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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고유가 지원의 효과와 다음 과제 #복지정책 #빈곤, 소득 재분배

한국일보 2026.09.14

국제 유가 충격에 흔들린 취약계층 소득
정부 지원금으로 소득 하단 급한 불 껐지만
이동·난방 지출구조 따라 체감 충격 제각각
겨울철 광열비 대비하고 지원 원칙 세워야


중동 전쟁 여파로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지급된 1·2차 고유가 피해지원금의 사용 기한 종료를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서울 청량리 종합시장에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가능 매장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국일보 뉴스1]
국제 정세가 흔들릴 때 그 충격은 가계로 이어진다. 취약한 가구일수록 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고, 이를 살피고 덜어주는 일이 정책의 과제로 남는다.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지난 2분기는 그 과제가 다시 놓인 시기였다.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일해서 번 소득이 줄어든 계층에서도 정부 지원이 더해지면서 실제로 쓸 수 있는 소득은 늘었다.

근로·사업소득은 전체적으로 감소했는데, 특히 두드러진 곳은 소득 하단이었다. 정부 지원이 더해지기 전 소득으로 가구원 수를 감안하여 소득 계층을 나눠 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와 그다음 2분위에서 각각 3.4%, 1.2% 줄었다(전년 동기 대비·실질). 반면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더해지면서, 이들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소득은 오히려 늘었다. 가격 충격 국면에서 정부 지원이 소득 하단의 완충 장치로 작동했다.

소비지출 증가율도 저소득층에서 특히 높았다. 다만 그 성격은 단순하지 않다. 지원금이 지출로 연결된 측면과 유가 상승으로 지출액이 커진 측면이 섞여 있다. 이를 보여주는 항목이 차량연료비다. 차량연료비는 모든 소득 계층에서 증가했는데, 증가율과 증가액 모두 소득 2분위에서 가장 컸다. 필자가 분석했던 결과에 따르면 여름철 유가 변동에 2분위의 차량연료비가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가 확인된 바 있다. 근로 참여 비중이 높고 이동이 소득으로 이어지는 가구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가 충격에 대응할 때 소득 수준만이 아니라 연료 지출 구조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두 가지가 남는다. 첫째는 계절이다. 차량연료비 부담은 일과 이동이 필요한 가구에 집중되지만, 겨울에는 주거광열비를 통해 저소득 가구가 직접 압박을 받는다. 난방은 줄이는 데 한계가 있으며, 저소득 가구에서 소득 중 광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같은 가격 상승에도 부담이 훨씬 크게 다가온다. 에너지 가격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이번 여름보다 다가올 겨울의 위험이 더 클 수 있다. 에너지바우처 등 기존 제도 점검과 함께, 주거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대비도 필요하다.

둘째는 원칙과 기준이다. 코로나19 이후 현금성 지원이 늘고 있지만, 언제 누구에게 얼마를 지급할지 판단할 근거는 정리되어 있지 않다. 이번만 해도 중앙정부와 도, 군이 각자 지원금을 편성해, 세 지원이 겹친 지역에서는 1인당 최대 100만 원이 지급됐다. 같은 충격을 겪고도 사는 곳에 따라 지원이 달라졌고, 조율되지 않은 지원이 겹쳤다. 충격이 발생했을 때 정부 개입의 수준과 범위, 중앙과 지방의 역할 분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 필요한 때는 더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때는 하지 않을 근거가 생긴다

이영욱  KDI 재정ㆍ사회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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