의 예방과 해결에 있어서 긴요하다.
4. 공공갈등 및 공공분쟁을 위한 ADR제도의 정비
공공갈등 및 공공분쟁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장래계획과 방향에 관련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과거의 분쟁에 대한 해결로서의 사법적 수단에 의한 해결이 적절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 따라서 공공갈등 및 공공분쟁의 해결을 위해서는 ADR이 실효적이라는 점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는 공공분쟁의 해결을 위한 ADR제도가 대단히 미비하다. 개인간의 법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ADR제도는 상당히 존재하는데 반해 공공갈등을 위한 ADR제도는 아직 뚜렷하게 기능하지 않고 있다.
공공갈등이나 공공분쟁을 위한 ADR 뿐아니라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이나 분쟁해결을 위한 제도의 발전을 위한 특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합의와 토론에 의한 의사결정 문화가 정착하는 것이 사회통합과 갈등예방을 위해 매우 긴요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공공분쟁해결을 위한 ADR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화자체가 합의에 의해 분쟁과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에 익숙해 질 필요가 있다. 민주화시대 그리고 참여민주주의적 상황 하에서 ADR과 같이 토론과 합의에 의한 이견해소의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다면
사회갈등은 끊임없이 되풀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Ⅱ. 참여정부의 공공갈등 대응을 위한 법제개선 노력과 평가
1.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의 제정의 배경
공공기관의 갈등예방과 해결에 관한규정(2007.2.12 제정 대통령령 제19886호)은 참여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공공기관의 갈등관리에 관한 법률(원래 가칭 갈등관리기본법)의 제정이 국회에서 성사되지 못함에 따라 그에 대한 대체물로 대통령의 입법권의 행사로서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은 원래의 법률안의 내용을 대부분 승계하였고 다만 지방자치단체 등에 대한 규율 부분을 포함하여 대통령령으로써 규율할 수 없는 일부부분 만을 삭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법률로 제정하고자 하였던 것을 법률제정이 무산되자 대통령령으로 추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나 그만큼 참여정부가 새로운 갈등관리 방법론의 도입에 적극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의 주요 내용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은 참여정부가 추진하였던 갈등관리의 방법론을 대부분 수용하였던 것으로서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갈등의 예방과 해결을 위한 중앙행정기관의 책무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은 무엇보다도 갈등관리를 국정의 한 영역으로 선언하고 있다는 점이 획기적이다. 중앙행정기관은 사회전반의 갈등 예방 및 해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추진하여야 함을 밝히고 있으며 나아가 갈등의 예방 및 해결과 관련된 법령 등을 지속적으로 정비하여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
또한 중앙행정기관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발굴하여 적극 활용하여야 하며 소속직원을 대상으로 갈등을 예방하고 갈등해결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교육훈련을 실시하며 갈등관리능력을 인사운영의 중요한 기준으로 설정하고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갈등영향분석제도의 도입
갈등영향분석은 갈등의 원인, 갈등의 당사자, 그리고 갈등의 동향 등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하여 문제시 되는 갈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확보하고 그 예방과 해결의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러나 갈등영향분석이 갈등이 예상되는 모든 사안에 의무화되어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갈등영향분석을 실시할 것인가의 여부는 관계되는 중앙행정기관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
(3) 참여적 의사결정방법의 활용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이 도입하고 있는 갈등관리의 핵심적인 방법론 중 또 하나의 중요한 것은 참여적 의사결정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법령은 참여적 의사결정방법을 정의하고 있지 않으나 참여적 의사결정방법의 채택여부 역시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판단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참여적 의사결정의 방법은 특정한 방식으로 제한되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이론상 Public Involvement로 볼 수 있는 모든 방식이 채택될 수 있을 것이다.
(4) 갈등조정협의회의 활용
갈등조정협의회제도는 공공갈등의 해결을 위한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의 도입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갈등에 도입할 수 있는 ADR기법은 매우 다양하여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이 갈등조정협의회라는 방식 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다소 편협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정,중재, 조정적 중재, 중립인평가 등 다양한 ADR방식을 두고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은 관계행정기관과 이해관계인으로 구성되는 조정협의회의 구성이라는 단 하나의 ADR절차 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3. 평가
공공기관의 갈등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은 참여정부의 갈등관리를 위한 입법적 노력의 결정체이다. 그러나 우선 입법형식의 면에서 법률의 형식을 취하지 못한 것이 실효성의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고, 내용적으로는 특히 공공분쟁의 ADR 도입부분에 있어서 좀더 광범위하고 정교한 검토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국가적으로 공공갈등관리를 체계적으로 하여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법체계정비를 위해 노력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며 오늘날의 변화된 행정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것이었다고 평가된다.
Ⅲ. 결론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사회운영방식을 요구한다. 21세기의 변화된 세계적 환경은 공행정(public administration)으로 하여금 참여패러다임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이미 참여패러다임이 필요한 국가발전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각종의 공공갈등은 국가운영방식이 참여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지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참여행정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반드시 쉬운 과제가 아니다. 먼저 시대는 합의형성(Consensus Building)적 참여로의 발전을 요구하지만 국민의 의식은 아직 문제제기형, 대립구조형의 참여제도의 실현에 목말라하고 있다. 또한 시대는 다원화된 가치를 서로 용납하고 합의점을 찾아갈 것을 요구하지만 우리 사회의 보혁 갈등은 용납과 합의의 길을 도무지 찾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행정관료와 국민 모두가 참여와 합의형성에 아직은 익숙하지 못하고 합의에 의한 갈등해결에 필요한 사회자원과 문화가 아직은 매우 미비한 상태에 있다.
정부는 참여패러다임으로의 전환과 교육과 홍보를 통한 사회자원의 확충, 제도정비 등의 공공갈등을 위한 개혁을 수행함에 있어서 충분한 인내를 가지고 임하여야 할 것이다. 국민과 공무원은 아직 변화된 사회환경에 새롭게 적용되어야 할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먼저 국민과 공무원들이 개혁의 방향과 당위성에 대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의 수용가능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개혁을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1유형 : 출처표시”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정책 참조
무단등록 및 수집 방지를 위해 아래 보안문자를 입력해 주세요.
담당자 정보를 확인해 주세요. 044-550-5454
소중한 의견 감사드립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