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왼쪽부터 최재림 연세대학교 교수, 윤참나 서울대학교 교수, 최연구 미 컬럼비아대학교 교수, 김진우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김성룡 서울대학교 교수.
복합 위기를 맞은 한국경제에 돌파구를 제시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경제학 거장 5인이 KDI와 손을 잡았다.
2주의 집중 협업과 6개월 이상의 후속 공동연구로 이어지는 ‘국내외 석학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 KDI 연구진과 국내외 대표 석학들은
현장의 최전선에서 국가 핵심 과제를 고민하고 한국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어떤 아이디어와 해법을 찾을까. 프로그램에 참여한 5명의 석학을 만나본다.
진행. 김태균 콘텐츠개발팀장
KDI ‘국내외 석학 초청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최연구 한국경제의 중요한 현안과 구조적인 문제를 원내 연구자들과 충분히 이야기하고 서로의 연구를 이해하면서 공동연구 가능성을 찾아보자는 취지가 제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방문 중에는 김세직 원장님도 공동저자로 참여한 ‘Prestige Seeking in College Application and Major Choice’를 발표했고, 거시·금융정책, 산업·시장정책, 재정·사회정책 및 교육·노동 분야의 연구자들로부터 현재 진행 중인 과제들을 듣고 함께 토론했습니다. 학계에서 오랫동안 연구해 왔지만 정작 한국경제의 핵심 문제에 직접 기여할 기회는 제한적이었다는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방문은 제게 매우 귀하고 영광스러운 기회였습니다. 이번 인연이 일회성 방문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연구와 교류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김진우 평소 이론적인 연구 결과가 실제 한국의 제도와 정책 문제를 이해하는 데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경제이론과 정책 연구를 긴밀하게 연결하고, 풍부한 제도적 지식과 실증분석 역량을 갖춘 KDI 연구진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번 방문 기간에도 세미나와 여러 연구자들과의 논의를 통해 제가 진행해 온 대학입시와 교육 관련 연구를 한국의 현실에 비추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론에서 출발한 질문을 실제 데이터로 검증하고, 다시 그 결과를 제도 설계의 문제로 연결하는 연구를 KDI 연구진과 함께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최재림 KDI와는 정성훈 산업·시장정책연구부장님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학술적 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의 최저임금 정책과 환경규제를 주제로 한 두 편의 실증연구를 개발경제학 분야의 최고 권위 학술 지 중 하나인
윤참나 제가 하는 연구는 정교한 모형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한국의 제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미시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KDI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국내에서 거 의 유일한 기관입니다. 정책 현장의 맥락을 깊이 아는 연구자들과 축적된 데이터가 한곳에 모여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었습니다. KDI 박사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 결과가 정책으로 옮겨지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됩니다. 이런 대화가 제 연구의 방향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고 느꼈습니다. 연구방향 역시 지원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었습니다. 장기성장률 하락을 총수요가 아니라 생산성과 산업구조 쪽에서 보겠다는 것이었는데, 제가 여러 나라의 기업 자료로 해오던 질문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제가 밖에서 보고 배운 것을 나누고 저는 이곳의 자료와 정책 현장을 배우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김성룡 귀국한 뒤 여러 한국 자료로 연구를 새로 시작 하려던 참에 공고를 보았고, KDI 연구진과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해서 지원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원내 연구진과 함께 논문을 쓰고 자문을 하며 6개월에서 12개월을 이어간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연구와 정책을 놓고 활발한 토의가 가능하겠다고 보았습니다. 연구방향 역시 지원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었습니다. 장기성장률 하락을 총수요가 아니라 생산성과 산업구조 쪽에서 보겠다는 것이었는데, 제가 여러 나라의 기업 자료로 해오던 질문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제가 밖에서 보고 배운 것을 나누고 저는 이곳의 자료와 정책 현장을 배우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KDI 박사들과 준비 중인 공동논문의 주제와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요?
최연구 이번 방문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KDI 연구진이 현재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을 듣고, 서로의 전문성과 관심사를 접목할 수 있는 공동연구 의제를 찾아보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교육·노동혁신연구팀과 부동산 연구팀 등 관련 연구진과의 논의를 통해 몇 가지 흥미로운 가능성을 탐색했습니다. 교육 분야에서는 이번에 발표한 ‘Prestige Seeking in College Application and Major Choice’에서 출발해, 최근 한국 대학에서 확대되고 있는 자유전공제와 전공선택 제도가 학생들의 선택과 학업성과, 그리고 사회 전체의 인적자본 배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동산 분야에서는 한국 특유의 주택시장 구조와 주택의 소비재·자산으로서의 이중적 성격, 금융화가 주택가격과 임대시장, 세대 간 후생에 미치는 영향 등도 함께 고민해 보았습니다. 더 넓게는 AI의 확산이 교육, 노동시장, 기업과 산업 전반에 가 져올 변화도 중요한 연구 의제라고 생각합니다.
김진우 현재 중요하게 연구하고 있는 주제 중 하나는 대학입시에서의 재지원, 즉 한국의 ‘재수’ 현상을 경제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재수는 학생에게 더 좋은 대학이나 자신에게 더 적합한 프로그램에 진학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많은 학생들이 재수에 참여 하게 되면 입시 경쟁이 심해지고, 현역 학생의 합격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치며, 상당한 시간과 사교육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에게 합리적인 선택이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한지, 그리고 재수의 기회와 비용을 어떤 방식으로 제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좋은지를 이론과 실증 양쪽에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보다 크게 보면 저는 학생들을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잘 맞는 전공과 대학 프로그램에 어떻게 매칭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관심이 있습니다. 최근 한국의 여러 대학들이 자유전공, 광역 모집, 전공 선택 시점의 유연화 등 다양한 제도적 실험을 하고 있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러한 제도 변화가 학 생들의 선택과 대학의 선발에 어떤 유인을 만들어 내는지 경제이론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실제로 학생들이 어떤 전공을 선택하는지, 학업성과와 전공 만족도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등 단기적·장기적 효과를 실증적으로 살펴본다면 학문적으로도 정책적으로도 의미 있는 연구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재림 현재 KDI Fellow 박사님들과는 한국 기업의 대미 직접투자가 국내 수출과 공급망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를 주제로 공동논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 반도체, 배터리·전기차, 자동차, 가전 등 주요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의 미국 현지투자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가 국내 산업과 수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연구의 핵심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현지 생산이 확대되면서 한국산 완제품 수출이 감소하는 대체효과가 나타나는지, 아니면 현지 공장에 필요한 소재·부품·장비 및 자본재의 대미 수출이 증가하는 보완효과가 나타나는지를 기업·품목 수준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대미 투자가 국내 생산기반을 약화시키는지, 아니면 한국의 고부가가치 공급망과 미국 현지 생산 간 새로운 분업관계를 형성하는지를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 미 투자정책과 국내 공급망·수출 경쟁력 강화 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윤참나 현재 논의 중인 주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지역균형발전과 관련된 주제로, 지역인재 채용 의무제도가 지역 대학의 지원율과 인재 유지에 미친 영향입니다. 이 제도는 지역 청년에게 취업 기회를 열어 주는 정책이지만, 그 효과는 채용 단계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제도가 실제로 ‘지역에 인재를 남기는’ 효과를 냈는지를 데이터로 확인해 보려 합니다.
둘째는 가계부채 문제입니다. 같은 금리 인상이라도 가구의 부채 구조와 소득 수준에 따라 소비 조정의 폭이 크게 다를 수 있는데, 이러한 이질성을 파악하는 것은 통화정책과 가계부채 관리정책 모두에 중요한 함의를 갖습니다. 셋째는 부동산 분야로, 상속·증여를 통한 자산 이전이 자산 불평등의 대물림과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현행 세제가 이러한 이전의 시 점과 방식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세 주제는 언뜻 달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정책이 사람들의 선택—어디에서 공부하고 일할지, 얼마를 소비할지, 자산을 언제 어떻게 물려줄지—을 바꾸고, 그 변화가 다시 정책의 실제 효과를 결정한다는 점입니다.
김성룡 대미 직접투자가 국내 산업구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여러 미시 자료로 살펴보려 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반도체와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미국의 보조금과 관세 정책이 함께 작용한 결과여서 과거의 해외 진출과는 성격이 달라 보입니다. 국내에서는 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있는 반면, 해외 연구들은 선진국을 향한 투자 가 오히려 본국 활동과 보완적일 수 있다고 보고하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대미 투자를 한 기업의 국내 고용과 투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현지 생산이 대미 수출을 줄이는지 아니면 부품 수출을 늘리는지, 그리고 국내 협력사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보려 합니다.
교수님이 바라보는 KDI의 현재,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떤 모습인가요?
최연구 이번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KDI 연구자들의 높은 전문성과, 자신이 맡은 정책과제를 넘어 근본적인 질문까지 함께 고민하려는 태도였습니다. KDI의 가장 큰 강점은 한국경제의 제도와 데이터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면서도 이를 엄밀한 경제학적 분석과 정책 논의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이 강점을 더욱 살려 단기적인 현안 대응뿐 아니라, 아직 정책 의제로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구조적 문제를 한발 앞서 정의하고 연구의 틀을 제시하는 역할을 더욱 강화하면 좋겠습니다.
김진우 KDI의 큰 강점은 한국 경제의 중요한 정책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제 정책에 접근할 수 있는 실증적·제도적 기반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경제이론이나 새로운 실증 방법론을 보다 적극적으로 결합한다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책의 효과를 평가하는 것을 넘어 앞으로 어떤 제도를 설계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더욱 중요한 역할 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육 분야만 보더라도 대학의 제도 변화를 단순히 사후적으로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이론을 통해 효과를 예측하고 실제 데이터를 이용해 검증한 뒤 다시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는 연구가 축적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KDI가 앞으로도 한국의 구체적인 정책 현장에서 출발하되, 그 결과가 국제적인 학술 논의에도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더욱 많이 만들어 내는 기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최재림 국제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앞으로 KDI는 국내 경제정책을 넘어 한국 경제를 글로벌 경제환경 속에서 분석하는 기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AI를 비롯한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빠른 만큼 새로운 기술과 분석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학계와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업을 통해 국제적으로도 주목받는 연구를 생산하여 이를 국내 정책에 환류시키는 역할을 더욱 강화하면 좋겠습니다. 특히 시의성 있는 연구주제를 발굴 하고 정책 현장과 연결하는 데 탁월한 KDI의 강점, 그리고 최신 분석방법론 과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이를 학술적으로 발전시키는 학계의 강점이 결합한다면 학술적 엄밀성과 정책적 유용성을 동시에 갖춘 좋은 연구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윤참나 KDI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경제의 압축성장을 설계하고 검증해 온 기관입니다. 이번에 직접 방문해 보니 젊은 연구자들의 역량과 국제 학술지 수준의 연구 성과가 축적되어 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KDI가 답해야 할 질문은 지난 50년과는 상당히 달라졌다고 봅니다. 저 출산과 고령화, 지역 소멸, 주택시장 양극화, 그리고 산업 전환에 따른 노동시장의 재편은 ‘성장 전략’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들입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KDI가 더 강화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행정 미시데이터에 기반한 정량적 정책평가입니다. 정책이 시행된 뒤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엄밀하게 측정하고, 시행 전에는 대안들을 비교해 볼 수 있는 분석 역량이 KDI의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둘째는 국내외 학계와의 상시 적인 교류입니다. 이번 국내외 석학 초청 프로그램처럼 외부 연구자와 KDI 연구진이 함께 논문을 쓰는 방식의 협업이 늘어난다면, 연구의 질과 국제적 가시성이 함께 높아지리라 생각합니다. KDI가 앞으로도 한국 사회가 어려운 질문에 부딪혔을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기관으로 남기를 응원합니다.
김성룡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곳 연구진이 다루는 자료의 폭이었습니다. 한국의 여러 행정 자료와 기업 자료를 이렇게 갖추고 활용하는 기관은 해외에도 많지 않습니다. KDI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관건은 그 자료가 개별 과제로 끝나지 않고 기관 안에 남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그 결과가 남아 있으면 시급하고 어려운 정책 질문에 훨씬 빠르게 답할 수 있고, 다음 연구의 출발점이 됩니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의 발달로 분석 도구는 누구나 쓸 수 있게 되겠지만, 이러한 도구를 적용할 자료는 아무나 가질 수 없습니다. 좋은 자료를 갖추고 정리해 둔 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의 차이는 지금보다 더 벌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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