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야놀자] 전기료 동결,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없는 이유는?
이수일 KDI 연구위원
정부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내년부터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건물의 실내 냉·난방 온도를 제한한다. (중략) 전기·가스 요금은 최근 고유가 추세에 맞춰 인상할 방침이다. 정부는 24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신고유가 시대 에너지절약대책'을 발표했다.(기사 중 일부 발췌)
하루가 멀다 하고 연일 신기록 행진을 하고 있는 국제 유가(油價) 때문에 나라 경제가 어렵습니다. 주유소들은 휘발유 가격판을 매일 올려 갈아 끼우기에 바쁘고, 기업들은 비용 상승 압력에 아우성이네요. 급기야 정부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모든 건물의 냉난방 온도를 제한하겠다는 무리수를 두었다가, 철회를 하고 있는 지경입니다. 그나마 국민들 입장에서는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이젠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전기료 인상을 고려 중이라고 하네요.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았던 이유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를 생산해서 공급하는 비용 가운데 석탄, 가스, 유류 등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40%대에 달합니다. 최근 국제유가의 폭등으로 전체적인 연료비가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전기료는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2003년부터 지금까지 경유, 등유, 천연가스의 가격은 대폭 상승한 반면, 전기료는 단지 5% 정도만 올랐죠. 이렇듯 전기료가 오르지 않은 것은 그동안 정부가 전기요금을 동결(凍結)시켰기 때문입니다.
전체 경제에는 비효율적
이처럼 연료비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일반 국민들 개개인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국민경제 전체적으로도 바람직한 것일까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전력생산에 소요되는 연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료비가 증가하면 그에 맞추어 전력소비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런데 전기요금이 고정되어 있으면 어떨까요? 전력 소비를 줄이라고 하는 가격 신호가 제대로 일반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않게 되지요.
또 경유, 등유의 가격은 급등하는데 전기료만 오르지 않으면 평소 경유, 등유를 쓰던 국민들은 대신 전기를 사용하게 될 겁니다. 예를 들어 최근 난방을 해 줘야 하는 화훼, 축산농가 등에서는 기름난방을 전기난방으로 교체하는 사례가 급증했다고 하네요. 문제는 전기난방이 기름난방에 비해 에너지효율 측면에서 훨씬 더 비효율적이라는 점입니다. 동일한 열량을 내기 위해서 전기난방에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소요된다는 말이지요. 이와 같이 다른 연료가격은 오르는데 전기요금만 오르지 않으면, 전체 국민 경제적 측면에서 에너지원 간 비효율적인 대체가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전력생산을 위한 연료비는 급등하는데 전기요금이 장기간 고정되어 있으면 전력을 생산해 국민들에게 공급하는 사업자(한국전력)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겠지요. 이러한 재정건전성 악화는 전력사업자의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신용도가 내려가면 사업자가 금융시장에서 돈을 비싸게 빌려야 할 테고, 결국에는 전기요금의 상승으로 이어질 겁니다.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되는 딜레마
연료비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이 장기간 고정되어 있을 경우에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사회 일각에서는 전력생산에 소요되는 연료비에 연동하여 전기요금을 조정하자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기요금을 연료비에 연동시키면 연료비가 오를 때 전기요금도 올라갈 테고, 또 그만큼 전기를 아껴 쓰게 되겠죠. 또 에너지원 간 비효율적인 대체를 방지하는 한편 전력사업자의 재정 불확실성도 줄이자는 취지이지요. 이러한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는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도입돼 운영되고 있습니다.
연료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에서 전기요금을 연료비에 연동시키는 것은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바람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장바구니 물가가 올라 걱정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급등하는 연료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기도 쉽지는 않아 보이는군요.
[쉽게배우는 경제 tip] 연료비 연동제란?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Fuel Adjustment Mechanism)는 전력생산에 소요되는 연료비의 변동을 규제기관의 사전 심사 없이 주어진 공식에 따라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미국에서는 석유파동을 겪고 난 1970년대 초반 이후 거의 모든 주(州)에서 거의 모든 종류의 소매가격에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되었습니다. 현재 3개 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1996년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된 이래 정해진 공식에 따라 지속적으로 전기요금이 조정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도시가스와 지역난방요금에 대해 이런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전기요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되어 있지 않습니다.
무단등록 및 수집 방지를 위해 아래 보안문자를 입력해 주세요.
담당자 정보를 확인해 주세요. 044-550-5454
소중한 의견 감사드립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