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장과 통합 두 마리 토끼 잡기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서울 등 이미 부동산 가격이 높은 지역에서 더 빠르게 나타나 결국 자산격차를 확대하고 내 집 마련 격차로 대물림돼 사회적 이동성을 제약한다. 부동산 가격 안정과 수도권 집중 완화가 절실한 이유다.

국가는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을 모두 달성해야 한다. 새 정부는 이 중 통합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측됐으나 대통령실에 경제성장수석을 두는 등 성장과 통합을 균형 있게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제성장은 일자리 창출과 국민소득 향상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촉진, 기술혁신, 인적자원 개발, 시장의 효율성 추구 등의 정책으로 달성된다. 사회통합은 신뢰 등 사회적 자본 강화와 유대감 높은 사회를 목적으로 하며 계층 간, 지역 간 분배 개선 및 갈등 관리, 사회적 이동성 제고 등의 정책으로 실현된다.
문제는 성장과 통합이 간혹 상충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성장을 하면 고용이 창출돼 통합도 제고됐으며 이는 다시 교육기회 등 사회적 이동성을 확대해 성장에도 도움이 됐다. 즉 성장과 통합의 선순환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선순환이 깨졌을뿐더러 성장과 통합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고 있다. 이 두 가치를 동시에 달성하고 나아가 선순환시키기 위해 필요한 일은 무엇일까?
소득분배 개선하는 고용···고용과 임금
경직성에 따른 기업 고용회피 해결해야
경제성장이 사회통합을 훼손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성장 과실의 1차 분배를 악화하는 요인들이 있다. 고용은 소득분배를 개선하므로 성장의 고용창출 효과가 저하되면 사회통합도 약화된다. ①고용 없는 성장의 배경으로 기술발전, 해외투자, 노동집약 산업의 쇠퇴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다. 그러나 고용과 임금의 경직성으로 인한 기업의 고용회피는 해결할 수 있다. ②노노(勞勞) 배분도 악화되고 있다. 노조의 보호를 받는 대기업·공공 부문 노동자에 비해 중소기업 노동자, 플랫폼 노동 등 비정형 근로계약에 대한 보호는 미약한 상태다.
또한 ③사사(使使) 배분 악화도 문제다. 단가 후려치기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 하청관계는 결국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 간 격차로 나타난다. ④노사(勞使) 배분 문제도 지적돼야 한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회계가 불투명해 세금탈루율도 높아진다. 일부 중소기업주는 이렇게 축소한 영업이익을 근거로 노동자 보수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면서 영업이익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중소기업 노동자는 대기업 및 대기업 노조, 사용자, 중국 등 해외 공급자로부터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압박을 받고 있다.
둘째, 경제성장이 소득과 자산의 분배를 악화해 사회적 이동성을 저하하기도 한다. 사회적 이동성 약화는 사회통합을 저해한다. ⑤부동산 가격 상승이 대표적으로, 서울 등 이미 부동산 가격이 높은 지역에서 가격이 더 빠르게 올라 결국 자산격차를 확대한다. 자산격차는 내 집 마련 격차로 대물림돼 사회적 이동성을 제약한다. 부동산 가격 안정과 수도권 집중 완화가 절실한 이유다. ⑥교육기회의 불평등도 사회적 이동성을 약화한다. 부모의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에게 사교육, 해외유학 등 교육기회가 더 폭넓게 제공된다. 부모의 소득수준이 대학입시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많다.
사회적 신뢰 회복과 사회 이동성 제고는
통합·성장 동시에 해결하는 핵심 고리
사회통합이 경제성장에 주는 영향도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통합이 약화돼 성장을 훼손하는 경로다. ⑦사회적 신뢰가 저하되면 불신비용이 증가한다. 각종 증명서, 단속·점검 등 행정감독 비용, 정부정책의 효과성 약화, 사적 네트워크 의존 증가 등이 그 사례다. ⑧사회갈등이 심화되면 다양한 거래비용이 발생한다. 파업 등 노사갈등 비용이 대표적이며 특히 당사자와의 합의 실패로 인해 혁신과 변화가 지연되는 폐해가 크다. ⑨사회적 이동성 약화로 인한 경제주체의 동기 약화와 인재의 적재적소 공급 실패도 이에 해당한다. 인구감소 시대에는 한 명의 인재도 놓칠 수 없다. 이상의 세 과제는 향후 경제성장의 핵심인 총요소생산성(TFP)을 결정하는 것이므로 통합과 성장을 동시에 해결하는 핵심 고리다.
둘째, 사회통합을 위한 정부정책이 성장을 훼손하는 사례다. 대표적인 것이 전 국토 분산형 지역균형발전 정책이다. 이를 ⑩거점형 균형발전으로 전환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대도시를 비수도권에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성장도 촉진되며 수도권 집중 완화를 통해 다시 사회통합이 촉진되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진다. ⑪근로 친화적 복지모델도 필요하다. 현재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1인 가구 기준 76만5천 원을 보장하므로 10만 원을 벌면 66만5천 원을 지급한다. 즉 소득 76만5천 원까지는 일할 동기가 없다. 자활근로나 근로소득공제가 있으나 근로의욕을 부추길 수준은 아니다. 부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등 근로 친화적 복지모델로 근본적 재설계가 필요하다. ⑫그 외 대기업 영업제한 등 정부규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조세체계, 수도권 규제, 대학 규제 등도 성장을 저해하는 통합지향 정책인데 이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정책별로 사회통합 효과와 성장훼손 비용을 계량하고 통합과 성장의 가치 중 어느 쪽을 우선할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보자. 먼저 성장이 통합을 촉진하려면 소득의 1차 분배 형평성을 강화해야 하며 사회적 이동성을 촉진해야 한다. 반대로 통합이 성장을 촉진하려면 사회적 신뢰 제고, 갈등 관리, 사회적 이동성 제고가 필요하며 성장을 저해하는 사회통합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글로벌 경제구조의 변화 추세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미 우리 수출시장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대거 이전하고 있고 대미 수출 증가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품목별로도 미국 기업의 자국 내 생산시설 구축에 필요한 소재·장비 등의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금 우리는 성장과 통합을 모두 잃고 있다. 이런 나라를 후대에 물려줄 수는 없다. 이 두 가치를 동시에 달성하고 나아가 선순환시키기 위해서는 <표>에서 보는 것과 같이 좌파적·우파적 개혁이 동시에 필요하다. 이념과 기득권에 사로잡혀 있으면 어느 하나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좌우 개혁을 동시에 추진하는 결단을 여야가 보여줬으면 한다.

본 칼럼은『나라경제』2025년 8월호에 게재된 글로,
KDI 연구위원들이 경제·사회 이슈에 대해 분석하는
‘K인사이트’ 코너에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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