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은 편안한 쉼터이자 가장 큰 재산이지만, 요즘 우리 사회는 아파트 순서대로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데만 급급하다.
똑같은 모양의 대단지 아파트가 효율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집이 주는 따뜻한 위로와 각양각색의 삶의 모습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획일적인 줄 세우기에서 벗어나, 저마다의 행복과 다양한 삶을 담아낼 수 있는 다채로운 집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글. 문윤상 부동산연구팀장
나는 지도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어린 시절 지도책을 선물 받은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이후 버스를 타고 다니며 버스가 지나온 길을 지도 위에 표시하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 지도에 선을 그으며 그 길에서 창밖으로 보았던 풍경을 떠올리곤 했었다. 그 시절 내가 타던 버스가 지나는 길은 폭이 넓지 않고 오래된 집들과 상가가 뒤섞여 있는 동네였다. 그러다 백화점이 있는 동네에 가까워지면 길이 넓어지며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번화가에는 높은 건물이 많았고, 크고 번쩍이는 상가들로 가득했다. 그곳에는 신기한 물건들이 많았고, 그래서 이렇게 사람이 몰리나 보다 생각하곤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나는 경제지리학을 공부하는 학자가 되었고, 다시 얼마간의 세월이 흘러 주택을 연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돌아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지도 위에 그은 선들은 결국 사람들이 일하고 살아가는 곳들을 이어놓은 네트워크였고, 그 선들이 모이는 자리에 도심이 형성되어 번화가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네트워크 곳곳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주택이 분포하고 있었다.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다루는 학문이 경제지리학이기에, 내 연구가 어린 시절 그리던 그 선들과 주택을 향해 온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경제활동으로 소득을 얻고, 하루를 마치면 집으로 돌아와 쉰다. 집은 가족과 함께 머물며 안정을 얻는 곳이다. 하루를 살아낸 자신에게 편안한 아늑함을 제공하고, 다시 살아갈 에너지를 충전하는 쉼터이다. 이처럼 집은 나 자신을 빚어내는 환경이기에 본래 값을 매길 수 없다. 그러나 연구 대상으로서의 주택에는 값이 매겨진다. 어린 시절 내가 신기해하던 그 북적임, 사람들이 모여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위치와 주변의 환경이 거대한 가치로 환산된다. 그렇게 주택가격은 도심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집은 한 사람을 빚어내는 정서적 환경인 동시에, 그 사람의 가장 큰 자산 가운데 하나로서 존재한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나는 경제지리학을 공부하는 학자가 되었고, 다시 얼마간의 세월이 흘러 주택을 연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돌아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지도 위에 그은 선들은 결국 사람들이 일하고 살아가는 곳들을 이어놓은 네트워크였고, 그 선들이 모이는 자리에 도심이 형성되어 번화가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네트워크 곳곳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주택이 분포하고 있었다.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다루는 학문이 경제지리학이기에, 내 연구가 어린 시절 그리던 그 선들과 주택을 향해 온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경제활동으로 소득을 얻고, 하루를 마치면 집으로 돌아와 쉰다. 집은 가족과 함께 머물며 안정을 얻는 곳이다. 하루를 살아낸 자신에게 편안한 아늑함을 제공하고, 다시 살아갈 에너지를 충전하는 쉼터이다. 이처럼 집은 나 자신을 빚어내는 환경이기에 본래 값을 매길 수 없다. 그러나 연구 대상으로서의 주택에는 값이 매겨진다. 어린 시절 내가 신기해하던 그 북적임, 사람들이 모여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위치와 주변의 환경이 거대한 가치로 환산된다. 그렇게 주택가격은 도심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집은 한 사람을 빚어내는 정서적 환경인 동시에, 그 사람의 가장 큰 자산 가운데 하나로서 존재한다.
서로 다른 두 얼굴을 가진 듯한 주택은, 가상의 모형 안에서는 조화롭다. 효용을 주는 재화이자 가치가 상승하는 자산으로서 함께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실 문을 열고 나오면 사정이 다르다. 오늘 밤 가족과 함께 저녁 한 끼를 나눌 공간으로 어디가 좋은지를 묻는 마음과,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면 어떤 주택에 살아야 하는지를 재는 마음은 같지 않다. 같은 주택을 두고 이렇게 다른 고민이 엇갈리는 자리에 오늘날의 주거 문제가 놓여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은 자산으로의 기능이 앞선다. 주택이 아파트 위주로 공급되어 온 데다, 아파 트 단지 안의 주택들이 매우 표준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같은 단지에서 옆집은 우리 집과 같은 가격을 갖는 것으로 간주된다. 면적과 층이 다르면 그만큼 가격을 조정하여 단지 안의 모든 주택들을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표준화는 제품화를 의미하여, 환금성을 극대화하며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택의 자산화를 가속해 왔다. 자산으로서의 주택은 가격에 따라 순서를 매길 수 있고, 이 순서는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 비싼 주택에 사는 사람이 승자가 되고, 그 승자가 되는 방법이 최적의 전략처럼 여겨진다.
집의 가치는 본래 하나의 줄로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릴 적 내가 차창 밖으로 바라본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지녔듯이 좋은 집의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 좋은 집은 마당이 넓은 집이고, 누군가에겐 창을 열면 산이 보이는 집이며, 또 누군가에겐 아이가 학교를 걸어서 갈만한 집이다. 마당의 넓이와 산의 풍경은 애초에 같은 자로 잴 수 없기에 서로 다른 기준들은 하나의 순서로 나열할 수 없다.
표준화된 아파트는 주택시장을 획일화하고 거대화했다. 잴 수 없는 것들을 잘라내고, 쉽게 측정할 수 있는 부분만을 두고 겨루게 한다. 면적과 층, 그리고 도심까지의 거리라는 공통의 자 위에서 우리는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줄을 선다. 그리고 공급자는 앞선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아파트를 거대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공간으로 진화 시키고 있다. 단지의 규모가 커질수록 커뮤니티 시설과 조경의 질은 높아지면서도 1인당 유지비용은 낮아진다. 효율성의 관점에서 메가급 대단지는 비용 대비 효용을 극대화하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거대해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주택시장에서는 사람을 빚어내는 정서적 환경으로서의 집은 조용히 지워진다. 아파트라는 하나의 격자가 효율적인 만큼, 우리는 집이 담을 수 있었던 다른 삶들을 조금씩 잃어 온 셈이다. 집이 저마다 다른 살아가는 이유를 담아낼 수 있는 곳이기를 희망한다.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하나의 줄이 아니라, 누구는 마당을 얻고 누구는 풍경을 얻는, 그래서 애초에 순서를 매길 수 없는 다양한 집들이 있기를 바란다. 그런 이유들이 충분히 다양해질 때, 집의 모양 또한 지금처럼 하나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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