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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고숙련 이주노동자 효과… “500명 유입시 年2800만달러 GDP 증가”

박재혁 동아일보 2024.09.19

美캔자스시티 이주노동자들… 창업생태계 활성화에 큰 역할
취업제한 기간 짧을수록… 獨이민자들 높은 고용률 유지
한국도 다문화 인력 연구 시급

외국인근로자와 지역경제

《국내 체류 외국인이 250만 명을 넘어서면서 우리나라도 점차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특히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가 국가 경제 발전에 중요한 위기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이러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민 정책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나 다문화 가정 등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의 소비와 세금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방 중소도시들을 방문해 보면 불과 10여 년 전에 비해 외국인과 이들을 위한 상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이들이 이미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민자들의 경제 활동이 지역 경제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련 연구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발표된 두 편의 연구를 통해 이민 정책의 긍정적 효과와 함께 사회 통합 및 문화적 다양성 증진의 필요성을 함께 고찰해보자.

첫 번째 연구(연구①)는 이민 심사 기간 동안 부과되는 취업 제한이 이민자들의 중장기적 취업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이민자들이 이민 심사를 받는 동안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동안 취업을 금지하는 정책은 찬반 논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옹호론자들은 이 기간 이민자들이 지역 사회에 적응하고 언어를 배우는 데 집중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심사를 통해 입국이 거절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예방하고, 지역 내 자국민의 일자리를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한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취업 제한으로 인해 이민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민자가 빠르게 노동시장에 진입해 자립 기반을 마련할 경우, 지역 경제에도 기여하고 세금 납부를 통해 국가 재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독일에서 이민자들의 경제 활동 금지 기간을 단축했던 사건을 자연 실험으로 활용해 이 정책 변화가 이민자들의 장기적인 경제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독일은 2000년 이전까지 난민 신청자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최대 24개월까지 제한했지만, 법원 판결 이후 이를 12개월로 단축했다. 연구진은 1999년과 2000년에 독일에 입국한 유고슬라비아 난민들을 비교 분석해 2000년 입국자들이 노동시장에 더 빨리 진입하고 높은 고용률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픽에서 볼 수 있듯이 1999년 입국자들은 초기 7개월의 추가적인 경제 활동 제한으로 인해 5년 후에도 고용률이 20%포인트가 더 낮았고, 이 격차는 10년이 지나서야 사라졌다. 이는 장기간의 경제 활동 제한이 난민들의 구직 의욕과 노동 기술을 저하시켜 결국 장기적인 경제적 통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두 번째 연구(연구②)는 미국의 H-1B 비자 프로그램을 통해 입국한 고숙련 이민자들이 지역 창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한 계량적 방법을 통해 분석했다. H-1B 비자는 미국 기업이 자국 내에서 적합한 인력을 찾지 못했을 경우, 외국인 전문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비자 제도다. 연구진은 이민자들이 직접 창업하는 직접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에 정착하면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공유하는 ‘지식 전파’라는 간접적인 효과에 특히 주목했다.

분석 결과, 고숙련 이민자들이 특정 지역에 많이 유입될수록 해당 지역의 창업 활동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같은 국적의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일수록 이러한 효과가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이민자 집단’ 내부에서 형성된 사회적 네트워크와 지식 공유가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미국 내에 중소도시에 속하는 캔자스시티 지역에 500명의 고숙련 이민자가 추가로 유입될 경우 10년 동안 2억8000만 달러의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연구 결과는 보여준다.

통계청이 올해 4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42년에는 국내 생산가능인구 중 외국인 비율이 1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경제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 그리고 이에 따라 이들의 소비 및 납세액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내 지역 노동시장에 적응하고, 지역 경제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는 것을 돕는 것은 저출산과 지방 소멸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완화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외국인 체류자들의 근로 및 소비 실태에 관한 데이터 부족은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근거 기반 정책 수립에 큰 장벽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이민 정책보다는 특정 사건이나 허위 정보에 기반한 감정적인 논의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는 이민자들을 통한 긍정적인 사회경제적 효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로 이어진다.

다문화 사회의 문턱에 서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정부기관과 민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이민자들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이민자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회 통합과 문화적 다양성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이민 정책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연구① Marbach, Moritz, Jens Hainmueller, and Dominik Hangartner. ”The long-term impact of employment bans on the economic integration of refugees.” Science advances 4.9 (2018): eaap9519.
연구② Tareque, Inara S., Jorge Guzman, and Dan Wang. ”High-skilled immigration enhances regional entrepreneurship.”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21.37 (2024): e2402001121.

박재혁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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