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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통합전략 : 성장-안정-연대의 공동체 구축

KDI2011.12.08

동아시아 통합전략 : 성장-안정-연대의 공동체 구축

전홍택 KDI 선임연구위원·박명호 KDI 겸임연구위원 편

 

1. 동아시아 통합의 의의 및 여건
□ 최근 동아시아에서는 지역 협력 및 통합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역내 각국의 입장 차에 따라 다양한 통합 구상이 제시되고 있음.
□ 지역통합 여건은 첫째, 자족성 평가, 둘째, 통합의 적합성 평가 등의 두 단계로 구분해 평가되어야 함.
  • 첫째, 인구, 경제 및 무역규모, 자산, 군사력 등 흔히 국력을 나타내는 조건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자족성 평가는 특정 지역이 자체적으로 자족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별하는 것임.
  • 동아시아 지역은 특히 경제규모 면에서는 세계 3대 경제블록의 하나로 기능할만큼 독자적인 블록을 형성, 충분한 자족성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음.
  • 둘째, 통합의 적합성은 이론적인 측면에서 해당 지역에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평가됨.
  •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지역통합이론들이 제시하는 이론적 기준에 비춰볼 때 지역공동체 형성을 위한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적 여건은 열악하지 않으나, 정치,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다소 미진한 것으로 볼 수 있음.
□ 종합적으로 판단컨대 동아시아 지역통합의 의견 조율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지역통합의 내생성 이론이 제시하는 바와 같이 공동체 추진 노력을 통해 여건을 개선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됨.
  • 동아시아 지역의 국가 간에는 정치적 갈등, 역사적 반목, 상호 신뢰 부족 등의 장애가 여전히 존재하며, 협력 경험 또한 부족한 상황이나, 경험과 전통은 본래적이기 보다 새로이 만들어가는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음.
  • 또한 최근 동아시아의 성장과 더불어 경제적 여건 뿐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적인 여건 또한 일부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음.
□ 유럽 6개국, ASEAN 6개 국의 시계열 및 횡단면 비교분석에 따르면한·중·일 3국은 2000년대 이후 경제영역에서 완만한 수렴 현상을 나타낸 반면, 사회 영역에서는 세 나라 간 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남.
  • ASEAN 국가 간 경제 영역의 격차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된 반면, 한․중․일 3국 경제 영역은 2000년대 이후 완만하게 수렴되는 것으로 나타남.
  • 한·중·일 3국 간 사회 영역의 격차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나, 환경 영역에서는 이와 대조적으로 세 나라의 수렴 현상이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남.
  • 지역 간 세부 지표별 변동계수 추이 비교에 따르면 한·중·일 3국의 경제 통합을 위한 기본 여건은 유럽과 ASEAN 등 타 지역과 비교해 결코 불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남.
2. 동아시아 통합 로드맵
□ 동아시아 지역통합의 범위와 관련해 ‘ASEAN+3’이 통합의 핵심 그룹이 되기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됨.
  • 우리나라의 통합 전략은 동아시아 지역을 장기적으로 하나의 시장, 하나의 문화, 하나의 공동체로 통합한다는 장기적 비전에 따라 수립되어야 할 것임.
  • 역내의 역사·문화적 특수성에 따르는 제한으로 지금까지 동아시아 협력·통합에 대한 논의는 경제적 실리에 기반한 기능적 접근만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음.
  • 그러나 지역통합이란 경제적 이해(economic interests), 정치적 의지(political will), 사회적 결속(social cohesion)의 세 가지 축에 의해 형성, 유지, 발전될 수 있으므로, 경제적 성장(growth), 정치적 안정(stability), 공동체의 사회적 연대(solidarity)등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이 필요
□ 일경로(single-track) 전략보다는 일부 국가 간의 소지역 경제협력을 우선적으로 추진한 후, 이를 동아시아 지역 전체로 확대해 가는 다경로(multi-track) 전략을 택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함.
  • 우선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경제통합계획을 추진하고, 다음 단계로 경제적 성과가 크고 거시경제 지표가 양호한 ASEAN 국가들을 점차 포함시키면서, 최종적으로 ‘ASEAN+3’ 전체 국가를 참여시켜 나아가는 전략이 바람직함.
  • 한·중·일 통합의 첫발은 한·중, 한·일 양자 간 FTA 추진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함.
    - 동아시아 시장 통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실제적으로 동아시아 경제를 주도하는 동북아 3국 간의 FTA가 이뤄져야 하며, 3국 간 동시다자적 FTA보다는 한·일 혹은 한·중 양자 간 FTA 접근방식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됨.
  • 무역·투자 협력과 동시에 통화협력 측면에서 한·일, 한·중 중앙은행 간 환율 안정과 스와프 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음.
  • 사회·문화 협력과 평화 협력을 병행함으로써 경제 협력을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음.
  • 한·중·일 사무국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음.
    - 단기적으로는 ASEAN 사무국을, 장기적으로는 EU공동체기구를 벤치마크해야 하며, 통합 문제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연구소를 설치할 필요가 있음.
  • 마지막으로 한·중·일 사무국의 역할이 충분히 확보되고 동북아 3국 간 협력과 통합이 어느 정도 진전된다면 ASEAN으로의 확대를 모색해야 할 것임.
4. 동아시아 경제 통합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 동아시아 경제 통합이 GDP, 후생 등 거시경제적 변수에 미치는 영향을 연산가능일반균형모형(computable general equilibrium model)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동아시아 전 지역을 한꺼번에 포괄하는 일경로(single-track) 전략 보다 다경로(multi-track) 전략을 택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바람직한 것으로 나타남.
  • 특히 한·중·일 3국이 동시에 FTA를 체결하기 보다는 우리나라가 중국 및 일본과 먼저 FTA를 체결하고, 한국이 가교 역할을 담당해 중․일 FTA, 나아가 ASEAN이 참여하는 ASEAN+3으로 확대하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 가장 적합한 전략이 될 것으로 판단됨.
□ 동아시아 경제 통합이 다양한 형태로 진행될 수 있는 만큼 한·중·일 FTA, 한·중 및 한·일 FTA, ASEAN+3 등 다양한 동아시아 경제 통합 시나리오 별 경제적 파급 효과를 분석
  • 한·일 FTA, 한·중 FTA를 동시에 추진할 경우 한국의 GDP는 2.81% 증가하고, 한․중․일 FTA를 추진하는 시나리오에서는 한국의 GDP가 2.1%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됨.
  • 한·일 FTA, 한·중 FTA 그리고 한·ASEAN FTA를 동시에 추진하는 시나리오에서는 한국의 GDP가 4.14%까지 증가해 검토된 시나리오 중 가장 큰 경제적 이익을 산출할 것으로 추정됨.
  • 중국, 일본 및 ASEAN 간의 FTA가 체결될 경우, 이들 국가와 한국 사이에 무역전환효과(trade diversion effects)가 발생함에 따라 한국의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시나리오 4(3.44%)는 시나리오 3에 비해 낮게 추정됨.
  • 자본 축적의 추가적 파급 효과를 포착하는 자본축적 CGE 모형에 따르면 한국의 GDP는 시나리오에 따라 3.38 ~ 6.09%까지 증가할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시나리오별 효과의 상대적 크기는 정태적 CGE 모형의 결과와 유사함.
5. 유럽 통합의 시사점
□ 유럽 통합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안보이익을 공유하려는 정치적 동기와 전후 복구라는 경제적 동기의 상호 작용에 따라 성공적으로 출범됨.
  • 다분히 정치적인 동기에서 출발했으나 통합 과정에서는 주로 경제 분야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유럽 통합은 회원국의 국론을 분열시키는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된 예가 거의 없는, 이른바 ‘호의적인 무시’라는 여론 환경 속에서 추진될 수 있었음.
  • 또한 미국의 세계전략구도 하에서 외부세력의 의도적인 방해 없이 진행될 수 있었음.
□ 유럽과 동북아는 지역통합 초기 단계에서 확연한 환경적 차별성을 가짐.
  • 동북아 국가들은 유럽 국가들을 결집시켰던 안보이익을 공유하지 못하므로, 안보이익이라는 정치적 동기 없이 통합 추진 에너지로 작동할 수 있는 강력한 공리적 이익이 창출되어야 함.
  • 이러한 공리적 이익을 적극적으로 실현해 나아갈 행위자의 발굴과 동원이 필요함.
□ 따라서 우리나라는 첫째, 현시점에서 동북아에 존재하는 긍정적 환경요인을 파악·활용하고, 둘째, 지적 리더십과 기업가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한편, 셋째, 적절한 분야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통합을 추진하고, 넷째, 국내적으로 동북아 통합에 대한 사회적 지지기반을 구축하는 가운데, 다섯 째, 사무국과 동북아 의회의 설립 및 유치를 통해 동북아시아 통합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여건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함.
6. 동아시아 통합에서 한국의 역할
□ 한국이 동아시아 통합에 기여하고자 한다면 하드 파워보다는 소프트 파워를 활용할 필요가 있음.
  • 우리나라는 동아시아 3대 경제 대국 중 하나이지만 지역통합을 위한 국제협력 상황을 이끌어내고 유지할 정도의 능력을 갖추지는 못한 것으로 판단됨.
  • 우리나라는 국제적 정치 사업가(international political entrepreneur)로서의 능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음.
    - 우리나라가 동아시아의 통합과정에서 하드 파워를 구사하는 ‘구조적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어려워 보임.
    - 그러나 통합의 필요성과 방안, 공공재적 성격 등을 창의적으로 제시하고 설명함으로써 역내 국가들의 통합 여론과 지지를 동원하는 방식으로 실제 통합의 진전에 기여할 수 있는 ‘지적 리더십’과 ‘기업가적 리더십’은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음.
□ 동아시아 통합을 위한 중장기 비전과 철학을 제시하고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함.
  • 리더십을 발휘하는 주체는 국가일 수도 있고 역량 있는 지도자일 수도 있으나, 현재 아시아에는 이러한 리더십을 발휘할 만한 존재가 마땅히 없는 것으로 보임.
    - 동아시아 3국 중 중국과 일본은 잦은 영토분쟁, 역사문제 등으로 대립하고 있으며, 라이벌 의식 또한 강하게 느끼고 있으므로 어느 한 나라가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음.
  • 실제로 중국과 일본은 중간자적 위치에서 양국을 중재하고 상호 간의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한국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음.
  •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한·중ㅍ일 3국의 정상회의가 2008년부터 정례적으로 개최되고 있음.
    - 그러나 3국 간의 관계에 불협화음이 생길 경우 정상회의가 중단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정례화의 틀을 공고히 할 필요가 있음.
  • 이와 함께 정치, 경제, 문화,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설화된 분과위원회를 설치해 전문가들과 관계자들의 연구 및 교류를 상시화할 필요가 있음.
    - 현재 한·중 간, 한·일 간, 중·일 간에는 민간 수준의 연구회가 다양한 분야에서 구성돼 활동 중이나 3국을 아우르는 연구회나 교류채널은 많지 않은 상황임.
결론적으로 동아시아 통합은 한·중·일 3국이 정상회담, 각료급 회의, 전문가회의, 상설사무국 활동, 교육협력 등 중층적 차원에서 교류·협력의 확대를 통해 추진해야 함.
  • 특히 에너지, 환경, 자원, 정보통신, 제조업, 무역, 물류, 금융, 노동, 교육, 사회간접자본 건설 등 협력이 가능한 분야가 다양한 만큼 국가 간 심층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음.
  • EU가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협력체 구축의 중요성을 경험적으로 보여줌.


※ 문 의: 전홍택 KDI 선임연구위원(02-958-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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